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9(금)
이것은 사랑의 노래
이원
언덕을 따라 걸었어요 언덕은 없는데 언덕을 걸었어요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양말은 주머니에 넣고 왔어요 발목에 곱게 접어줄 거에요 흰 새여 울지 말아요
바람이에요 처음 보는 청색이에요 뒤덮었어요 언덕은 아직 그곳에 있어요
가느다랗게 소리를 내요 실금이 돼요 한 번 들어간 빛은 되돌아 나오지 않아요
노래 불러요 음이 생겨요 오른손을 잡히면 왼손을 다른 이에게 내밀어요 행렬이 돼요
목소리 없이 노래 불러요 허공으로 입술을 만들어요 언덕을 올라요 언덕은 없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요 새의 발이 가득해요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흰 천을 열어 주세요 뿔이 많이 자랐어요 무등을 태울 수 있어요 무거워진 심장을 데리고 와요
문학들 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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