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하던 사업 접고 난 후 일을 안할 사람처럼 지내더니
고희를 지내고도 다시 나간다며 근무한지 8년, 그동안 다니던 곳을
그만두게 되어 "오늘 마지막 물건 다 찾아오며 정리 끝냈다" 하기에
오후 산책 나가며 모처럼 권유했더니 선뜻 응하기에 같이 나섰다.
비록 가까이 있는 낮은산 이지만 이 십여년 전 이쪽으로 이사온 후
따뜻한 봄날 석탄일을 맞아 구경 삼아 작은 사찰을 찾은 일이 처음,
산 둘레길 한 바퀴 같이 종주하기는 생전 처음이니 역사적인 날 이다.
그가 평소 좋아하던 운동은 구기를 좋아해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으로
몇 십년 지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래 저래 운동을 못하고 있던 참이다.
처음 걷는 산길이니 빨리 걷자거나 속도가 느리다거나라는 말 없이 걷는 속도 맞춰가며
처음 만난 첫봉우리 올라 긴의자에 앉아 준비해간 얼음물 한모금 권하고,
또 잠시 걷고 땀 뻘뻘 흐르는 오르막 도중 긴의자에 앉아 또 한 모금,
예전에 같이 갔던 사찰 둘러보고 나와 조금 더 걸어 헬기장,
봉화대와 정자가 있는 쉼터 긴 의자에 앉아 잠시 숨 돌리며 냉수 한 모금,
다시 일어서서 태극기 게양대가 있는 제일 높은 곳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잠시 식혀준다. '때는 요때다' 마치 별렀다는 듯이
"집 안에서 에어컨만 켜지 말고 산에 와 나무 그늘에서 자연 바람과 친해지라"는 한마디.
처음 걷는 길에 경인 아라뱃길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만든지 오래되었지만 처음 걸어보는 데크길과 아주 커다란 바위도 내려다 보고,
지하철 공사 중에 나오는 물을 산 꼭대기로 끌어 올려 사방으로 흘러 내려 보내는 유수도 감상.
속도 맟춰 천천히 걸으니 본인은 어제 걷고 오늘 또 걸어도 크게 힘들지 않아 물도 안 마셨다.
그늘진 데크길 난간에 걸터 앉아 잠시 쉬며 얼음물 한 모금 권하고 하늘길 전망에서 조망 감상,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인가? 조망은 커녕 비행장 비행기만 겨우 몇 대 보이고 하늘길에 보이던
높은 산은 아예 없어진 듯 흔적 조차 안보이니 마치 여름 바닷가에서 해무를 만난 느낌.
"여름날씨가 다 그렇지 뭐, 땀아 솟아라 내 흘려주마" 하며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더니
덥긴 꽤 더운 날씨인가 보다.
정상석이 있는 꼭대기로 다시 올라 의자에 앉아 시원한 냉수 한 모금.
이젠 오르막 없이 평지 같은 길로 내려 딛게 된다. 새로 만든 데크길과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도 볼겸 데크길 계단을 다 내려 딛었는데 뒤에서
"아 다리야~" 외마디 소리와 함께 왼쪽 종아리를 움직이지 못하겠단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런데 너무 빨리 왔다. 2~3분만 걸으면 내리막도 끝인데...
어쩐지 처음에 쉽게 응하더라니... 겨우 두 시간 걸었을 뿐인데... 그것도 쉬엄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