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30528(일) 우중산책

opal* 2023. 5. 28. 09:49

며칠 전, 1976년 6월 태풍 파멜라 이후 47년만에 괌을 강타한
태풍2호 마와르(장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토)부터 석가탄신일 대체휴일인 내일(월)까지 내리겠다고 한다.  
내리는 빗줄기는 가늘지만 땅속 깊이 스며들어 만물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점심 식사 후,  줄기차게 내리거나 말거나 우산들고 오랫만에  나섰다.
진흙에 빠지거나 미끄러지 않기 위해 데크길을 이용해 산으로 향했다.
휴일엔 많은이들이 찾는데 오늘은 비가 내려 인적이 드물다.  
숲 속에 내리는 비는 땅으로 바로 내리지 못하고 떡갈나무, 밤나무, 물오리나무, 팥배나무, 참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뭇잎에 골고루 떨어지며 적막을 깬다.
지표면의 키 작은 은방울 꽃잎에도 떨어지여 잎을 흔든다.

정상에 다다르니 숲 속엔 운무가 뽀얗다.
정상 정자 아래 비에 젖지 않은 긴 나무 의자 한 쪽에 앉아 쉬려니 서늘함이 감싼다.
속에선 땀이 났으나 가방에 챙겨 넣었던 겉옷을 꺼내 걸치고
물 한모금으로 입 축이고 다시 일어섰다.
운무가 낀 숲이라 많이 어둡다. 능선길로 갈까 하다 모처럼 나왔는데
거리가 좀 짧은 생각이 들어 계단길 이용해 내려 딛으니 완전 물길 이다.
평소와 반대로 시계 바늘 방향으로 걸으니 분위기가 새롭다.
멀리 보이는 산 정상엔 구름이 잔뜩끼고,  
시원스런 전망인 들판에 물이 가득가득 고인 모습은 풍년이 예상되어 내리는 비가 고맙기만 하다.
조금 걷다보니 다시 땀이 솟아 겉옷을 도로 벗어 가방에 넣었다.
산책로 중 북사면 아래 가장 음습한 구간,
데크길 위로 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가뜩이나 어두운데 갑자기 소리가 나며 뒤에서 누가 우산을...  
깜짝 놀라 돌아보니 빗물에 불어 무거워진 굵고 삯은 나뭇가지 하나가 우산 위로 떨어진 것이다.  

마지막 오르막 계단 위, 작은 새 한마리가 앉아있다 포르르 날아 도망간다.
어제도 내리고 내일도 온다는데 이렇게 연일 비가 내리면 새들은 뭘 먹고 살지?
그러고 보니 늘 숲 속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뭇잎에 고였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는 요란해도  
비에 젖은 숲 냄새 흙 냄새가 싱그럽고 향긋하다.



저녁 식사 후 동생과 통화하다 환자 얘기까지 나와 영양음료 주문 했다기에 "고맙다, 잘 먹을께" 한 후 환자의 변비와 관장 얘기까지 했다.
전에 친정 모친께서 힘들어 하실때 동생이 관장도 해드리고, 음료(뉴케어) 마시게 해 드린 후 부터는 변비가 없어졌다고 했었다.
환자에게 이번이 세 번째(3, 4, 5차)관장이라 했더니 두 번째라고 부득부득 우긴다.
이젠 그러거나 말거나 ... 더 이상 얘기하면 싸움으로 변하게 된다.
아무 소리 안하고 혼자 산에 다녀왔더니
어쩐 일로 "내일부터는 좀 움직여봐야겠다" 고 혼잣말 하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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