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겨울과 봄사이에 오른 선운산 산행.

opal* 2005. 3. 12. 19:49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제 저녁부터 바람이 몹시 불어 다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06:00. 출발. 차 안에는 사람이 없는 듯 조용하다.

달리는 차가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서해대교를 건너고 있는 중. 차가 크고 풍속도 빠르니

다른 날보다 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봄의 밝은 아침햇살과 파란 바다 물빛이 어우러져

상큼히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바람 혼자서 시샘을 하고 있다.

 

08:40. 군산휴게소에서 20분간 쉬고 다시 출발하는데 눈이 오락가락.

10:10. 수다동 도착. 입산금지기간(3~5월)때 산행을 거절당했던 일도 있었고, 새로운 코스로 긴 산행을 하고파 오긴 왔는데,

나들목을 못 찾아 길을 만들며 다닐 생각으로 복분자를 재배지를 지나 잡목 숲을 헤쳐 가며 무작정 오르는데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땡겨 발걸음이 안 떨어질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 이십분쯤 올라 오솔길과 만났다. 리더의 모습이 돋보인다.


힘들게 오르고 있는데 앞에 가던이가 스틱으로 푸른 풀 한포기를 캐고 있다.

다른 이도 뽑고 있기에 물었더니 “난이라 캐는데 집에 갖다 심으니 죽더라고요”한다.

생육 환경을 다르면 죽는 걸 잘 알만 한 사람들이... 산에 올 자격 없는 사람이람 아라 말 해주고 

 "잘 길러 번식시켜 도로 제자리에 심어 놓으라"고 했다. 


10:45. 낮은 능선에 올라 뒤를 보니 숲 사이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

산은 육산이라지만 돌도 적당히 있고 오를수록 풍광이 아름답다. 바람이 센 날에 바닷바람까지 불어와 능선에선 많이 춥다.


11:15. 경수산(444.3m) 삼각점 도착. 사방이 탁 트여 시원스럽다. 몇 개의 봉우리를 합쳐 선운산이라 부른다는데

그 중 제일 높고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봉우리다. 산과 바다를 배경삼아 사진 찍느라 다들 바쁘다.

11:40. 철 계단을 내려서며 하산하니 경수봉, 마이재, 관리소로 가는 갈림길.

12:00. 봉우리 하나를 넘어 마이재 도착. 선운사 옆길로 오르면 만나게 되는 길이다.

수리봉을 향해 오르는 길옆으로 아이비 같은 푸른 활엽 지표식물을 보니 몇 포기 안 되지만 삭막한 겨울산이라 무척 반갑다.

 


12:10. 수리봉(336m)도착. 지도엔 선운산이라 되어있는데 산의 이정표엔 수리봉이라 적혀있으니 이름이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원래는 도솔산이었는데 선운사가 유명해지며 산 이름도 바뀌었다. 정상에서의 눈은 센 바람으로 인해 옆으로 날리고 있다.


12:20.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왼쪽 아래로 선운사가 보인다. 포갠바위 근처 아늑한 곳에서 선운사를 배경삼아 자리 잡고

 점심 식사, 많은 눈이 밥으로 떨어져 함께 먹으니 재미있다. 겨울도 봄도 아닌 이 계절에.


선운사 뒷쪽 산자락엔 차밭도 보이며 점점 더 좋은 비경이 나타난다. 국사 봉은 다음으로 미루고 청담암 쪽으로 하산하는데

푸르른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드문드문 동백과 산죽도 있고 맥문동과 아이비를 닮은 상록의 지피식물들도 제법 많으니

여지 껏 지나온 산과 다른 분위기다. 푸른 숲 속에서 심호흡을 해본다. 푸르름은 이렇게 좋은 건데 난을 캐다니...

 

13:00. 창담암 들어가는 임도를 지나 소리재(홍골재)로 오르는 길바닥의 바위는 깊은 계곡에 있는 돌 모양이고 

땅은 낮은 습지같이 물기가 많아 주변과 좀 달라 보인다.

소리재를 지나 커다란 바위에서 바라보는 푸른 숲과 어우러진 암봉들과 암곡의 모습은 오늘의 백미인 경관지대다.

거대한 바위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협곡을 이루고 있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린다는 곳 이다. 


뒷동산 같은 숲길을 산책하듯 걸어올라 사잇길로 내러서니 용문굴. 거대한 고인돌 같이 신기하게 생긴 돌이다.

TV에서 장금이가 엄마 보고플 때 왔던 곳 이란다. 이곳에서 그대로 내려서면 도솔암으로 가는 길인데 왔던 길로 다시 올라

낙조대 향하는 오르막엔 마사토가 흘러 내린 채 나무계단만 앙상한 갈비뼈 처럼 남아있다.


13:50. 落照臺도착. 해는 中天에있는 시간이고, 게다가 눈 마저 간간히 휘날리고 있어 아쉽게도 낙조는 볼 수 없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바위에 올라보니 너무 날카롭게 생겨 꼭대기에 올랐던 남자들이 쩔쩔매고 무서워하며 내려선다.

갑자기 더 퍼붓는 눈 속으로 건너편에 기다란 철 계단이있는 봉우리가 보이는데 갈 시간이 없어 발을 옮긴다.

하루 종일 호젓하게 여유를 갖고 긴 시간동안 다시 한 번 음미해보고 싶은 산이다.


14:00. 천마봉 바위 끝으로가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도솔암과 모든 절경들을 둘러보고 머릿속에 입력시키며 하산시작.

철 계단과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도솔암과 마애불을 위해 있는 듯한, 가까이 잘 보이는 전망대 바위가 있다.

도솔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일부러 포장도로를 피해 선운사앞쪽 산책길로 내려섰다.

 

선운사를 둘러보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미당 님의 시가 생각나고, ‘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송창식의 노랫말도 생각난다.


답사여행을 왔을 땐 대웅전의 쇠서가 몇 개이니 건축양식이 어느 시대고, 탱화는 어떻고, 보물은 무엇 무엇이 있고...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눈을 크게 뜨고 찿아 보고, 봄이면 동백꽃을, 여름엔 상사화를, 가을엔 물과 어우러진 단풍을 필름에 담고져

계절 따라 구석구석 돌아봤는데.. 건성으로 보는 오늘의 모습은 목적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벚꽃나무 가로수엔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이 아닌, 흩날리는 꽃잎같이 함박눈이 퍼얼펄, 이번 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내리고 있다.


15:00. 주차장 도착. 산행 소요시간 5시간.  마지막 사람까지 기다렸다가 몸보신을 위해 해안가에 있는 장어집으로 가니

심한 바람에 파도와 갈매기가 이곳에 다 모여 있는 듯하다

풍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민물인지 바닷물인지 잘 모르겠지만 직접 양식하는 곳으로 다른 집보다 조금 싸다.

 1kg에 (굵은것 4마리) 2만원. 싼 만큼 싫컷 먹고. 17:00. 집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니 오늘도  행복한 하루!!!


2005. 3. 12(土).  겨울눈과 봄바람의 사이에서 선운산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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