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죽암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황간 IC에서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10:10, 네 시간 반만에 두 번째 종주 날 하산했던 물한리 주차장 도착. 차에서 내려 볼일과 준비운동으로 몸 풀고,
'물한계곡'이라고 쓰여진 표지석 쪽으로 가니 초소 입구에서 한 마디만 하겠다며 정지 시킨다.
"오늘부터 산불 방지기간이라 입산금지해야하는데 산에 눈이 많아 그냥 들여보낸다."고 하며 보내준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3월인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지난 번엔 눈길 하산이라도 경사가 완만하여 쉽게 내려온것 같았는데 눈과 얼음으로 다져진 그 길을 다시 오르려니
금방 헉헉대고 땀이 흐른다. 두번째 날엔 잔뜩흐린 안개 속에서 능선이 이리 굽고 저리 비틀려 방향을 모르겠더니
삼마골재 쪽으로 한참을 오르다보니 오전 햇살이 앞에서 비쳐 방향을 알려준다.
11:10. 계곡의 비탈길을 오르느라 눈과 얼음과 나무만 쳐다보며 올라서서 하늘이 조금 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목 축이며 휴식.
11: 25. 삼마골재 도착. 백두대간의 능선에 올라서서 뒤돌아 보니 지난번에 걸었던 눈에 덮힌 삼도봉이 보인다.
삼도의 경계는 삼도봉에서 끝나고 이 능선은 왼쪽의 충북 영동과 오른쪽 경북 김천의 경계다.
바람이 왼쪽에서 불며 능선을 넘으니 오른쪽 능선 아래에 있는 나무 가지에만 빙화가 열렸다.
설화도 아니요 상고대도, 고드름도 아닌 투명하고 영롱한 얼음으로 두껍게 쌓여 있다.
지금의 계절에만 볼 수 있는, 높은 산행 경력이 없어 처음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일부러 물을 뿌려도 이렇게 투명하진 못하리라. 맑은 소리가 울릴듯 하여 한번 쳐보고 싶다.
1124m의 봉우리에 올라 시야가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보니 근처에 민주지산과 석기봉이 있으나 이 많은 산봉우리들을
내 실력으론 구별 못하겠고 멀리 스키장 slope가 유난히 희게 보이는 산이 덕유산 인가 보다.
청량한 날씨로 인해 스카이라인이 뚜렷하고, 적설로 인해 산의 입체감이 뚜렷하니 panorama를 보는 듯,
겸재의 진경 산수화를 보는 듯, 흰 눈이 있어 더 아름다운 모습이여!
오늘이 3월이니 이 모습도 오늘로 끝나고 날씨가 풀리면 다음 산행 땐 볼 수도 없겠다.
어떤 능선엔 쌓인 눈의 높이가 엉덩이가 묻힐 정도가 되는 곳도 있고 양지쪽 비탈길에선 눈이 녹아
시커먼 물이 졸졸 흘러 질퍽하기도 하다. 낙엽수가 많아 부엽토로 되어있어 탄광지대 만큼이나 까맣다.
바람이 많이 불어 그럴까? 능선에는 특히 관목이 많은데 모두 얽혀져있으니 여름산행 때는 이런 길을 어떻게 헤치며 다녀야할지?
밀목령을 지나 다시 오르막길에선 십 여명이 한 줄로 늘어서서 가고 있지만 모두가 緘口無言이다.
그만큼 각자의 힘들다는 무언의 표현이리라... 오로지 동북 방향을 향해 행진 - 행진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눈 위에 뒹구는 얼음조각을 하나 주워 깨트려 입에 넣으니 땀을 흘리며 걷는 발걸음에 걸맞게
차갑고 시원하고 달콤할 정도로 맛있다.
바람 없고 아늑한 눈밭에 앉아 오랜만에 산위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하산하여 식사를 했는데
3월부터는 도시락 지참이다. 20분간의 맛있는 점심과 커피까지 마시고 13:15. 다시 행진.
1089m고지를 올랐다 내려서니 잡목 속에 섞인 진달래는 이미 통통한 모습으로 花牙分化되어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어떤 소나무는 얼음의 무게로 굵은 가지가 부러져 있다.
14:00. 1111m의 암봉을 오르는데 얼음으로 덮인 바위 절벽을 가느다란 rope에 매달려 내려섰다 다시 오르기를 반복.
한사람이 완전히 내려선 후에 다음사람이 내려서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고 오늘 구간 중에 가장 위험한 곳이다.
로프도 너무 가늘어 불안할 정도인데 세 번씩이나 이용했다. 입장료가 없어 그럴까? 굵은 밧줄이었으면 좋겠다.
1175m의 봉우리를 또 하나 넘고, 14:40. 오늘 구간 중 제일 높은 화주봉(1207m) 도착.
암봉에서 바라 볼 땐 무척 가까이 보였는데... 오늘 구간 중 1000m넘는 봉우리가 자그마치 여섯 봉우리나 된다.
마지막 봉우리란 생각이드니 만세소리가 절로 나온다. 굽이굽이 지나온 10여km의 능선을 뒤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15:05. 눈 쌓인 헬기장을 내려선 후의 내리막 눈길은 스키를 타듯 내달린다. 발밑에 마을도 보이고
아스팔트길도 보이나 도착하려면 멀었다. 오른쪽으로 긴 그림자가 흰 눈 위에서 따라 걷고 있다. 하루해를 산에서 마감하고 있다.
15:45. 우두령(720m) 도착. 산행 소요시간 5시간 45분.
오늘은 백두대간의 구간 중 비교적 짧은 구간(13.25km)을 걸었다.
16:45. 후미대장까지 다 내려온 후 시산제를 지내고 떡과 술을 나눈 후 17:20. 귀가 행 bus출발.
2005. 3. 1. (火). 백두대간 종주 셋째 날. 백두대간 12구간을 종주하다.
(물한계곡- 삼마골재~밀목령~화주봉~우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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