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빈 좌석이 보인다. 그 예보를 듣고도 우중산행을 마다않고 비옷을 갖추고 나선 나는?
서울에선 비가 그쳤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10:10. 부안군 석상리에 도착하여 들머리를 몰라 물어보려니 비 내리는 한 적한 시골마을에 사람이 안 보인다.
짧은 산행이라면 쉬운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되는 일인데 산의 고도가 낮아 긴 능선 따라 긴 산행을 하기 위해
이쪽 들머리를 잡은 것인데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미답지인 쇠뿔바위봉을 일부러 찾아 나섰는데 오늘따라 대장님이 사정으로 불참,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10:25. 비는 그쳤어도 산엔 안개가 잔뜩 끼고 앞이 잘 안보여 장소를 변경해 우슬재에 도착.
여전히 등산로가 보이질 않는다. 무덤이 있는 옆으로 일행 모두 한마음으로 합심하여 길도 없는 숲을 헤치며 오른다.
11:15. 능선에 올라 바람을 막아줘서 좋았던 땀에 찬 비옷을 벗는다.
종일 내릴 듯 한 비가 그치고 바람에 안개도 걷히고 구름 속을 헤치며 얼굴 내민 햇살이
우리가 옮기는 발자국을 따라 비춰주니 비 온다고 안 왔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11:30.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고도가 낮은 산이긴 해도 좌측능선 멀리 긴 폭포도 보이고
우측으론 계곡건너 암벽 절벽인 봉우리가 안개 속으로 절경의 모습을 나타내니,
맨몸에 나무 막대기 하나 잡고 언제나 앞장서서 산을 날다시피 다니는 김 도사님이 산 선택을 잘했다며
오늘의 이 산은 천천히 떠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음미하는 산행이 되어야한다며 내 늦은 걸음에 맞춰 준다.
맑아진 날씨와 시원한 바람과 멋진 비경과... 이 맛에 산다는 도사님의 한 마디에 맞장구 쳐본다.
11:40. 능선 길에 있는 묘지 몇 기를 지나 높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변산8경과 내변12경, 외변12경, 해변12경 등 모두 36경의 명소를 지녔다는 명색이 ‘변산 반도 국립공원’인데
이곳엔 이정표나 표지석이 전혀 없다. 바위모양과 지도에 표시된 이름으로 대강 어림잡아 짐작할 뿐
처음부터 길도 없는 곳으로 올라섰더니 봉우리 이름을 몰라 좀 답답하다.
11:50. 잡목 숲의 봉우리를 지나 적송 능선 길에서 봄을 알리는 아름다운 새소리와 반석으로 된 능선 길을 지난 후에
커다란 멋진 암봉들이 나타나니 탄성이 절로 난다. 여기가 쇠뿔바위봉(475m)인가 보다.
동물모양 같기도 하고 거대한 분경 같기도 한 모습들이다.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능선을 이루다 절벽으로 끝낸 바위덩이는 용암 분출때 흘러내린 모습 그대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암곡과 함께 오늘의 백미이다. 이렇게 멋진 비경이 이런 곳에 숨어있을 줄은... 뛰어난 암봉미가 압권!
오른쪽의 산 봉우리(의상봉. 508m)엔 레이다 시설이 있고 아래엔 모두 바위 절벽들이다.
고래등 바위와 동 쇠뿔바위봉과 사방을 둘러본 후 서 쇠뿔바위봉으로 올라섰는데 길이 없다.
12:20. 서 쇠뿔바위봉 우측에 바위에서 물이 흐르는 수직절벽 옆으로 깎아 지른 내리막길을 나무를 잡으며 내려서는데
다리오금을 못 피고 쩔쩔 매는 사람도 있어 시간이 걸린다. 다 내려서서 잡목 숲의 능선 길을 걷는데 아래에서
습기를 잔뜩 머금은 훈훈한 훈풍이 불어오니 금방 여름이 된듯하다. 암봉이 가로막힌 촉촉한 숲길에서
잠깐 쉬며 목을 축인 후 새로운 암봉의 밑둥을 돌고,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향해 능선에 올라섰다.
13:05. 전망 좋은 암반 반석 위에서 30분까지 점심을 먹고 숲길을 오른다. 주먹 만큼도 안 되는 크기의 예쁜 파랑새와
다른 새들이 제각기 내는 아름다 운 소리에 왼쪽아래 지붕 색갈이 예쁘게 칠해진 마을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13:45. 지장봉인지 투구봉인지 아님 사두봉인지? 밟으면 부서질듯한 뾰족뾰족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암봉에 올라 뒤를 보니
그 멋졌던 쇠뿔바위봉엔 구름이 걸쳐져 있고 오른쪽 옆으로 능선 따라 길게 따라오던 의상봉이 어느새 뒷쪽으로 밀려나있다.
능선길 옆 숲에 빗물에 젖어 까맣게 변해있는 적송줄기의 아랫부분이 마치 불에 탄 기둥 같고, 바위 능선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초록색 물이 가득찬 부안호가 오른쪽 아래에 봉우리들 사이로 내려다 뵈니 그 또한 비경이다.
14:15. 능선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작은 바위봉에 오르니 바위는 절벽으로 끝나고
길이 없어 되돌아 갈림길까지 다시 내려와 뒤에 오는이들을 위해 노란 리본을 좌측으로 다시 매어놓고 능선길 따라 내려선다.
처음 오르던 숲 속에서부터 내려서는 곳까지 오래된 무덤들이 무척 많다.
14:30. 젖은 낙엽과 돌멩이들을 밟으며 가파른 하산길을 재촉하며 내려서니 아스팔트길과 만나져 방향을 물은 후
걷고 있는데 차가 마중 나온다. 따뜻한 국물과 각자의 기호에 맞게 먹고 마신 후 격포항으로 옮겨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싱싱한 해물로 배를 더 채운뒤 17:00. 귀가행 bus에 오른다.
산행 소요시간 4시간.
2005년 3월 22일(火) 전북 부안 쇠뿔바위봉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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