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새해맞이로 먼 곳을 찾아나서기도 했지만 근래엔 이동 인구가 많아 교통정체로 잘 나가질 않았다.
그대신 새해가 되면 첫날 새벽 뒷산인 개화산에 올라 일출을 맞곤 하였다.
평소에 공항철도를 자주 이용하면서도 관심없어 광고를 잘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2016년 새해맞이 열차'가 운행 된다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새벽 4시 일어나 준비물 챙기고 집 나서서 서울역에서 출발한 첫차 기다리다 타니 차 안에 사람들이 뻬곡하게 서있다.
평소 낮시간에도 여유많던 차량이었는데 이 어두운 시간에 이 사람들 모두 외국 여행객은 아니겠지?
인천 공항에 내리니 각기 다른 칸에 탔던 사람들이 에스칼레이터 앞으로 우루루 몰리며 인해를 이룬다.
거잠포행 "해맞이 셔틀버스' 환승 지역으로 찾아기니 아직도 어두운데 줄이 한없이 이어져 있다.
버스에 오를 차례 기다리며 안내자에게 "지금 여기 서있는 버스가 몇 대나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열 대 입니다." 한다, '서서 가는 사람까지 500 여명 예상했나보군.'
나보다 먼저 앞에 섰던 사람들 다 오르느라 몇 대는 다 찼고, 내가 타는 버스 뒤엔 서 너대만 보이니
아마도 버스를 못타는 사람들도 있지않을까 싶다.
임시 용유역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그 많은 사람들에게 손난로용 핫팩을 하나씩 나누어 주고있다.
추운 날씨 이겨내라고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대한민국에서 만든 고품질 핫팩'을 하나 받아들고
거잠포로 걸어가니 자가용 차량들이 뒤엉켜 그렇게 한산하던 도로가 발 딛을 곳 없을 정도로 어수선 하다.
서해에서 일출 볼 수있는 곳이 몇 군데 안되는데다 지역적으로 가깝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었나 보다.
을왕리나 무의도 등을 수없이 드나들며 거잠포에서 잠진도까지 걸어 보기도 했는데 '거잠포'라는 지명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일출 보는 위치는 선착장이라 콘크리트 바닥 경사가 완만하게 흘러내려 사람들이 많아도 뒤에서도 수평선이 보인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 속을 헤집고 맨 앞으로 가 서있으니 밀물 시간이라 물이 점점 차오른다.
해경 몇 분이 앞에서 왔다갔다하며 뒤로 물러서달라고 계속 외친다.
진사들의 삼각대는 바닷물에 잠기기도 하고, 뒤로 물러나면 바닷물이 또 쫓아오고 해경은 또 물러서라 하기를 몇 차례,
구름층이 두꺼워 해는 쉽사리 솟아 오를 줄 모른다. 바닷가인데도 세찬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때는 일출 전 한 곳에 오래 서있다보면 손과 발이 시려워 발을 동동 굴렀는데 오늘은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 해경정인지 큰 배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수평선을 망가트리며 작은 고깃배 사이로 달려간다.
조금 후 그 여파로 커다란 파도를 만들며 바닷물이 한꺼번에 갑자기 들이치는 바람에 앞에 서있던 사람들은 모두 외마디 친다.
뒤로 물러서라고 해경이 그렇게 외쳐대도 꿈쩍 않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뒤로 도망친다. 파도 한 방에 해경님 편해 지셨다.
다행히도 본인은 등산화를 신었기에 겉은 젖었어도 속은 말짱하다.
겨울 일출이 보통 7시 반경이면 떠오르곤 했는데 8시 지나 수평선과는 거리가 먼 시커먼 구름 위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
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떠오르는 해는 금방 눈이 부시다. 그러나 해무가 많이 끼어 있어 쾌청한 날씨는 아니다.
바닷가에 즐비한 음식점들은 금방 모두 만석, 전에 길가에 늘어섰던 조개구이 포장마차들을 한 군데로 모으며 지은 건물이다.
널찍한 자리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바지락이 뜸뿍 담긴 해물칼국수 따뜻한 국물로 몸을 녹이며 아침을 먹고 키피까지 마신 후
무위도에 있는 호룡곡산과 국사봉 산행을 위해 잠진도까지 걸었다. 거잠포와 잠진도 사이도 바다였던 곳을 길을 만든 것이다.
전에는 주로 차를 갖고 다녀 차로 이동하느라 이 길을 걸어 다닌 것은 2005년 한 차례 뿐이니 오늘이 두 번째로 10년 만의 일이다.
잠진도에서 매표하여 배타고 무위도로 들어가 버스를 타니 전에는 샘꾸미 선착장이라 불리던 곳을 지금은 광명 선착장이라 부른다.
잠진도에서 배타고 와 내린 곳이 큰무리 선착장, 이곳에서 버스 타면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에서 한 번 서고, 광명 선착장이 종점이다.
종점에서 내린 승객 중 많은 사람들이 소무위도(2011년 다리 개통)로 향하고, 일부는 호룡곡산을 향해 오른다.
새해 첫날이며 연휴 사흘 중 첫날이라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본인은 90년대 중반부터 무위도 방문 8번째 중 산행은 6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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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룡곡산과 국사봉 두 봉우리 산행 마치며 실미 해변으로 하산, 아직은 모래 해변이 들어나 있어 실미도에 가고 싶기도 한데
물 들어올 시간도 임박하고, 해무가 잔뜩 낀 날씨에 점점 흐려져 어둡고, 잠진도행 뱃시간도 빠듯해 사진만 찍었다.
실미도는 전에 두어 번 다녀와 큰 아쉬움은 없다. 실미해변에서 큰무리 선착장까지 차 태워 주신 분이 있어
40분 걸을 예산 했는데 편하게 이동을 했다.
실미해변에서 중년 부부가 한 사람씩 교대로 사진을 찍고 있기에 "두 분 같이 서세요, 찍어드릴께요" 했더니
"오늘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함께 찍었다"고 매우 고맙다며 그 보답으로 차를 태워준 것이다
배, 버스, 공항철도, 전철 갈아타며 귀가. 평소 산행날 처럼 같은 시각에 일어나 하루 종일 밖에서 지내다
저녁에 들어왔는데 다른날 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건 새벽부터 기다렸다 일출을 보았기 때문일까?
새로운 해의 첫날, 새로운 각오라든가 그런건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그저 주어지는 시간을 내가 어떻게 이용할까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새로운 해의 첫일출, 첫산행, 즐겁고 행복했던 하루에 오늘도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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