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이다. 바람은 불지 않는다. 나는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있다.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는 청각 신경을 통해서만 듣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정(精), 기(氣), 신(神)에 예속되어 있는 모든 기관들이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를 감지하는 감성적 기능들로 변환된다.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있으면,
때로는 내 육신이 초봄의 풀잎처럼 은은한 연둣빛으로 물들거나,
때로는 내 정신이 달밤에 강물 가득 쓸려 가는 달빛처럼 반짝거리거나,
때로는 내 영혼이 저물녘 서쪽 하늘 노을빛처럼 아름답게 범람한다.
나는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완벽하게 나무들과 합일되는 자신을 깨닫는다.
뼈들이 투명해지고 혈관 속이 청량해진다.
나무들의 음악 소리에 하늘이 열리고 바다가 열린다.
동이 트는 것도 태양이 작열하는 것도 어둠이 내리는 것도 모두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나는 숲 속에서 나무들이 탄주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겠지만,
나는 모든 식물들과 가능한 채널러다. 채널러는 일종의 교신자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와 의식을 교환할 수 있거나 소통할 수 있는 인격체들을 지칭한다.
그리고 의식을 교환하거나 소통하는 행위를 채널링이라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식물들과의 소통이 가능했다.
물론 플라스틱 식물들과는 소통이 불가능하다.
엄밀하게 말하며 플라스틱 식물도 나름대로의 의식은 가지고 있겠지만 나와는 주파수가 일치하지 않는다.
나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나름대로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을 지닌 식물들만 주파수가 일치한다. 그리고 주파수가 일치해야만 채널링이 가능하다.> 이외수 채널러 중에서
彈奏 : 바이올린이나 가야금 등 현악기를 연주함.

오늘 아침,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인 이외수씨 별세(어제 25일) 소식을 들었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1978년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소설, 우화,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으로 숱한 베스트셀러를 낳았으며 촌철살인 글들을 SNS에서 공감을 얻어
일명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소설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탐구해온 고인은
에세이를 통해서는 가볍고 위트있는 짧은 단문을 자주 사용했다.
그가 펴낸 여러 에세이 중 대표작인 이 책은 고인이 작가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1~10회 써 올린 원고 중 네티즌들의 반응이 좋았던 글만을 옮겼다.
특히 '존버(존재하기에 버틴다)' 정신을 처음으로 말한 책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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