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4회(13구간, 우두령~바람재~형제봉~황악산~궤방령)

opal* 2005. 3. 15. 11:37

 

05:30. 출발, 07:50. 옥천 휴게소 도착.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번만 쉬는 20분간의 휴식 시간은

식사는 물론 sun cream도 발라야 하고 운동화끈도 조여야 하는 여러가지로 요긴한 시간이다.  


09:00. 우두령(720m) 도착. 준비운동으로 몸을 푼 뒤  10분후 산행시작. 

차가 고개까지 올라가는 곳은 바로 대간 능선이라 아래에서부터 능선까지치고 오르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다.


바스락... 바스락...  뽀드득... 뽀드득... 바싹 마른낙엽과 쌓인 눈을 밟는 발자국 소리다. 능선에서 여럿이 길게 줄지어

낙엽 길과 눈길을 반복해서 걸으니 제법 박자가 맞는다. 여름산행에서는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리듬이다.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은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르며 너무 힘이 드니 가방 무게만 없어도 훨씬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배낭을 안 메고 올라갈 수도 없지 않은가. 


10:25. 세 봉우리를 오르내린 후  여정봉(1030m) 도착. 무명봉이 많은 대간길이 그러려니 생각하고 간격이 벌어진 채

앞사람만 쫓다보니 삼성산에선 이름대신 삼각점이 있다 했는데 못보고 지나쳤다.

여정봉에도 표지 석은 없고 작은 글씨로 써서 나무에 매달아 놓은 금속판을 쳐다본 후 직각으로 꺾으며  눈길을 내려선다.

오른쪽 멀리 산 위로 통신시설물이 보인다.


10:30. 바람재(임도) 도착. 바람이 많아 바람재 인줄 알았는데 바람이 없다.  겨우내 뺨을 얼얼하게 때리던 그 매섭던 바람은

다 어디로 갔는지? 저기압 날씨에 바람이 없어 춥지도 않고 해도 적당히 가려져 산행하기엔 안성맞춤 이다.


다시 오르는 능선 길엔 쌓인 눈과 진달래나무 뿐인데 우측 옆으론 절개지이고 아래엔 밭인지 창고 같은 건물 한 채가 보인다. 

차도 한 대 보이는데 산이 많이 훼손될 듯하다. 급경사 내리막길에 억새와 눈이 많아 엉거주춤 하며 내려서는데

앞의 한 사람이 주르륵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누워있는 억새도 눈도 모두 미끄럽다.


10:45. 헬기장도착. 다른 곳은 보통 산위에 있는데 여긴 낮은 곳에 있다.


걸음 마, 걸음 마, 첫돌 무렵 애기 걸음마 시키는 박자로 겨우 겨우 급경사를 오른다. 오르다 말고 잠깐 돌아보니

지나온 산들이 북쪽을 향한 곳은 모두 하얗다. 오를 땐 까맣고 질은 부엽토 흙길을 오르고 내려갈 땐 하얀 눈길을 내려가게 된다. 

눈이 많이 쌓인 길에선 깊은 발자국을 쫒는 것 보다 얼어있는 눈을 밟는게 걷기에 더 편하다.


11:10. 황악산 119구조요청 10번 지점, 표지판이 표지석 대신 매달려 있다. 예전엔 까마귀를 들에서 많이 보았는데

요즘은 이렇게 높은 곳에나 와야 볼 수 있다. 눈이 잔뜩 쌓인 이곳에서 뭘 먹고 살까? 멀리 벌판에 저수지와 마을이 보인다.


오늘 처음으로 바위능선을 잠깐 걷는데 양쪽으론 절벽상태다. 이곳엔 키 큰 고목의 참나무 종류와 나이 먹고 키 작은 

뽀얀 수피의 진달래가 많다. 잡목 없이 두 종류의 수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질서가 잡혀 있는 것 같아

보기에도 깨끗하고 좋다. 참나무가 많으니 가을엔 다람쥐도 많겠지?


11:20. 119구조요청 9번 지점. 높이로 봐서 이곳이 형제봉(1030m)인듯하다.  힘들게 올랐던 봉우리들이 눈에 덮힌 채

발아래 구불구불 펼쳐져 있다. 이곳에도 참나무종류와 진달래뿐. 진달래 필 때면 온산이 빨갛게 물들어 보기 좋겠다.


11:35. 또 다른 봉우리. 반대편에서 오는 두 사람을 만났는데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니 힘내서 가라고 격려를 해준다.

백두대간 무명봉에선 사람만나기 힘들던데. 이름을 모르는 채 넘다보니...어느 산의 정상이냐고 물었더니 황악산이란다. 


11:45. 황악산(111.4m) 정상도착. 벌써? 더 가야 될 줄 알았는데...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직지사로 내려가는 표시가 많아

주의해야 할 곳이라 모두 모인 후 같이 출발. 일단 직각으로 꺾으며 직지사 쪽으로 내려서는데 밟혀 다져진 눈과

얼음이 반쯤녹아 앞에 가던 리더가 미끄러진다. 대장을 앞질러 눈 쌓인 곳으로 몇 명 내려가니  길이 아니라며 부른다.

앞에 먼저 가본들... 후미는 역시 뒤에 가야 편한 법. 다시 올라오느라 힘들어 쩔쩔맨다. 


12:25. 119구조 요청 5번 지점에 여시골산 이정표가 있어 안심하고 좌측으로 향한다.

급경사 눈길에 여전히 미끄러지는 사태가 생긴다. 어떤 이는 눈썰매 타듯 엉덩이로 내려간다.


12:45. ‘황악산 2260m남았다’는 표지판 아래 갈림길 넓은 곳에서 1시까지 점심.


15분 혹은 10분 간격으로 백운봉(710m), 운수봉(680m)을 오르내리는 급경사엔 고도가 낮아 눈이 없으니 걷기에 훨씬 편하다.


13:45. 여시골산(600m) 도착. 우측으로 잘못 들어서면 계곡으로 빠지니 조심하라던 곳.

내려섰다가 망가진 무덤하나를 지나 또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선다.  자갈 섞인 급경사 길을 이리 틀고 저리 돌며 내려서는데

여기저기서 아이쿠, 옴메야-  길이 질어 다 내려온 후에 보니 엉덩이에 황토 흙 묻힌 사람이 꽤 많다.

오르막에서 잡고 오를 때 도와주고 내리막에서 제동을 걸어주는 나무가 고맙기만 하다.

    

14:00. 임도에 내려서니 축사 건물들과 넓은 밭이 있고, 아스팔트길이 보여 금방 도착 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14:10. 차가 기다리고 있는 궤방령(330m)도착.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고개에서 시작해 고개에서 끝내니 차 가 있는 곳까지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이 없어 좋다.

위험구간 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생각보다 빠르게 산행을 끝내니 다른 구간도 이랬으면 좋겠다.


궤방령의 넓은 정자가 있는 쉼터에서 뜨겁고 맛있는 야채 해물파전과 포도주를 준비해 주신 분께 감사드리며 냠냠 홀짝.

15:30. 귀가 행 bus에 오르니 굵은 비가 내린다.


2005. 3.15.(火)  백두대간 종주 넷째 날. 제 13구간을 종주하다.

              (우두령~삼성산~바람재~형제봉~황악산~백운봉~운수봉~여시골산~궤방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