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이 수복 - 봄비, 모란송, 동백꽃

opal* 2014. 3. 9. 09:54

 

봄비

 

                                                                   이 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모란송

 

                                                   이 수복

 

아지랑이로, 여릿여릿 타오르는
아지랑이로, 뚱 내민 배며
입언저리가, 조금씩은 비뚤리는
질항아리를.....장꽝에 옹기옹기
빈항아리를

새댁은 닦아놓고 안방에 숨고
낫달마냥 없는듯기
안방에 숨고.

알길없어 무장 좋은
모란꽃 그늘.....
아떻든 하늘을 고이 다루네.

마음이 뽑아보는 우는 보검(寶劍에
밀려와 보라(飛泡)치는
날빛같은 꽃

문만 열어두고
한나절 비어놓은
고궁(古宮) 안처럼

저만치 내다뵈는
청자(靑瓷)빛 봄날

 

 동백꽃

 

                                                      이 수복

 

동백꽃은
훗시집간 순아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녹은 양지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비친 눈물도
가널피고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던 누님도 그리움을 울리던 동백꽃도
나는 몰라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이 매양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