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방장산 산행.

opal* 2005. 2. 26. 19:08

 

06:00. 출발.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며 일출을 맞는다.

호남지역에 눈이 내리겠다는 예보와는 다르게 맑은 날씨다.

계속되는 영하의 기온이지만 해의 길이에서 계절의 바뀜을 느낀다.


출발한지 두 시간정도 후면 휴게실에 들르곤 했는데 부족한 잠을 채우느라 차안이 조용하니 그대로 조금 더 달려

 군산휴게소에서 내렸다 다시 차에 오르니 09:00. 차 안에선 복계산에서의 조난사고 얘기가 후일담으로 꽃을 피운다.


10:10. 신평리에 도착하여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시작. 용추교를 건너며 봄이 곁에 와있음을 느낀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계곡물이 얼음사이로 제법 큰소리로 흐르고 있다.


소나무가 유난히 많은 숲에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싱그럽다.

다른 날보다 더 힘든 것 같아 속도를 늦추고 헉헉대며 숲의 향기를 맡는다.


한 시간쯤 오르며 새롭게 단장한 묘지를 지나 작은 능선에 닿는데 쌓인 눈이 다져져 미끄럽고 돌들이 있어 위험하고 바람도 세다.

흰 눈이 소복소복 담겨 있는 산죽나무 잎들이 능선 길에서 반긴다. 추운날씨엔 푸른 잎만 봐도 반가운데 더 멋지고 아름답다.


11:40. 안부 능선, 정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걸으면 왼쪽 팔은 전남 장성군 하늘에 있고 오른팔은 전북 고창군의 하늘에 있다.

전라 남도와 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12:05. 산행시작 두 시간만에 방장산(일명 방등산)  정상 도착. 암봉으로 된 봉우리다.

742.8m 높이의 산이지만 해발높이가 별로 없는 벌판에서부터 시작되니 걸을 건 다 걸은 셈.

시야가 탁 트여 조망권이 넓으니 우리가 달려온 먼 곳까지의 길이 다 잘 보인다.


커다란 철탑을 지나 고창 고개까지의 내리막 길은 남쪽을 향하고 있어 눈이 녹아 질

고개를 지나 다시 봉우리를 향하는 오르막에서는 다시 눈길을 걷게 된다.


12시 50분. 패러그라이딩 장 도착. 펑퍼짐한 봉우리다. 산 아래가 모두 허허벌판이니 맘껏 날 수 있겠다.

군데군데 저수지가 많은걸 보면 곡창지대 인 듯 하다.


12:55. 벽오봉을 마지막으로 오른 후 능선 길을 버리고 안내에 따라 가파른 오솔길로 하산.

길이 질어 신발 밑에 붙은 흙을 나무에 대고 털어보니 한 짐은 될것 같다.

마을길로 내려서서 물어본 후(겨울엔 사람만나기가 힘듬) 큰길을 놔두고 논둑 밭둑을 지나 지름길로 석정온천에 도착하니 14:00.

산행 소요시간  4시간 육산 이긴 해도 바위가 어느 정도 있어 아기자기하고, 시간과 거리가 알맞다.


점심 식사 후 희망자에 한해 온천욕을 한 후 귀가 행, 차안 에선 다시 복계산행 때의 얘기들.

처음으로 엄청난 일을 당해 크게 놀랬으니 한동안 얘기가 오갈듯하다.

119구조대원들도 놀랄 만큼의 숫자인 혼자서 4개의 랜턴과 후래쉬등 철저하게 준비하신 분의 얘기를 듣고 오는 길에 

12구 짜리 head lamp을 구입했다.

차안에선 호루라기도 나눠줬다. 넙적다리까지 빠지는 눈과 캄캄한 산속에서 세 명이 모두 살아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구조대원들과 불빛으로 교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짐을 덜어 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

큰 가방에 이것저것 비상용품을 채우면 작은 체구가 짐에 눌려 잘 다닐 수는 있을라나?

 

2005. 2. 26.(土). 방장산에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