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해의길이가 길어져 일출시간과 같게 출발하니 차안이 금방 더워진다.
07:40. 중앙휴게소 도착. 긴 산행을 위해 물대신 따뜻한 국수 국물로 수분을 보충 한다.
09:00. 4번 국도에 있는 추풍령 도착하여 들머리를 찾아보니, 포장을 마치고 마무리 작업 중인 새로운 4차선 도로가
기존 도로 옆으로 말끔하게 단장하고 개통을 기다리니 앞으로는 들머리도 바뀌게 생겼다. 며칠사이에 제법 푸르러진
녹색 숲의 잡목 속으로 모두들 재빨리 몸을 숨긴다. 알을 낳으려는 어미 새의 지저귐이 녹음 속에 시원스레 들린다.
09:40. 날씨가 더워 금방 땀이 흐르니 물로 목을 축이고 八字걸음에 갈 之字로 힘들게 오른다.
10:00. 흙이 파헤쳐진 길을지나 대간 능선 길에 묘를 쓴 해주 오씨 묘를 지나 소나무와 잡목으로 이루어진
나무사이 좁은 길을 요리조리 비집고 헤쳐가며 걷는다.
10:30. 앞쪽 멀리 높은 산 정상에 군사시설이 보이기에 우리가 넘어야 할 곳으로 알았는데 방향을 좌측으로 돌고,
다시 우측으로 바꾸며 능선의 좁은 오솔길을 걷다보니 시설물이 안 보인다.
11:05. 땀은 쏟아져도 녹음 속에서 걸으니 지금은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만 같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이의
콘크리트길을 만나 이곳이 작점고개인가보다 하고 산행지도를 봤지만 도상거리와 실제거리를 측량 못하는 나로썬
알 수 가없다. 길을 건너 가파르게 잠시 올랐다 내려서니 조금 전 그 길과 연결된 콘크리트길이다.
산 위에 있던 군사시설(난함산. 733m)로 오르는 길인가보다.
콘크리트길로 계속 내려가는 것은 아닐 테고... 방향을 몰라 물과 간식을 먹고 뒤에 오는 이를 기다려 다시 산속 길로
들어서서 걷다보니 또 그 넓은 길을 만난다. 그러고 보니 그 찻길은 경사가 심해 뱅뱅 돌아가고 우리는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다시 숲으로 들어서서 5기의 커다란 묘가 있는 곳을 지나 완전 그늘 속에서만 걸으니 시원하다.
12:05. 아스팔트길 옆으로 ‘능치쉼터’라 써 붙인 6각형의 정자가 있는 작점고개 도착. 추풍령에서 세 시간이 걸렸다.
지난번 산행 때 일부 회원들이 더 걷자고 했던 곳이다. 세 시간이나 걸렸으니 지난번에 걸었으면 거리가 엄청 길 뻔했다.
잠깐 쉬고, 묘지인 가족이 만든 듯한 돌계단을 올라 묘 1기를 지나 숲속 길을 걷는데 방향이 일정치가않다.
나무 사이의 좁은 길을 몇 발자국을 걷다 요리 틀고 또 몇 발자국 가다 조리 돌며 걷고 있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화살표 모양으로 만든 나무판자에 ‘백두대간’이란 네 글자를 써서 꽂아놓았다.
소나무 숲길을 걸을 땐 솔향이 좋고 떨어져 쌓인 낙엽은 융단같이 부드러워 완충제 역할을 해주어 좋다.
시원스런 녹색의 떡갈나무의 숲은 선그라스를 필요없게 만들고 낙엽은 푹신푹신하다.
12:30. 하얗고 빨간 무늬의 깃대와 삼각점이 있는 473.7봉 도착. 계속 숲길로만 다녀 주변을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선 한쪽으로 멀리 알록달록한 색깔의 지붕이 있는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12:45.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푹신한 낙엽과 녹음속의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는데 눈 바로 위 모자 챙에
파란 새끼 애벌레가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린다. 알에서 부화된 모양인데 새로 나온 연한 잎이나 먹을 수 있겠다.
벌레가 많아야 숲속의 새들도 살아갈 수 있을 생각을 하니 미워 하지도 못하겠다.
12:50. 갈현고개 도착. 고개라 하여 우 마차정도의 넓은 도로를 연상했는데 길은 좁고 계곡같이 움푹 파인 곳의
나뭇가지에다 누군가가 연두색바탕 A4용지의 크기에 까만 글씨로 ‘갈현고개‘ 네 글자 아래
작은 글씨로 ’용문산 1시간‘이라고 써서 걸어놓은 정도다.
13:00. 바람 한 점 없는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용도가 뭔지 모를 까만 망으로 둘러쳐진 작은 구조물이 보인다. 보기에 흉하다.
용문산에 올라가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루한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는데 뒤에 오는 분이 밥 먹고 가자며 조른다.
밥을 먹기 위해 가방을 내려놓으니 작은 애벌레가 가방에도 모자에도 손등에도 여기저기서 꼬물꼬물 거린다.
길을 걸으며 자세히 보니 큰 나무 가지에서 거미줄 같은 줄에 매달려 계속 떨어지고 있다.
13:40. 가뜩이나 지루한 오르막길을 밥을 먹고 오르니 더 고된 길이 된다. 백두대간 길은 능선으로만 다니니
계곡 만나기 힘들고 먹을 물도 없다. 준비한 얼린 물과 생수 한 병 그리고 음료수. 갈 길은 먼데 먹을 물은 다 떨어져간다.
다음엔 찬물을 더 준비해야겠다. 오후가 되니 지열이 섞인 훈풍이 아래에서 올라온다.
14:30. 용문산정상(710m) 헬기장 도착.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뜨거운 볕이 싫어 삼각점을 지나 얼른 숲속으로 직행.
오른쪽 아래 멀리 마을이 보이고 내려가는 샛길이 보일 듯 말듯, 시원한 그늘 바위에 앉아 쉬는 동안 바위 틈에 핀 예쁜 꽃 찰칵.
15:00. 690봉 도착. 마실 물이 적으니 더 갈증을 느낀다. 가파른 내리막을 한참 내려딛고, 다시 700봉 오르는 길도 꽤 가파르다.
이곳으로 오르기 전에 용문산 기도원 쪽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설걸 그랬나? 산행 시작하여 지금 다섯 시간을 넘게 걷고 있으니
올라설 힘이 없어 아주 천천히 오른다. 나무도 철쭉 류가 많아 그늘도 별로다. 건조한 바람에 입은 마르고 물은 부족하다.
15:35. 가파른 700고지 도착하니 만세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겠지. 살찌는 바람이 불어온다.
물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한 그늘에서 한 잠 자고 싶다. 피로의 증거일까? 내려다 뵈는 가파른 하산길이 끔찍한 생각이 든다.
서너 시간 전엔 마냥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국수봉으로 다시 오르는 길은 참나무 숲인데 높아 그런지
잎이 아직 새순이라 그늘이 없다. 침묵으로 오르며 잠깐씩 서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많이도 걸었다.
15:55.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국수봉(793m) 도착. 오늘 구간중 제일 높은 봉우리이며 하얀 표지석이 있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아끼고 아끼던 물 한 모금을 모두 마셨다. 이젠 물이 없다 한 방울도. 갈길은 남았는데.
16:00. 키가 큰 산철쭉 군락지 사이로 난 낭떠러지 하산 길을 내려딛는다. 이 봉우리만 오르면 끝나는 줄로 알았는데
앞에 낮은 봉우리들이 몇 개 또 보인다. 683봉을 또 오르려니 이젠 지쳐 가방을 내리고 쉰다. 물도 없고.
산행소요시간이 7시간이면 된다 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선두는 도착했을까?
16:35.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엔 커다란 나무를 몇 그루 잘라 방치한 상태라서 지저분하다. 작은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다
하산. 바람에 입이 말라 입을 꼬-옥 다물고 내려딛는데 뒤에 오던 야생화님이 생명수 같은 얼음물을 건네준다.
고마운 님 복 받을 껴.
17:20. 큰재에 도착하여 외딴집의 수돗가에서 호스를 입에 댄 채 배가 부르도록 찬물을 들이켰다.
외딴집 옆에 있는 논 비닐 하우스안엔 논에 심겨질 못자리 벼가 모내기 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스팔트 건너엔 폐교된 초등학교 자리인데 지금은 ‘부산 녹색연합 생태학교’란 간판이 걸렸있다.
길옆 학교 울타리 앞엔 좌측으론 금강(, 우측으론 낙동강의 분수령이란 푯말이 세워져있다.
9 시간 만에 도착하는 나머지 분들 기다린 후 18:00. 귀가행 차에 오른다.
산행 소요시간 8시간 20분.
2005. 5. 3. (火). 白頭大幹 제15구간을 종주하다.
(추풍령~사기점고개~작점고개~갈현고개~용문산 ~국수봉~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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