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광화문 데이트

opal* 2015. 6. 17. 22:00

 

 

"어제 화욜이니 산에는 다녀오셨을테고, 피곤하신거 아는데요~"

"그런데요? "

"지금  서대문 엄마 집에 가는데 두 시간 정도 후에 나오실 수 있나 해서요.

제가 요즘 많이 방전되어 힐링이 필요 하거든요."

"그럼 나더러 충전시켜 달라는 얘기?  어제 산에 다녀와 다리가 좀 얼얼한데 어쩔까나?

그래도 불러줄 때 얼른 나가야 다음에 또 불러주겠지? 산에 다녀온 기 나눠주러 나갈꺼나?"

"그러면 전철 갈아타시지 않게 제가 광화문 쪽으로 갈테니 한 번에 오세요"

 

뭔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거 같다, 정작 기를 받아야 할 사람은 10년 연상인 이쪽일텐데... 

편안한 자세로 휴식 취하다 꽃단장 할 시간도 없이 머리는 손가락으로 대강 빗어 넘기고 나섰다. 

 

 

 

 

                                        정 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우리 두 사람도 숲이 될 수 없는건가?

광화문 네거리, 맞은편에 서서 싯귀 한 줄 읽으며 잠시 이러쿵 저러쿵 몇 마디 나누다 편히 앉아 쉴 곳으로 옮겼다. 

 

한 달전 시인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어 가까운 곳이라 일부러 찾았다.

이곳 사장님이 네팔인인데 얼마전 큰 지진으로 힘들어하는 고국을 위해 크게 돕고 계시다는 소릴 간접적으로 들었었다. 

인도 음식을 몇 번 먹어보긴 했지만, 오랜만에 네팔 음식도 먹어볼 겸 음식을 팔아주는 일도 도움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플레인 파퍼드(Plain Papad) - 인도 녹두콩을 갈아 말린 후 약간의 향신료로 맛을 내고, 화덕에 구워 짭짤하게 먹는 인도식 밑반찬 이다.

 

숯불화덕에서 구운 인도식 전통빵인 난(Nan)은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다. 플랜난, 버터난, 갈릭난, 마실라난, 어니언난, 퍼니르난 등

팔락 퍼니르(Pa;ak Paneer) - 시금치와 수제 치즈로 만든 시금치 커리.

 

모듬티카(Mixed Tikka) - 여러 향신료로 하룻밤 숙성 시킨 후 숯불 화덕에서 구운 세가지 티카(치킨, 멀라이, 양고기)

향신료 특유의 향이 전해지는 양고기 맛을 음미하니 네팔 카트만두에서 첫날 먹었던 '달밧(Dalbhat)' 생각이 떠오른다.

 

시원한 맥주 한 잔씩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저녁식사 마치고, 손수 만든 천연 비누와 천연 탈취제 선물 받고,  밖으로 나와  다시 차 마시러. 

 

 

 

서로 헤어져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짦은 시간이지만 힐링과 충전은 좀 되었는지요?"

문자 보내니 답신이 왔다. 

(마음을 나누는 주변 인물 중 '일부러 카톡문자 싫다며 안하는 사람'이 셋 있는데  중 한 사람 이다.)

 

"간만에 편안함과 힐링~

일상 중에 이런 시간도 있어 감사~

잘 살아야할 이유와 용기, 서로에게 숲이 되길 원하는

우리 삶이 되기를 꿈꾸며 실천하는 일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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