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역주행

opal* 2022. 1. 22. 18:41

 

'오늘은 오랫만에 방향 바꿔 반대로 걸어볼까' 들머리 들어서서 오르막 오르는 중 

뒤에서 웬 여인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왔던 길로 되돌아 가려다 이쪽은 안 걸어본 길이라 뒤따라 와 봤어요." 한다. 

어느쪽에서 왔느냐 물으니

ㅇㅇㅇ역 쪽에서 산 넘어 왔다가 여기 샘터 찍고 되돌아가며 공원 두 바퀴 더 걷고 간단다.  

"그리 가도 되지만 나는 조금 더 걷기 위해 일부러 이쪽 오르막 코스로 다니고 있는데   

"이왕 걷는거 평지인 공원길 보다는 숲길 오르내리며 걷는게 더 좋지 않겠냐?" 했더니 

"다음부턴 이쪽길 다니겠다" 하고 잠시 얘기 나누며 걷다 공원 입구에서 헤어졌다. 

산책 중에 타인 만나 얘기 나누기는 지인 외에는 처음이다. 

 

늘 걷는 구간 중 젤 힘든 오르막 작은 봉우리 올라 오늘은 방향을 바꿔 보았다.    

 

평소에 별로 걷지 않던 긴 데크 길, 반대쪽에서 올 땐 약간 오르막이라 힘들었는데

반대로 가려니 내리막이라 넘 쉽게 빨리 끝난다. 

 

오거리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오르던 길 외면하고 데크길로 향한다. 

 

이곳도 반대쪽에서 올 땐 힘들었던 오르막, 반대로 가려니 내리막이라 금방 끝난다.

 

사거리 갈림길에서 일부러 길게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 택해 능선 방향으로 올라섰다. 

 

정상 가까운 능선에서 방향 바꿔 다시 내려딛기.  

 

데크 계단길 방향 외면하고 조금 더 내려 딛고 숲으로 들어섰다.  

 

가파른 오르막에 오늘 처음 보는 샛길이 눈에 띄어 호기심에 걸어 보니 

잠시 조망도 괜찮은 양지바른 호젓한 오솔길이 정겹다. 

 

군 시설과 함께 오솔길은 끝난다.

 

넓은 암반을 올라 다시 테크 길 만나 걸으니 쉽게 내려딛던 길은 오르막으로 변해 힘듦을 요구한다. 

 

봄이 되면 노오란 생강나무 꽃이 제일 먼저 피는 곳인데 음지라서 아직 눈이 녹질 못하고 있다. 

 

겨울나무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날씨는 많이 포근해졌어도 정상 주변 음지의 눈은 아직 녹지 못하고

아이들이 썰매 즐기던 비탈길도 아직 덜 녹은 상태,

긴 그림자가 산에서의 늦은 오후 시간을 알린다. 

 

위 사진에 있는 나무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늘 지나다니며 만나던 나무도 방향이 바뀌니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 잼있다. 

가파르게 내려딛던 내리막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뀌고, 

서산마루 걸쳐있는 햇님은 갈길을 재촉한다. 

 

아직도 가을과 겨울이 공존 하는 듯. 

 

 

작은 봉우리 오르는 가파르고 긴 계단을 올라 

마지막 언덕배기 빈 의자에 잠시 앉아 두 팔 벌려 심호흡으로 마무리하니 

능선 고저에 따라 위치 바뀐 햇님은 구름 속으로 숨으며 작별을 고한다. 

 

이번 한 달간 엘리베이터 공사로 계단을 이용해야하니   

물건 배달원들은 1층 현관 앞에 물건을 두고 가기도 한다.

전에는 계단 오르내리는 운동도 즐겁기만 했건만... 

 

집 들어서니 나설 때 안장에 오르던 며늘은 아직도 폐달 돌리는 중이고, 

새벽 시간에 스키장 갔던 아들은 돌아오는 중이라며   

"스키장에서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던 리프트가 갑자기 출발 지점으로 역주행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보고하는 통화가 들린다. 

"세상에~ 큰일 날뻔 했구나" 

天佑神助로 여기며 리프트에서 뛰어내린 이들은 다친 사람 없기를... 

이래 저래 오늘도 감사하는 하루.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도 좋고 밤도 좋아라  (0) 2022.01.30
겨울나무의 노래  (0) 2022.01.23
대한(大寒)  (0) 2022.01.20
오전 한 때 눈, 겨울 시 모음  (0) 2022.01.19
저녁에 내리는 눈  (0)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