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비슬산 참꽃 산행.

opal* 2005. 4. 28. 12:36

 

비슬산 참꽃 산행

06:00. 출발. 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두 시간 반 후에 문경 휴게소.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새로 단장한 건물이라 깨끗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청소하며 일일이 헤어짐의 인사까지,

아주머니의 진심어린 말씨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한번 더 쳐다보니 난하지 않게 화장을 곱게하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하나 없이 단정하고 말끔하게 유니폼을 착용한 그분은 성형술로 예쁘게 만든 얼굴보다 훨씬 더 예뻐 보였다.

깨끗한 곳도 많고 그런 곳에서일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렇게 인사 잘 하는분은 처음 본다.


10:45. 5시간 가까이 달려와 비슬산 휴양림 쪽의 소재사 입구에 도착하여 콘크리트길을 오른다.

길옆엔 어느새 채취한 나물들과 나무의 새순인 두릅과 참죽...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좌판이 있다.

집에 있을 땐 무디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밖에 나오면 하루하루가 다른 계절의 변화를 빨리 느낀다.

밭엔 출렁이는 파도 같은 보리이삭의 물결이, 산엔 새싹들의 산뜻함이 온통 녹색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따가운 볕을 쬐며 비탈길을 오르니 금방 숨이 턱에 찬다. 길옆 바위에 토끼그림이 있는 바위 옹달샘에서 목을 축인다.


11:15. 나무가 많은 숲길로 들어서서 오르는데 나뭇잎이 새순이라 아직 그늘이 없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 소나무가 많은 곳에 오르니 그늘이 있다.

많은 산님들이 뒤섞여 힘들게 오르는데 “야야~ 쉬었다 가야 되지 않겠 나?”

“야야~ 시어머니가 이렇게 힘든 거 시키면 큰일 나겠 제~?”

서울에서 경기도와 충청도를 거쳐 경북 대구까지 왔더니 억양이 다른 말씨가 들린다.

옆으로 지나가는 젊은이의 소지품에서 크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소음으로 들리고.

송림사이로 오를수록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는데 사람이 많다보니 뽀얀 흙먼지가 날린다.


11:40.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 위 산 꼭대기에 웬 탑이 보인다. 저렇게 높은곳에?

물 한모금 마시고 오르고 또 오르니 키 작은 나무만 있어 이젠 그늘로 갈수가 없다.


12:00. 임도에 오르니 이정표가 서있는 네거리.  대견사지 쪽으로 가 아까 아래에서 보였던 삼층석탑과 주변을 둘러보니

시원하고 조망이 좋다. 한쪽엔 여러 모양의 바위와 철 계단이 있다.


12:30. 철 계단을 밟고 올라서니 넓은 분지로 된 진달래군락지... 진달래 바다다.

너를 보러 내 예까지 왔노라....이 먼 곳을 한 걸음에 달려....꽃 떨어진 가지 끝엔 새 순이 돋고 있어

연두색과 분홍빛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넓은 평원엔 군데군데 박혀있는 키 작은 짙푸른 소나무와 바싹 마른 억새와

만개한 진달래뿐이다. 지난일요일엔 축제기간이라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단다. 오늘도 구경꾼이 제법 많다.


12:45. 정상을 향해가는 주 능선 길엔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과 햇볕이 강하다.

아쉬운 마음에 가끔씩 뒤로 돌아 진달래 밭을 다시 쳐다본다. 가끔씩 날아갈 듯한 강풍이 불어오니 

겨울의 칼바람 생각도 나지만 이럴 때  산에 불이라도 나면 대책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에 올라오며 ‘산불조심’이라 써있는 작은 현수막을 많이 보기도 했지만

산에선 무조건 금연 구역으로 지정 해 놓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12:50. 서로 비켜서기도 힘든 좁은 오솔길을 지나 안전한 등산로를 놔두고

가느다란 로프를 잡고 바위로 올랐다 내려서니 유가사쪽으로 하산하는 탈출로가 있다.

그대로 직진하니 다시 솔밭사이의 시원한 그늘진 오르막길. 솔밭 그늘에선 삼삼오오 모여앉아 식사하는 팀들도 있다.


13:00. 사람이 많은 정상부근엔 바람이 세차 흙먼지가 눈과 코와 입으로 날린다.

맑은 공기 마시러 왔는데... 빨리 비가 내려 건조한 땅을 적셔줬음 좋겠다.


13:20. 비슬산의 정상인 대견봉(1084m)에 도착하여 각자 준비한 맛난 점심.


13:50. 숲속으로 내려서는 가파른 하산 길에 좋은 향내가 잠깐 진동을 한다.  무슨 꽃인지 보이지는 않고

어디선가 냄새만 보내주고 있다. 산 아래 숲에선 색깔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상록의 짙은 색과 움트는 나무들이저마다의 다른 색으로 보는 우릴 즐겁게 해주고 있다.


14:20. 사진 몇 장 찍느라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내려서니 먼지가 일지 않아 좋다.

솔밭으로 내려서는 하산 길은 가파르지만 그늘과 바람이 ‘끝-내줘요’.

아름다운 새소리가 좋은 분위기를 한층 돋궈주는데 반대쪽에서 서녀명이 올라온다.

“참꽃 이쓰 예?”

“네?” 반문하니 옆에 있는 사람이 “진달래요” 한다. 진달래가 참꽃 이란걸 올 봄에 알았다.


14:50. 수도암에 도착하여 포만감 느끼도록 시원한 물을 잔뜩 마시고 손 닦고 내려서는데

오랫동안 가물어그런지 계곡에 물이 없다. 흙먼지로 인해 바지 가랑이도 엉망 이다.  


15:30. 황토색 건물이 있는 유가사를 거쳐 주차장에 도착하여 도토리묵 안주만 먹는다.   

산행 소요시간 4시간 45분.


16:30. 귀가행 bus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에 금방 매료된다.

녹색의 보리밭과 노란 유채꽃의 어울림이 있고,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주변의 많은 복숭아꽃들!!!

꽃 피기 전엔 복숭아 밭이 그렇게 많은 줄 모르고 지나쳤는데...

일주일전엔 배꽃이 그리도 아름답게 피어있더니....시간은 이렇게 자꾸 변화를 주고 있다.


22:00. 집에 와 news를 접하니 오늘 전국에서 산불 난 건수가 20건이나 된다고...

그렇지 않아도 낮에 불던 바람과 가뭄으로 너무 메말라 걱정이 되었었다. 


                                                            2005. 4. 28(木).   왕복 시간 10시간 걸린 비슬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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