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0. 차에 오르니 명절 연휴 끝이라 그런지 빈 좌석이 보인다.
지난주의 태백 산행 때 바람으로 인해 낮은 체감온도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또 영하권이라는 예보!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서서 그럴까?
아님 바람이 불지를 않아 그런가 생각 보다 날씨가 푸근하게 느껴진다.
08:45. 행구동 관음사 입구에 도착하여 스트레칭으로 몸 좀 풀고 옷도 가볍게 입고 산행 시작.
골짜기의 계류는 흐르다 그대로 얼어 높이가 높아지니 그 옆의 오솔길까지 흘러 돌들과 눈과 얼음과 어우러진
빙판 길을 걷느라 눈은 오로지 발 디딜 곳만 주시하며 경사가 가파른 곳은 지그재그로 올라서며 땀을 닦는다.
10:20. 곧은치 고개(860m) 도착. 지도와 이정표의 표기가 틀려 ‘고든치’인지 ‘고둔치’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2주 전에 비로봉 산행 때 하산하며 향로봉엘 못 가 아쉬워하던 곳이다.
이렇게 금방 다시 산행 기회가 올 줄 몰랐다.이 곳 부터는 능선으로 오르느라 바람이 세다.
허 파속 깊이 찬바람을 맘껏 들이 마신다 의식적으로! 병원에서 X-ray 찍을 때 숨을 잔뜩 들여 마시듯!
곁에 동행인이 없을 땐 얘기 할 상대가 없으니 심호흡을 계속 오래 할 수 있어 좋을 때도 있다.
양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들과 먼 산들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어 능선길이 좋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서서 뒤를 바라보니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10: 45. 향로봉(1043m) 도착. 오늘은 별로지만 겨울산행 설경이 비로봉 보다 이곳이 낫다고 한다.
향로봉에서 남대봉에 이르기 까지는 눈이 제법 있어 길옆의 산죽나무들은 눈 이불을 덮고 얼굴만 빼꼼히 내어 놓고 있다.
오르막에선 한 발짝 올라서면 두발짝 만큼 뒤로 미끄러지기도 하고, 앞으로 내려설 땐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겨울산행 때 보는 맛이기도 하다. 바위 덩이들로 정상을 이룬 봉우리들을 몇 개 오르 내린후 돌아서서,
지나온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경치 좋은 암릉 구간을 감상하며 따끈한 물로 목을 축인다.
11:45. 산행시작 세 시간 만에 남대봉(1182m) 도착.
눈이 하얗게 쌓여 더 넓어 보이는 헬기장 옆 위로 작은 컨테이너 박스로 된 빈 초소가 있다.
벽에 ‘남대봉 1182m’ 라고 씌어진 네모진 팻말이 붙어있다. 지도상엔 망경봉이라 표시되어 있으니 헷갈리기도 한다.
빈 초소도 그렇고, 써붙여 논 팻말도... 산 이름 표시도 모두 어울리지 않아 뵌다. 그 높은 곳에 흔한 돌로 된 표지석 하나 없다.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서니 상원사 갈림길. 남한에서 설악산 봉정암 다음 두 번째로 높은 위치(1100m)에 있으며,
선비를 살려주느라 꿩이 보은의 종을 울려 주고 죽어 赤岳山에서 꿩 ‘雉’字를 써서 산 이름을 치악으로 바꾸었다는 전설이 있다.
가보고 싶었는데 영원사 쪽으로 하산하라는 연락이 와 아쉬운 마음으로 그냥 내려 딛는다.
하산하는 서쪽 길은 동쪽보다 훨씬 가파르고 돌들도 많아 걷기에 시간도 더 걸리고 위험하다.
경사가 급한 만큼 계곡은 깊고, 아름답게 흐르는 물소리는 안 들려도 많은 수량의 물이 폭포 인 채로 얼어
거대한 고드름 상태로 있어 가히 절경이다. 철제와 나무로 된 예쁜 구름다리 들이 연결 지어 있듯 제법 많은걸 보면
여름엔 계곡을 여러 번 건너야 되나보다. 지금은 다리 밑의 얼음이 썰매 타기 좋을 만큼 넓다
신라시대에 쌓고, 양길과 궁예가 축성하기도 하고, 고려시대에는 원 나라의 적을 물리치기도 하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과의 격전지였던 4km의 石城이 남아있다는 영원산성이 하산 길에 표시되어 있지만 둘러 볼 시간이 없다.
제천 백련사의 본처와 상원사의 소실 사이를 용마를 타고 다녔던 주지스님의 손자국과 용마의 발자국이
상원사 앞 벼랑 끝에 남아 있어 용마암이라 불린다던데... 보고 싶은 것 많아도 산행 땐 왜 그리 시간이 항상 부족한지...
13:45. 금대리 주차장 도착하니 지난번의 북쪽능선과 오늘의 남쪽능선으로 치악산 종주가 되었다. 산행 소요시간 5시간 .
2005. 2.12.(土) 치악산 향로봉, 남대봉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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