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01(일) 가을을 선물로 가져온 시월 첫날
쾌청한 날씨가 아까워 오랫만에 나섰더니 은행나무 잎은 색을 달리하며 떨어질 준비하고, 낮은 언덕에도 숨이 차고 스틱 잡은 손가락에 쥐가 난다. 조금 걷다 쉬기를 반복,
한강이 발아래 보이는 정자 쉼터, 가까이 다가가진 못하고 먼 발치서 아쉽다 하니 봉우리 마다 보여주며 북한산이 반긴다.
간만에 만난 바위 틈 제비꽃, 처음부터 물을 많이 주면 다 흡수 못하고 흘러 넘쳐 작은 병뚜껑에 따라 그것도 세번에 나누어 조금씩 부어 주어야 낭비없이 제비꽃이 받아 드린다. "내년 봄에도 짙고 예쁜 보라색 꽃 피워 주렴."
나무 그늘 아래 쉼터, 오랫만의 발걸음이 힘들어 잠시 시원한 바람 맞으며 긴 의자에 누우니 나뭇잎 사이로 빠꼼히 보이는 하늘이 웃는다. 낮은 오르막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어떻게 산엘 다닐꼬?
발 묶일 날도 머지 않았지만 어쩌랴 세월이 시키는 일을.
아침 저녁은 서늘해 긴 팔 입으니 아직 삐뚤어지지 않은 모기 입은 옷 위로 덤빈다.
혹시나 해서 물봉선 군락지로 발 옮기니 아직 흔적 지우기 아까운지 듬성듬성 몇 송이가 남아 반긴다.
정상아나 마찬가지인 헬기장 한쪽에 파란 하늘 배경으로 핀 코모스가 한껏 뽐내며 살랑댄다. 앞이 탁 트여 한강이 길게 보이는 전망대, 날씨가 쾌청하니 동쪽 멀리 위치한 123타워가 남산 옆에서 존재를 알린다.
두둥실 떠있는 한 덩이의 구름을 담기 위해 고개 젖히니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나타났다 흩어지며 흔적 없이 사라지면 드높은 허공만 덩그마니 남는다. 세상에 태어나 잠시 살다 떠나는 우리네 인생 축소판이 구름 이련가 구름은 과연 존재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우유와 호두과자 세 개가 오늘의 점심, 물까지 마시고 일어서서 나머지 길을 내딛는다. 정상까지는 좀더 가야하나 전망대가 정상 역할한 셈.
태극기 아래 긴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중인데 넓은 모자 챙 아래로 누군가 손 들이밀며 악수를 청한다, 깜짝 놀라 고개들어 쳐다보니 낯선 장애 청소년, 웃으며 손잡아 주고 가던 길 가라 손짓하니 앞장서서 간다, 메스컴에 묻지마 폭행 기사가 떠오르기도, 험악해진 세상을 탓해야 하나? 이기심으로 가득찬 인간을 탓해야 하나?
아직 달려 남겨진 누리장나무 열매가 보여 앞으로 가던 길 방향을 옆으로 바꿨다. 군락지를 알기 때문이다. 짙은 청색의 작고 동그란 열매는 많이 떨어지고 빨간 꽃받침만 아직 생생하여 숲속을 장식한다. 길 바닥엔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뒹굴어도 도토리 줍는 사람 발길은 아직 없었나 보다. 다른 곳에선 여러 명 보이던데... 전 같으면 몇 개 줏으련만 이젠 한 개라도 절대 줍지 않는다. 도토리 줍기부터 입에 넣기까지의 묵 만들기가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던지...
초록색에서 누런색으로 변해가는 넓은 벌판을 커다란 구름이 그늘을 만드니 황금빛 벌판에 그림자가 생겨 어둡게 보인다. 산둘레 한 바퀴 돌아 정상, 마지막 쉼터 정자 지붕 아래 긴 의자에 앉아 다른 방향에서 온 여자들과 말 몇 마디 나누니 "힘이 하나도 없어 뵌다"기에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다"고 했다, 11시 반에 나와 사진 찍느라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며 현재 오후 세시 반, 네 시간을 소요했으니 기운 있을 리도 없다.
다시 일어나 하산길 재촉, 갈 때와 달리 돌아올 땐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어 부지런히 귀가.




































낮엔 바람이 심해 바닷물에 못 들어가고 대신 계곡물에서 점프"하는 손자 사진 보내온 며늘, "죽변항에서 저녁 식사하고 숙소로 들어왔다"고 소식 알리며 "내일 아침 식사 후 귀가 예정"이라기에 "나머지 시간도 재밌고 알차게 보내고 오라"고 답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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