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6 대룡산(899m)
대룡산 첫산행은 16년 전('08.6.12), 대룡산 옆에 솟은 녹두봉과 연계 산행 하려다 등산로를 찾지 못해 산 속에서 헤매다 녹두봉 정상은 못오르고 결국은 대룡산만 올랐었다.
녹두봉 아래에서 헤매던 오래전 기억이 떠올라 이침 버스 안에서 대장님께 "왜 그 산을 택했나?" 물으니 "우리 산악회에서는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 이란다.
예보 대로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고, "강원도 산악지대는 폭설이 내린다"는 소리도 들리니 등산로에 눈이 쌓여 있으면 길 찾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산행 들머리 향해 고속도로 달리던 중 들린 휴게소, 볼 일 끝내고 나오다 등산복 대리점에 눈길이 가기에 둘러보다 상의 점퍼 하나 구입, 생각지도 않다 구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옷이 헤져서 못입는 경우는 없으니 십 년은 또 거뜬히 지낼 것 같다.
들머리 도착하니 빙 둘러 주위에 보이는 산꼭대기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눈인지 상고댄지 높고 먼 산은 모두 하얗다..
어짜피 원점산행이라 1진 따라 적당히 걷다 내려올 생각으로 사진 찍어가며 천천히 오르기 시작, 쉬엄쉬엄 한동안 올라 정상까지의 길이가 2.6Km 라고 쓰인 이정표를 보니 마음이 변한다. 올라온 거리도 있으니 왕복이면 6Km, 선두와 많이 떨어져 있긴 하지만 잘 하면 올라갔다 와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2진으로 같이 걸었던 일행들은 도로 다 내려가고 혼자 오르는 중인데 앞서가던 몇 사람들이 그만 가겠다며 내려오고 오늘 처음 참석한 한 분은 가지도 오지도 않는 상태, "더 올라가실건가요?" 여쭈니 "더 가고 싶은데 선두는 벌써 올라가고 몇 사람이 같이 걷다 내려가니 망설여 진단다. " 가시고 싶으면 올라 가세요 동행 할께요"
처음 참석하신 분이라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연세 여쭤보니 '36년생 이라 하신다, 한국 나이로 여든 아홉, 아흔이 다 된 노인이란 소리에 놀랄 수 밖에.
아래에 없던 눈이 고도가 높아질 수록 적설량이 많아 진다. 포근한 봄날씨에 한겨울 만큼 적설량이 제법 많아 몸은 힘들어도 기분은 베리굿 이다.
한참을 오르니 선두 일행들 쉼터에서 잠시 막걸리 타임을 갖고 있어 정상까지는 같이 오를 수 있었다. 2진으로 적당히 걷다 하산하려다 정상까지 오르고 보니 대룡산 두 번째 정상 탈환에 야호~다. 16년만에 먼 거리를 달려와 900m 고지 정상기념 인증 남기려니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 오랫만에 다시 오를 수도 있다니... 자신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정상에서의 점심 식사 후 한 분이 나무에 쌓인 눈을 보니 본인의 심정과 같다며 흰 눈 위에 낙서?를 하신다.
我的心情如木丘雪(아적심정여목구설, 나의 마음은 나무 언덕 눈 같다.)
따뜻해진 봄 날씨에 언덕 나무 위에 눈이 쌓인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중국어 한 구절은 저물어 가는 같은 시대의 인생 길이라 동감이 느껴진다.
정상 전망대 아래에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 넉넉히 싸왔다며 나눠주는 꿀맛 같은 밥 같이 먹고 하산 시작.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예정했지만 눈 쌓인 길이 분명치 않아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 딛으며 하산하니 그 사이에 눈이 많이 녹아 오를 때의 환상적이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하산지점 다 내려오니 햇님이 반짝, 흰구룸 두둥실 파란 하늘이 축복해 주니 감사한 마음 뿐이다.
하산하여 단체로 춘천막국수 집으로 들어가 한 상에 네 명씩 앉아 희망하는 메뉴로 먹는데 우리 네 명은 만두국과 막국수, 재료가 메밀이라 많이 부드러워 먹기 좋아 맛나게 먹고 혼자서 지갑 여니 힐링도 된다.
송림(松林)에 눈이 오니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내어 임 계신 데 보내고저
임께서 보신 후에야 녹아진들 어떠리
ㅡ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
'송강가사(松江歌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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