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양광모/ 12월의 기도

opal* 2023. 12. 31. 18:06


12월의 기도


               양광모

12월에는
높은 산에 올라
자그마한 집들을 내려다 보듯
  세상의 일들을 욕심 없이 바라보게 하소서

12월에는
맑은 호숫가에 앉아
물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듯
지나온 한 해의 얼굴을 잔잔히 바라보게 하소서

12월에는
넓은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 너머로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듯
사랑과 그리움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게 하소서

12월에는
우주 저 멀리서
지구라는 푸른 별을 바라보듯
내 영혼을 고요히 침묵 속에서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고 또 바라보게 하소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듯
내가 애써 살아온 날들을 뜨겁게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불꽃처럼 살아가야 할 수 많은 날들을
눈부시게 눈부시게 바라보게 하소서.



12월의 기도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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