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5회(14구간, 궤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

opal* 2005. 4. 19. 12:59
 

05:30. 출발. 오후부터 비가 오겠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날씨가 맑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강 물줄기를 바라볼 수 있게 휴식공간으로 잘 꾸며 놓은 금강 휴게소에서 20분간의 휴식을 취한다. 


09:15  궤방령(310m) 도착.

차에서 내려 바로 산으로 올라서는데 만개한 진달래가 아침햇살에 화들짝 놀란 얼굴. 젖은 낙엽 사이로 돋는 파란 풀과

나무마다 새로 돋는 연두색 잎과 진달래와 산 벚꽃이 많다. 봄은 봄이로구나! 3월의 춘설과 기습한파로 개화시기가 늦어진

꽃들이 앞 다퉈 피고 있다. 先花後葉의 진달래가 만발한 상태인데 산철쭉이 잎도 피기 전에 급하다며 꽃망울을 터트린다.


10:30. 바위능선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고 조망도 트이기 시작, 잠시 뒤돌아보니 지난번에 종주했던 황악산의 모습이

나뭇가지사이로 sky line을 나타내며 반긴다. 


바람이 시원하니 땀도 적게 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렇게 좋은날을 산행 중에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오늘 구간 중 유일하게 만난 짧은 암릉도 있다.


10:50. 가성산(716m) 도착. 나무에 가려져 조망은 한곳만 틔워져있고 정상바닥엔 시멘트 포장이다.

백두대간 종주 중에 오랜만에 보는 표지 석은 반이 잘려져 아래 부분만 남아 이름 없이 서있다.


눈 쌓인 겨울엔 미끄러워 내려딛기 힘든 가파른 하산길이 지금은 낙엽과 부엽토로 된 까만 흙으로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어 먼지도 일지않고 진흙처럼 미끄럽지도 않아 큰 무리없이 내려가며 진달래와 함께 걷는다. 

진달래꽃 쳐다 보는라 힘든 줄도 모른다. 예전에 먹던 생각이 나 진달래 꽃잎을 따서 입에 넣어 본다. 


11:00. 얼굴과 지표면을 가까이하고 장군봉을 향해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다 내려서서 교목의 나목사이 뒷동산 같은

평탄한 낙엽 길을 걷는다. 시험림인지?  흰 끈으로 묶어놓은 나무 여러 그루가 눈에 띈다. 나무들이 커서 여름엔 시원하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갈참나무 군락지의 나목사이로 불어오는 지금의 바람도 엄청 시원하다.


11:30 물로 목 축인 후 다시 비탈길을 오르는데 낙엽 속에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보인다. 제비꽃, 별꽃, 양지꽃, 꿩의 비름 등

모두 키 작은 꽃들이다. 일부러 꽃 찾아 찍으러 다녔건만, 렌즈 갖추자니 무겁고, 시간 부족으로 산행 중엔 찍을 수 없어 아쉽다. 


11:45. 억새에 가려진 헬기장(683m)을 지나  잠깐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데 온통 진달래만 보인다. 조금 내려서니 헬기장이 또 있다.


11:55 눌의산(743m) 정상 도착. 오늘 구간중 제일 높은 산이다.

정상에 할미꽃이 여기 저기 피어있어 밟힐까봐 반갑고 조심스럽다.12:40 까지 느긋하게 점심 식사. 


13:05. 하산 길에도 여전히 진달래 숲. 아래로 내려설수록 진달래꽃이 지고 있어 멋진 꽃길을 걷는다.

아래로 고속도로가 보이니 내려가기가 싫다. 숲 우거진 꽃길만 계속 걸으면 좋겠다. 김소월님의 시 진달래 생각이 난다.


오늘 하산지점이 추풍령인데 아직 시간이 많으니 작점고개까지 더 가자는 의견도 있어 다들 모여 얘기를 나눴지만 처음 대로 결정.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겠다, 해의 길이도 길어졌겠다, 더 가도 되겠지만 차는 추풍령에서

기다리고 있고,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위한 산행인데 무리하지 않게 다니는 것이 좋겠다.


첫 날이 너무 춥고 힘들어 오늘이 좋은 날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무더운 여름이 걱정되지만 그때는 또

그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으리라 믿으며 주변을 온통 진동시키는 조팝나무의 향기를 싫컷 맡는다,


고속도로 아래로 뚫린 곳을 통과하고 비닐하우스용 철 구조물이 있는 밭 옆으로 내려선다.

경부 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와 4번 국도가 나란히 달리는 곳이다.


13:45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220m) 도착. 간단한 하산주가 기다린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4시간 30분


14:30. 귀가 행 bus 출발. 돌아오는 국도변엔 배꽃도 만발하고 먼 산엔 산 벚꽃 잔치.

봄꽃에 취해버린 하루, 계절의 고마움을 느낀 하루. 귀가 시간이 일러  강가에서 나물을 뜯는 여유로운 시간도 가져본다.


2005. 4. 19.(火).  백두대간종주 다섯째 날. 백두대간 14구간을 종주하다.

                  (궤방령~가성산~장군봉~눌의산~추풍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