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산행계획 했던 산인데 예보 대로 폭우가 쏟아져 산행 취소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 그런데
지난 주에도 태풍과 폭우 예보가 있어 또 한 주 쉬었더니 예보가 빗나가 날씨가 좋아 조금 약올라 했었다.
석룡산 첫 산행은 8년 전(2008.6.10), 코스는 오늘과 똑같은 도마치재에서 시작하여 석룡산- 방림고개 -삼팔교 하산.
두 번째 산행은 재작년 여름(2014.8.05), 원래는 화악산 산행날이라 1진은 화악산으로 향하고,
2진으로 조무락골에서 시작, 석룡산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화악산은 2008.8.21 다녀 온 적이 있다.
2주 쉬고 3주 만의 산행이라 오늘도 2진으로 조무락골에서 올라 원점회귀 산행을 할까 했더니
"언니 도마치재에서 올라가면 반은 올려다 주는데 왜 힘들게 맨 아래부터 올라갈라고 그래요? 같이 갑시다."
"그렇지만 능선이 너무 길잖아, 그럼 정상에서 나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내려와 줄꺼야?
나 혼자 내려오다 길 잃으면 많은 사람이 더 큰 고생 각오해야 돼"
"알았어요 언니, 기다려 줄게요." 2진으로 짧게 타려다 할 수 없이 1진 종주코스에 합류했다.
09시경 도마치재 도착. 도마치재는75번 지방도로, 강원 화천군과 경기 가평군 경계에 위치한다.
카페지기님 불참으로 대신 단체사진부터 남긴 후 산행 시작, 완만한 비탈길인데도 오르막이라 힘들어 첫발 부터 땀이 흐른다.
초복이 그제 지난 복 중 날씨라 뙤약볕이 무섭다.
8년 전 처음 왔을 때 군인들이 더운 여름 뙤약볕에 땀 뻘뻘 흘리며 도로 보수공사 하는걸 보았는데 다시 와보니 여전히 길이 망가져 있다.
큰 비 한 번 오면 흙이 휩쓸려 년중 행사로 보수해야 될 것 같다.
오르막길 우측으로 우리가 달려 올라온 75번 도로 건너편으로 국망봉인지 명지산인지 조망이 시원스럽다.
그러나 좌측 석룡산 뒤로 이어지는 화악산은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인데 구름이 진뜩 끼어 보이질 않는다.
등산객보다는 군인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길은 풀이 우거지거나 이끼가 끼어있다.
어제 비가 내렸는지 땅은 젖어 있고, 풀잎에 이슬이 달려 있어 발자국 옮길 때마다 옷이 젖는다.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란 풀들로 바닥은 보이지 않을 뿐더러 방금 앞에 간 사람도 잘 안보일 정도,
카메라도 이슬에 젖어 렌즈에 물방울이 맺힌다.
적당한 습도와 온도로 한창 싱싱하게 자란 여러 종류의 풀과 관목들이 한데 뒤엉킨 와중에도 꽃은 피어 반긴다.
꽃 사진 찍느라 잠시 틈 보인 사이 일행들은 다 도망?가 화살표 표시지 깔린 방향으로 향하니
가파른 내리막 수풀 속에서 이리 오라는데 소리만 들릴 뿐 어느쪽인지 분간이 안간다.
수풀 헤치며 밟음 밟음 능선에 올라서니 가야할 봉우리가 앞을 막는다.
가야할 능선따라 시선 옮기니 구름에 덮인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다. .
저 봉우리를 넘고 또 얼마나 넘어야 정상에 닿을 건지...
길은 분명히 길인데 헤치고 나갈 일이 난감.... 산딸기 닮은 가시달린 나뭇가지가 가로막고 위협한다.
여럿이 줄지어 가다보면 풀과 접촉하는 일이 적을텐데 뒤에 뚝 떨어져 혼자 가려니 온몸으로 스치며 지나가야 한다.
발자국 옮길때 마다 스치는 풀과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이곳은 산딸기와 싸리나무.
닿기만 하면 살을 베이는 억새풀까지 내 키를 훌쩍 넘는다. ... 그나저나 오늘 반바지 입고온 ㅈㅅ씨 어쩌면 좋을꼬? 심히 걱정 된다.
가시나무나 억새도 성가시지만 미역줄기는 서로 뒤엉켜 모자나 배낭끈에 걸리기도 해 골치아픈 녀석이다.
키큰 나무 아래에선 명함도 못 내미는 관목들, 햇살을 독차지 하고 싶어 모두들 하늘 향해 발돋음하며 생존 방식을 터득한다.
수풀 속에서 서로 보이질 않으니 앞에 먼저 내려가던 일행들이 잠시 기다려주며 확인하고 다시 진행.
그나저나 반바지의 맨 종아리 여인에게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짧은 바지 입고 와 얼마나 아프냐?" 물으니 참을만 하단다.
수풀 우거진 가파른 내리막이 끝나고 다시 오르막, 바위가 간간히 보이며 길이 험해진다.
줄잡고 낑낑대며 오르는가 하면
잠시 오르다 뒤돌아본 모습. 수풀 헤치고 올라 처음 마주했던 봉우리가 어느새 뒤로 밀려나 있다.
몇 겹 뒤 능선은 국망봉에서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줄기 이다.
바위에 이끼 긴 모습이나 등산로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코스.
내려딛다 다시 오르고, 흙과 나무뿌리, 바위 등이 젖어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주루륵 미끄러진다.
낮은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본 모습.
줌으로 당겨 보니 개인 가옥이 아닌 군부대 시설로 보인다.
도마치재에서 산행 시작무렵부터 멀리서 포 쏘는 소리가 산행 내내 들리니 북쪽임이 실감난다.
오르고 또 오르고, 나뭇가지 사이 멀리 봉우리가 보이긴 하는데 ...
갈림길에 깔린 표시지와 다른 팀이 달아놓은 리본 보며 원시림 같은 길따라...
봉우리로 향하는 오르막엔 커다란 바위가 가로 막고 있어 아랫쪽 우회로 이용하기도.
우회로 이용해 능선에 올라서니 또 다른 봉우리가 멀리서 기다리고 있다. 다 왔나 싶으면 정상이 아니라 속고 또 속는다.
표시지 따라 좌측으로
표시지가 놓은 방향 대로 올라보니 우회로는 없고 바위 틈으로 올라야 하는데 다리 길이가 짧아 애먹는다.
누가 위에서 잡아주면 올려 딛기가 수월하겠는데 아무도 없으니 혼자 깅낑.
처음엔 키보다 큰 수풀 속 걷느라 애먹었지만, 능선에선 숲 우거진 그늘이라 토시도 내리고 음이온 맑은 공기와 접촉한다.
잠시 만나는 빈터엔 풀들로 채워져 있고, 큰 나무가 없으니 키작은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 있다.
고산에서나 볼 수 있는 이질풀 꽃을 보니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던 청옥산 정상이 떠오르고,
동자꽃을 보면 설악산이 보이는 구룡덕봉 꼭대기에서 사진 찍던 생각이 떠오른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볼 때마다 이곳 저곳 하나 하나의 각기 다른 추억이 떠오르는 걸 꽃에 관심없는 남들은 알기나 할까?
오래 걸으면 다리는 아플 지언정 혼자 다녀도 심심할 틈 없이 순간 순간이 이어져 지루함을 못느낀다.
앞에 가던 일행들은 가끔씩 뒤돌아서서 소리내어 부르며 확인해 주고,
맨 뒤에 따라 오던 남자 두 분은 서로 떨어져 걷는지 불러도 대답을 안하니 앞에서 듣는 나도 답답하다.
바위를 올라야 하는데 줄은 약해 뵈고, 낑낑대며 오르고 또 오르다 내려딛고, 밧줄잡고 바위 오르기가 전같지 않고 점점 힘에 부친다.
다시 만나는 오르막, 이번에 박새 꽃을 보니 가리왕산 꼭대기 평원에 쫙 깔렸던 모습과 백두산 천지 옆 물가에서 만났던 일도 떠오른다.
얼마나 걸었을까? 서서히 지쳐 가며 걸음 속도 늦어지니 뒤에 오던 두 분 추월해 앞으로 가는데 배낭엔 여러가지 꽃을 꺾어 한 묶음 달고 간다.
저 불쌍한 꽃들을 어쩌나... 벌써 시들어 축쳐진 녀석들도 있으니... "산행 끝내기 전에 시들어 다 버리게 뒬걸 왜 꺾느냐" 한마디 건넸다.
오르막 오르다 뒤 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지나온 봉우리가 더 높아 뵌다.
나무가 우거져 확실히게는 안보여도 나뭇가지 사이로 흘깃 보이는 봉우리, 이젠 마지막 봉우리가 되어 주기를... 간절해 진다.
키 큰 나무 아래 관목들이 다시 길을 막는다.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예쁜 꽃들.(꽃사진 몇 컷은 우측 목록 '꽃과 단풍'목록에 있음)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의 높이 오르니 멧돼지가 파 놓은 흔적이 보인다.
강원도 오지산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또 다른 곳은 아직 물기 마르지 않은 짙은 색의 흙으로 보아 방금 전 파헤친 모습이다.
이렇게 혼자 걷다 멧돼지를 만났을 땐 어찌해야 되나?
전에 딸이 주왕산에 혼 자 갔다가 멧돼지를 만나는 순간 무서워서 다리힘이 빠지며 털썩 주저앉았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
소리나는 종을 달고 다녀 미리 도망가게 해야 한다고 듣긴 했지만 종 소리도 소음 공해가 되어 달고 다니지 않게 된다.
오랫만에 만나는 갈림길, 이정목 없이 표시지만 깔려 있다.
우측으로 가면 삼팔교로 가는 길이라며 선두에서 걷던 여인들 서넛이 기다려 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30분을 기다렸단다.
" 정상 다 온 줄 알고 올라 왔는데 아직도 정상이 아닌가요?"
"언니 300m만 가면 된데요."
"이이구야 다 온 줄 알았더니 아직도 더 가야 돼?"
오래도 쉬며 기다려준 속도 빠른 여인들은 다시 앞장서서 성큼성큼 내려딛고.
낑낑대며 올라온 꼴찌는 쉬어보지도 못하고 뒤따르며
"더 높은 정상으로 올려 보낼걸 왜 또 내려 보낸담? 그냥 계속 오르게 해주면 안되나?" 혼자 궁시렁 궁시렁.
능선엔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길이 위험해 우회로를 택해 내려 딛는 것이었다.
내러딛다 다시 능선으로 오르니 바람은 시원하고, 공기가 서늘해 진다.
이렇게 시원한 줄도 모르고 집에 있는 사람들은 더위에 무슨 산행이냐 묻는다.
바윗길 올려 딛으면 바로 정상.
세 시간 반 걸려 정상 도착. 해발높이 1,147m 이다.
세 번째 만나는 정상석. 처음 만났을 땐 산뜻하게 깔끔했던 돌이 그동안 세월과 부대끼며 동강난 흔적이 보인다.
예전에 서있던 작은 기둥 정상석은 깨진 채 아직 그대로 자리 지키며 서있다.
왔노라, 만났노라, 오늘도 해냈노라.
정상을 뒤로 하고 내려딛기 시작.
십 분 쯤 내려 딛었을까? 숲 속 넓은 터에 많은 사람들이 식사 중이다. 한 쪽은 우리 일행, 또다른 한 쪽은 삼팔교에서 직접 올라온 팀이다.
식사 끝낸 우리팀 선두는 먼저 일어서서 떠나고, 후미끼리 식사 중인데 다른 팀 한 사람이 "어디로 내려가야 하느냐"고 묻기에
좌측으로 내려가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라고 알려 주었다.
오전 내내 이슬에 젖고, 오르막 오르며 계속 땀에 젖은 옷이라 1000m고지에서 밥을 먹고나니 추워서 오들 오들 떨린다.
삼복 더위에 추워서 떨리다니... 남들은 이해가 될까?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방림고개에 있는 이정목, 이길로 가게 되면 화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위험해 그런지 등산로 없음이라고 써있고 길도 수풀로 덮여 보이지 않는다.
화악산 정상엔 군 시설이 있어 등산객은 갈 수 없고, 대신 정상 옆 중봉까지만 갈 수 있는데 이곳 보다는 계곡 쪽에서 오르는게 낫다.
방림고개에서 계곡 따라 하산,
내려딛는 길은 가파르기는 하나 오를 때처럼 수풀이 우거지질 않아 걷기에 펀하다.
한참을 내려딛어 계곡에 이르니 위에서 부터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수량에 비해 산이 떠내려갈 듯 우렁차다.
화악산을 오를 수 있는 갈림길. 전에 중봉에서 혼자 내려딛던 곳이다. 같은 지점 이건만 안내판에 표시된 거리는 다르다.
정상에서 내려딛은 거리보다 삼팔교 까지의 거리가 더 길게 표시되어 있으니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멀다.
이 폭포는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복호동(伏虎洞)폭포라고 한다.
이 물줄기는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에서 발원한 것이다.
복호동폭포는 조무락골 안에 있는데, 조무락골은 숲이 울창하여 산새들이 조무락(재잘)거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고,
또는 새들이 춤추고 즐거워한다고 하여 조무락(鳥舞樂)골 이라고도 한다.
복호동폭포.
위 영상은 휴대폰으로 촬영.
폭포 감상 후 이끼낀 바위 내려딛다 한쪽 다리가 미끄러지며 물에 첨버덩~ 빠졌땅 ~ 에구 시원해~~ 카메라 젖지 않은 것만 다행으로~~
오전 풀 숲 걸을 땐 힘들었을 종아리~ 이번엔 시원해서 좋갰다.
내려오며 보조 맞춰줘 고마워요.
조무락골 입구 도착하여 맥주 한 모금으로 목 축이고.
자라 닮은 바위.
위 사진 우측 아래 삼팔교 도착.. 예전 도로가 이렇게 좋지 않을 때는 바위에 빨간 글씨로 위에서 아래로 38교라 써놓기도 했었다.
북한과의 경계인 북위 38도인 삼팔선을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
삼팔교 도착, 도마치재에서 산행 시작하여 6시간 20분 걸린 산행을 마친다.
배낭만 벗어 차에 놓고 땀에 절은 등산복 그대로 맑고 차가운 계곡 깊은 물 속으롤 퐁당.
"으 ~ 추워, 어~ 시원 해~~" 여름 산행의 별미를 온몸을 느낀다.
찬물에 시원하게 땀 닦고 귀가행 버스에 오른다.
하산하여 나중에 들으니 선두로 오르던 두 사람은 어미와 새끼 멧돼지를 바로 앞에서 만나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어쩐지 꼴찌로 오르며 보아도 방금 파헤친 것 같더라니...
위 지도 빨간 표시 중 한 곳인 광덕산은 다음 주 산행 예정, 산행 후 상해 계곡에서 삼계탕으로 중복 복달임 이벤트가 있을 예정 이다.
오랫만에 꽃과 계곡물과 함께한 석룡산 산행,
긴 산행과 장거리의 피로에 저녁까지 먹고 오며 차 안에서는 자고 또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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