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중국 여행 중 서 시인으로 부터 카톡으로 시상식 초대장이 날아왔다.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귀국 후 스케쥴 잡아보겠습니다" 라며 그날 찍은 사진 첨부하여 보냈더니
다시 회신이 왔는데 '길 위에 사는 여인' 이라며 부럽단다. 나는 시인이 더 부럽다고 했다.
어쩌다 한 번씩 가끔 문자를 주고 받을 때가 산행 날이거나 외출 중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재 시집을 펴낸 서정란 시인의 수상작은 '휴휴암 가는 길 외 2편,
정희성 시인의 수상작은 '백면서생 경매참관가'외 두 편이다.
동국문학상은 1년에 한 번씩 동대 출신 문인 중 뛰어난 작품활동을 한 문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동국문학상이 얼마나 큰 상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보내준 사진에 보면 유명한 문인들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띄는데 동대 출신 인걸 내가 몰랐던거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동대 하면 불교 학교로 더 알려져 있지만 전에는 동대 국문학과를 많이 알아줬던 것 같다.
동대는 암 투병 전, 잠시 불교 미술 강의를 들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전철 혜화역에서 내려 만나기로 한 지인을 먼저 찾았다.
많은 문인들이 참석하는 자리에 혼자 참석하기 멋쩍어 대학로에서 가끔 만나는 지인과 동행했다.
"나같은 사람이 가도 될까요?"
"나도 똑같아요, 축하하는 자리는 어디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안가보던 자리이니 구경삼아라도 한 번 가 봅시다.ㅎㅎ"
마로니에(칠엽수) 공원을 들어서니 녹색 잎이 바람결에 난무하고 꽃은 만발하여 향을 날리고 있다.
넓은 공원엔 많은 의자들이 놓여져 있고, 인권 단체에서 상영하는 영상물이 돌아가고 있다.
시간이 일러 잠시 나무 그늘에 놓여진 위자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 시상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술가의 집 3층 넓은 다목적 홀을 찾으니 많은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일부러 늦게 들어가 뒷자리에 앉았다.
동국문인 출신 정기 총회겸 시상식이 있는 자리라 회장단 선출이 끝나고 바로 시상식이 이어졌다.
시 부문에 남녀 각 한 명씩(정희성, 서정란) 수상을 하고, 축하를 주고 받고...
혼신을 다한 많은 고심 끝에 나오는 결과물 인걸 알지만 글 잘쓰는 문인들이 부러울 때가 참 많다.
(아래 동영상 플레이시에는 위 메인음악을 정지 후에.)
수상소감 낭독하는 서정란 시인.
어린시절 어머니의 책 읽는 소리와 닥종이의 묵향을 맡으며 자랐다는 얘기,
그런 어머니는 문필가가 아닌 남의 집 혼사나 군대간 아들, 혹은 타지에 나가 있는이들의 편지를
읽어주거나 대필햐셨다는, 그런 정한의 DNA를 물려 받아 오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휴대폰 보다도 작아 좁은 손바닥 안에도 넉넉하게 잡히는 아주 작은 카메라로,
맨 뒷자리에서 당겨 찍으려니 미세하게 움직여도 크게 흔들리고, 오래된 카메라라 배터리도 금방 방전된다.)
시상식 끝난 후 평소처럼 지인과 둘이 반주 곁들인 만찬 즐길 생각하고 있었는데 뒷풀이가 있다며 함게 동석 하란다.
식당 이름 듣고보니 둘이서 가끔 가 해물파전 시켜 동동주 마시던 '빈대떡 신사',
둘이서 눈 마주치며 웃었다.
"거기까지 따라가야해요?"
"글쎄 나도 좀 그렇네, 어짜피 우리끼리 식사하려 했던 것이니 한 번 가 봅시다."
몇 번 갔었던 곳이니 둘이 걸어 찾아가니 예약석은 준비되어있는데 문인들이 늦게 도착.
문인들은 문인들 끼리 지인들은 지인들 끼리 삼삼오오 상을 차지한다.
밖에 있는 의자에서 잠시 기다리다 자리가 다 찰 무렵 한 쪽 구석쪽에 동석 했다.
옆에 앉은 분들이 권해주는 막걸이 잔과 따뜻한 대화에 어색함은 점점 줄어들고,
훈훈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니 용기내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서 시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섬 여행' 이듯,
이분들은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나보다 먼저 알게 되어 해외여행도 같이 하신 경력이 있다.
옆 자리에 앉으신, 글을 많이 쓰신다는 찰라님의
"김소월의 시 다음으로 읽기 편한 시가 서정란님의 시 이다," 라은 말에 공감이 간다.
끝으로 서정란 시인의 '클림트와 연애를'에 수록된 시 한 수
휴휴암 가는 길
서 정란
멀기도 하다
굽이돌아 산
굽이돌아 바다
이 길 한 굽이 돌 때마다
굴곡진 생애 한 자락 내려놓고
바다 한 폭 넘길 때마다
응어리졌던 마음 하나씩 방생하면
염화미소 피어나는 그 마을에
다다를 수 있을까…
가도 가도 멀다
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