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나흘째 연속 걷기

opal* 2022. 7. 24. 21:03

목백일홍  

                                  도종환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 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서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창작과비평사, 1998)

 

배롱나무 꽃 

                        예당 조선윤


화무십일홍이요
열흘 붉을 꽃 없다지만
석 달 열흘 피워내어 그 이름 백일홍이라
뜨거운 뙤약볕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꽃봉오리 터지던 날
진분홍 주름치마 나풀거리며
살랑이는 바람결에 살포시
미끈한 속살 내비치는 한여름의 청순한 화신이여!
제 안에 소리없이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온몸 다해 다시 피워내어
폭죽처럼 터져 선혈처럼 낭자하다
반들반들한 수피에 붉는 간질 나무여
화려한 꽃그늘 밟으며
꽃 폭죽 맞으며 여름 가고
꽃 카펫 밟으며 가을 온다.

 

밤나무 아래 솟아나는 밤버섯,  우리네 어렸을 적엔 즐겨 먹었던 버섯인데 요즘은 먹질 않는다. 

같은 둘레길이지만 살짝살짝 가지치는 오솔길을 바꿔서 걷기도 하며 
나흘째 연속 걷는데 그래도 체력이 받쳐주니 감사한 일. 
그제 같이 걸었던 동행인은 종아리 아프다고 이틀째 엄살 중, 
그럴수록 조금씩이라도 걸어 풀어줘야 하는데 워낙 걷기를 싫어하다보니...

제 철을 맞아 화려하게 꽃을 피운 배롱나무가 여기 저기 보이기에 시기가 좀 늦긴 했지만 
작은 가지 하나 떼다가 시험삼아 삽수로 이용해 잘게 나누어 작은 화분에 몇 개 꽂아 보았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추(立秋)  (0) 2022.08.07
충동구매  (0) 2022.08.06
대서(大暑)  (0) 2022.07.23
동행인이 있는 산책 날.  (0) 2022.07.22
산길 같은 우정  (0)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