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에 출발. 다른 날 보다 좌석이 조금 널찍해서 편하고 좋다. 우등 고속bus 만큼이야 안 되지만 늘 이랬으면 좋겠다.
지난주에 왕복 12시간의 부동자세를 생각하니 더욱 더 간절한 마음 이지만 어디 내마음 대로 되는 일인가.
07:50. 죽암 휴게소. 휴게소 도착 전엔 모두들 자느라 조용한 분위기라서 기사님은 지루하겠다.
09:25. 황간IC를 빠져나와 지난번 하산 종점이던 큰재 도착. 지금은 폐교된 인성분교(옥산 초등교) 담 옆으로 일렬로
늘어서서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니 봉분 둘레를 돌로 잘 꾸며논 2기의 묘지가 있다. 30분쯤 지나 콘크리트길인 임도를
건너 우측 산으로 올라서니 임도 아래 커다란 비닐하우스와 과수원의 씨끄러운 경운기 소리가 산속의 정적을 깨트린다.
10:00. 잡목 숲 오솔길의 나무에 매달린 오래된 리본만이 백두대간 길 임을 알려준다. 낙엽송 숲길을 지나고,
푹신한 솔가래도 밟으며 몇 발자국씩 마다 방향을 요리조리 바꾼다.
길옆 잡목에 스친 얼굴은 아픈데 여러 종류의 길고 짧은 새들의 지저귐은 기분을 좋게 한다.
10:25. 회룡재 도착. 대간 종주 길에 두 번 보았던 A4용지크기인 연두색의 종이코팅 표지판.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걸을 때, 어디인지 잘 모를 때는 표지판을 만든 분께 감사드린다. 풀들이 돋은 마차길 정도의 넓이에
대간 길을 가로지르는 이 고개에 그 표지판이 아무렇게나 바닥에 떨어져있기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는 쪽으로
옮겨놓고 다시 올라서니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봉투 무더기가 눈에 거슬린다. 왼쪽 나무숲 사이로 개간한 흙이 보이고,
길옆 나무에 직접박아 매어놓은 철사 줄도 눈에 거슬린다.
10:40. 오른쪽 아래엔 잎이 무성한 떡갈나무 숲, 둥굴레 군락지에서 사진 찍고 일어서니 왼쪽아래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엔 어느새 아카시아의 진향 향이 묻어온다. 짝을 찾는 새 일까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들린다.
무겁게 내려앉았던 구름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강한햇살이 나무숲사이로 뚫고 온다.
10;45. 능선이 아닌 안부 쪽의 나무 없는 비탈길에서 얼굴의 땀을 손으로 문지르니 벌레가 터진다. 엄마야~.
이주 전 종주 때보다 많이 자랐다. 썬캡을 쓴 머리 위에서 또 한 마리의 벌레가 목으로 내려오고 있다.
10:55. 개텃재 도착. 이곳역시 누군가가 작게 만든 표지판을 여러 리본들 사이에 걸어놓았다.
나물을 뜯다 발견하여 캐낸 몇 뿌리의 향 짙은 더덕을 체리님이 먹으라며 건네준다.
어렵게 얻은 귀한 것을 쉽게 주는 님의 너그러운 맘씨가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11:15. 505봉에서의 시원한 바람은 살이 찔 것 같다.
11:30. 은방울 군락지를 보니 산삼 본 듯 반갑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건만,
사진 찍는 몇 분 동안 후미대장님까지 모두 지나간다. 많이 찍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은방울꽃이 나를 쉽게 보내려 하지 않는다.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아쉽지만 안녕-.
11:40. 480봉에 오르니 앞서가던 님들의 간식시간. 지난번엔 물이모자라 아우성이더니 이번에 서로 물을 마시라며 권한다.
무겁게 잔뜩 짊어지고 온 것을... 지도상으론 반은 온 것 같으나 산길이라 알 수가 없다. 꿩 한 마리가 소리 내며 지나간다.
12:15. 윗 왕실재 도착. 다른 고개보다 길이 넓고 양옆엔 옹벽을 치고 그 위로 스테인레스 난간을 튼튼하게 만들어
아래로 내려서지 않고 건너편 산으로 건너가기가 쉽다. 왼쪽으론 조망이 탁 트여 길 끝 멀리 논과 마을이 보인다.
난간아래 콘크리트엔 빨간 글씨로 “국토가 숨쉬는 곳! 여기는 백두대간.”이라고 음각으로 굵게 새겨놓았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스틱에 의지하고 오른다. 잎이 어느새 다 자란 산철쭉가지를 헤치며 걷는 능선엔 바람이 시원하다.
12:45. 백학산을 오르는 오르막길 같은데 큰 노간주나무가 꽤 많다. 진초록의 묵은 잎과 연두색의 새잎과 갈색의
아직 못 떨어진 잎이 어우러진 색감이 아주 예쁘다. 토질도 여지 껏 걷던 산들과는 다른 마사토 이다.
전부터 보면 노간주나무는 이런 흙에서도 잘 견딘다. 이런곳엔 큰 나무가 없어 햇볕이 뜨겁다.
얼음물로 목축이고 어기적거리며 오른다. 오르내리기를 몇 번 거듭하며 올라서니 오른쪽 건너 산중턱에 집 몇 채의 마을이 보인다.
인삼밭의 검은 채양 면적과 마을 면적이 거의 같아 보인다. 커다란 잡목 숲을 걷느라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마을을 못보고 왔다.
13:10. 잎 모양과 꽃 색깔이 싸리나무를 닮은 동글동글한 잎과 분홍색 꽃이 예쁘게 핀 이름 모르는 꽃을 사진에 담고
정상이려니 생각하고 오르막을 다 오르니 울창한 떡갈나무 숲에 바람소리가 대단한데 정상이 아니다.
떡갈나무가 많으니 낙엽이 푹신푹신. 이런 그늘과 바람과 낙엽이 있는 곳에선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도 않을 것같다.
13:20. 白鶴山정상(610m) 도착. 16구간중 제일 높은 산인데 나무가 커 조망은 별로다. 먼저오신 분들 모두 식사중이다.
날씨와 지형과 여러 가지 여건이 좋아 생각보다 일찍 도착. 산행도 빨리 끝날 것 같아 여유로운 식사시간을 갖는다.
다 먹고 나니 날씨가 다시 흐려지며 바람이 세게 불어 춥다. 참 변덕스러운 산중 날씨.
오늘 구간 중 처음 보는 작은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한 장. 쓰레기를 모두 주워 들고 내려선다.
14:05. 하산 시작하여 15분쯤 내려서니 차가 교차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임도가 있다.
우리가 가야할 함박골로 내려가는 탈출구라고 들었지만 다시 맞은편 산으로 오른다.
14:20. 나즈막한 산을 다시 오르내리니 땀이 금방 흐른다. 아래 계곡에서 능선으로 올라오는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비가 오려는가 보다. 잡목 숲이 빽빽하여 바람이 못 올 것 같은데도 너무 세차 그런가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소리와 바람이 일품이다. 나뭇가지에 이마를 또 부딪친다 오늘 두 번째.
14:50. 잎이 무성한 산철쭉 가지가 앞을 가려 길이 안보일 정도의 오솔길을 지나고 다시 솔밭을 지나 능선 따라 계속 오르내리며
하산하니 왼쪽 작은 나무 위로 물이 가득한 논이 보이고 왜가리 한 쌍이 깨르륵 대며 여유롭게 물 논 위로 날고 있다.
15:00. 개머리 고개 도착. 역시 풀이 무성하여 차는 다닐 수 없는 우마차길 정도다. 이곳에서 함박골까지 걷는 시간과
몇 십분만 더 보태면 차가 달릴 수 있는 지기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같이 날씨 좋고 바람 불어 좋은날 아예
지기재까지 가면 다음날 이곳까지 걸어 올라오는 수고는 덜 수 있을 것 같지만 선두 따라 가야 한다.
고사리, 취나물, 더덕, 잔데, 삽죽...등 여러 가지 나물을 뜯고도 함박골을 향해 내려가며 지천으로 깔린 어린 쑥을 뜯느라
바쁜 님들이나 모내기 끝낸 논둑에 피어있는 예쁜 색의 야생화를 찍느라 바쁜 나, 모두들 행복한 모습이다.
15:40. 차가 기다리고 있는 함박골에 도착. 오늘의 총 산행시간 6시간 소요.
차고 시원한 콩나물국물과 포도주 한잔을 마신 후 귀가 행 bus에 오른다.
2005. 5. 17(火). 백두대간 16구간을 종주하다.
(경북 상주. 큰재~회룡재~개텃재~윗왕실재~백학산~개머리고개~함박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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