몇 년 만일까? 얼굴 본지가 10여년이 훌쩍 넘어갔으니 자세한 날자는 기억이 안난다.
가뜩이나 투병생활 전의 일이라 몇 년 동안은 전혀 신경을 쓰지않고 지내다보니 지나간 일은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
잊을만하면 가끔씩 간격을 두고 전화주던 ㅅㅅ씨, 달포 전인가? 전화가 또 왔다.
"형님 이젠 얼굴좀 보여줘도 되지않아요?"
"얼굴 보면 좋지, 그럼 ㅅㅅ씨가 여기 저기 전화해서 한 번 주선해봐"
년말, 새해, 명절 지내고 선택한 날짜가 오늘이다.
81년도에 공부하느라 만나 30년 세월이 지나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 이사도 하고, 뿔뿔히 흩어져 살고 있다.
"형님, 극진히 대접해주신다고 여주로 오라는데요?"
"날씨도 추운데 복잡하게 여러 사람이 여주로 가느니 여주에서 한 사람이 오는게 낫지 않을까?
그럴것 없이 모두 편하게 중간 지점에서 만납시다, 안양으로 오시라고 하세요."
그리고 달포 지나니 두 분 교수님은 미국과 일본 외유 중이고, 두 사람은 사정으로 참석 못하게 되어 일단 대여섯이 만났다.
20대 초 처녀 때 만나 우리 안 보는 동안 결혼하여 아들이 육사 나와 대위 되었다며 몸집이 딱 벌어진 막내 ㄱㅅ씨,
그동안 살아온 얘기 쓰려면 책 몇 권은 쓸 수 있다며 여걸답게 호언 장담 한다.
결혼 초부터 시부님이 엄격하시어 맘편히 못지내다 돌아가시고 나니 대신 시모님한테 스트레스 받는 다는 ㄹㅎ씨,
딸이 서른, 아들이 스물여덟인 50대 중반이 되었으니 시모님께 할 말은 하고 살아 보라해도 그게 잘 안된단다.
옆에 있던 ㅅㅅ씨, "난 시어먼님이 내 눈치 보며 사신다"고 큰소리 떵떵 친다.
그래도 둘이서는 잊을만 하면 통화하며 서울에 살다 오산으로, 다시 안양으로 와 사는 갑장친구 ㅎㅇ씨,
일찍 결혼하여 남매 낳아 잘 길러 결혼과 동시에 사위, 며느리까지 외국으로 보내 공부시키더니 아직도 귀국 않고,
외손녀는 하버드대학에 입학했다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복이 덕지 덕지 붙은 소리를 한다.
나이 먹으니 집에서 차리긴 힘들다는 주인이나 대접받는 객들도 맘이 편칠 않아
음식점에서 거나하게 맛난 음식 사먹고, 집으로 들어가 커피, 과일 디저트 즐기며 수다 떨다 나오니
아침부터 흩날리던 눈은 비로 변하여 부슬부슬 내리며 땅거미가 지고 있다.
화욜에 횡성에 있는 어답산 산행하고,
목욜 맛있는 점심 후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관 전시회 관람 후 해가 지도록 커피 마시며 수다떨고,
어제 오후엔 멀리 쌍문동에서 손님이 찾아와 대접하느라 VIPS에서 늦게까지 와인 마시며 포식하고,
오늘도 또... 이래 저래 핑계로 계속 먹어대기만 했으니 오늘 저녁 한 끼는 굶어야겠는데 생각대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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