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미약골 산행 취소된 날

opal* 2022. 8. 9. 15:03

남쪽 지방에서 지내는 지인들 한테서 오는 소식은 가뭄이 심하다 하고,    
포털에서 본 사진도 가뭄이 심해 저수지 바닥이 갈라진 모습을 보았는데 이곳은 왼종일 주룩주룩.   
다른나라에 비해 땅덩이가 그다지 크지도 않은 나라인데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산행 전날 폭우

어제의 폭우와 계속되는 비 소식으로 산행이 취소 되었다. 

산행지는 청량봉 미약골, 두 어번 다녀온 산이고, 계곡 산행이라 안전을 위해 취소한 것이다.  

강변으로 가는 차들은 육갑문 폐쇄로 미리 막고 있다.

어제 오후부터 밤사이 내린 폭우로 오늘 아침 서울 곳곳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다. 
여기저기 도로 곳곳은 침수되고 지하철 운행도 일부 멈췄으니 출근길 불편은 당연지사.  
자주 이용하던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가 운행 정지되고, 
일반열차도 운행구간 중 허리에 해당되는 노들역∼사평역 7개 역사 구간이 운행 중지되어  
가운데 부분을 제외한 양쪽 구간만 따로 운행되고 있다. 


비 피해 겪은 도심과 달리 강 수위는 어떤지 궁금하여 오후 산책 겸 나가 둘러 보았다. 
비는 며칠 더 내리겠다는데 피해는 더 이상 나오지 말기를 빌어 본다. 

 

언덕 위 지대가 높은 산책길도 물이 차 있어 통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굳게 닫힌 한강변 차도 육갑문.
걸어서 통과하는 인도도 물이 차있고, 위험하여 막고 있다. 육갑문 폐쇄로 강 수위를 볼 수 없어 그대로 돌아섰다.
하수도의 역류 현상으로 도로가 잠기고 있다.

갑자기 더 쏟아지는 폭우로 산책길에 도랑을 만들며 흐르는 물.

계단은 폭포가 되어 흐르고.
차도에도 물이 차고 있다.

빗물 하수 역류 현상. 

80년 만 또는 115년만의 기록적 폭우라고 하는데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내 체험으론 다르게 느껴진다.  
12년 전(2010. 9. 21) 추석 전날, 송편 빚으며 "이렇게 많이 내리는 비는 처음 본다"고 했던 일이 있었다.
시간당 100mm의 강우량을 기록하며 300mm나 되는 폭우가 내린 서울, 
오후 한 때 메스컴에 계속 오르내리던 서울 화곡동 주변, 좍좍 퍼붓는 비를 감상하며 송편 빚던 기억이 있다. 

11년 전(2011.7)엔 이틀 동안  400여mm의 폭우가 쏟아져 우면산 산사태, 예술의 전당 앞에 흙이 쌓이기도. 
양천구 주택 침수 등 피해가 있었다.  몇 년만이라는 햇수가 무슨 뭐 그리 중요한 것인지?  

몇 십년 전 초가을 어느날,    
밤새도록 폭우가 내린 다음날 아침, 동네 사람으로 부터 소식이 전해진다. 
논에 베어 놓은 벼가 둥둥 떠내려간다는 전말이다. 그 시절엔 논 바닥에서 벼를 말리던 때 이다. 
부친께선 타 지역으로 전근 가신 상태, 오빠는 군입대로 집에 없고, 모친께선 병환 중. 

마을 사람 모두 각기 자기 할 일 바쁜 와중이라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어린 동생들 데리고 논으로 가니 베어논 벼들은 둥둥 떠서 아랫논 쪽으로 몰려 들고 있다. 
초가을이라 차갑게 느껴지는 수온,  논에 들어서니 가슴까지 물이 차오른다. 
발 뒤꿈치 들고 돌아다니며 벼를 걷어다 윗쪽 논둑에 모아 놓는데 물에서는 운반이 쉬우나 
논둑에 얹는 일은 젖은 벼라 무게가 느껴져 힘들었다. 
철없는 어린 남동생은 논에서 수영하니 재미 있다며 싯뻘건 흙물에서 발장구 친다.  
수확량의 반의 반도 못건진 상태지만 어디서 보상 받을 길도 없었던 시절, 박통 때의 일 이다. 


폭우과 관련된 피해 소식 들으니 이런 저런 날 지나간 날 들의 생각이 떠올라 끄적여 봤다. 
폭우로 세 명이 목숨을 잃은 반지하 방 들여다보며 국정운영 책임자가 하는 말이 한심하게 들린 날 이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해 후 강변길 걷기  (0) 2022.08.14
우중? 산책  (0) 2022.08.13
입추(立秋)  (0) 2022.08.07
충동구매  (0) 2022.08.06
나흘째 연속 걷기  (0) 20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