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빈 좌석이 없다.
8:00. 횡성 휴게소. 출발 때 안 오던 비가 도중에 내리더니 이곳에선 구름 속에서 햇님이 웃고 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니 고속도로 주변의 높은 산허리에 먹구름이 몰려다니며 위협을 하고 있다.
09:35. 좌측 차창 밖으로 동해 바다의 수평선이 잠시 펼쳐지고, 고속국도의 끝 지점인 동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강원도의 험준하고 높은 산 중턱으로 난 길을 빙빙 돌며 오른다. 올라오던 424번 도로가 발 아래로 구불구불 내려다 뵌다.
시퍼렇게 겹쳐진 산들이 허리에 구름 띠를 감고 있는 것으로 높이를 말해준다.
10:30. 출발한지 5시간 만에 미로면 댓재(해발 810m) 도착.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竹峴(죽현) 또는 竹峙嶺(죽치령)이라고 불리며 1984년 10월 지금의 도로가 개통되기까지는
영동과 영서를 넘나들던 옛 고갯길로써 보행자들의 수많은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라는 안내글과
삼척시에서 세운 조형물, 도로 개통 시 세워놓은 '댓재 도로 개통 기념비' 가 서 있다.
차에서 내려 바로 숲으로 들어서니 나무가 우거져 초록의 심연에 빠져 들기도 전에 갑자기 사방이 어둡다.
산철쭉 터널을 지나니 드문드문 깔린 흰색의 노루오줌 꽃이 반긴다.
10:50. 기둥을 박고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가파르게 올라서니 황장산 정상 (1059m). 작은 직육면체의 표지 석과
지난 구간과 같은 모양의 입간판이 서 있다. 예쁘게 핀 싸리 꽃과 잡목 사이로 우리가 지나온 산허리의 구불대는 길이 보이고,
다음 구간에 걸어야 할 두타산이 높게 올려다 뵌다. 고목인 신갈나무와 소나무 아래 키 작은 나무들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길을
싸리 꽃을 헤치며 걷는다. 솔솔 부는 바람 결에 좋은 냄새는 나는데 꽃들이 많으니 무슨 꽃의 향인지 구별을 못하겠다.
11:15. 무명봉인 1105m봉을 숨 가쁘게 오른 후 내려서니 나리 종류의 주황색 꽃들과 노란 원추리와 흰 꽃들이 눈길을 끈다.
산철쭉 터널을 이룬 능선에 좌측 낭떠러지 아래서 먹구름이 나무사이로 올라온다. 황장산 1.5km, 큰재 2.9km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서며 젖은 나무 뿌리를 밟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큰 나무 아래 은꿩의다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1:45. 산철쭉과 진달래가 마주하는 터널을 지나 숲을 오르니 삼각점이 있다. 헬기장인 듯 한 쉼터, 무성한 잡풀 속에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발목을 잡는다. 앞서 걷던 길동무님 초롱꽃이 있다며 기다려 주니 고마워 렌즈 초점을 맞춘다.
12:30. 큰재 도착. 먼저 도착한 여자 후미 대장이 기다리고 서 있어 넓은 황톳길로 급하게 직진하다 나무에 걸려 엎드러진다.
잠시 넓은 길을 따라 올라서니 높은 산이 농지로 변해 버린 광활한 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백두대간 길이 더 이상 훼손 되지 않고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 해본다.
고랭지 채소밭 사이 길로 오르니 시커먼 안개구름이 몰려온다. 정상의 커다란 물탱크를 바라보고 마루금이 그어진
귀리 밭 사이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지나간다. 건너편의 산은 정상까지 모두 벗겨져 농지로 완전히 변하고
배추 모종을 심는 사람들이 밭고랑과 나란히 하며 일손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광동 댐 이주단지의 마을이 산 아래로 보인다.
다시 숲 속으로 들어서니 날씨 탓도 있지만 숲도 우거져 몹시 어둡다.
13:30. 자암재 도착. 댓재에서 8.5km라고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다. 지난 번 구간 때 반대쪽에서 왔던 곳이므로 대간 종주는
여기서 마쳐야 하지만 환선굴의 반대 방향인 우측으로는 하산 길이 없어 할수 없이 더 걸어야 한다.
넓직한 곳에서 먼저 도착한 일행과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신갈나무의 넓은 잎을 때리는 빗방울소리가 제법 크다.
대간 길 걷는 동안 많이도 참았던 굵은 빗줄기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다.
통풍이 안 되어 땀이 많이 나므로 입었던 우의는 벗어서 도로 가방에 넣고, 나뭇가지에 자꾸 걸려 불편 하지만
카메라를 위해 우산을 받쳐 든다.
14:30. 환선봉(1080m). 우산을 받쳐 든 채 포도주 한잔씩을 나눠 마신다. 지난번에 반대편에서 온 곳이지만
탈출로를 만나기 위해 역으로 걷고 있다. 덕항산 방향으로 20분 정도 더 걸어 갈림길을 만나 우측으로 향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 한 곳이라 길이 안 보일 정도로 작은 나무들은 모두 엉켜있다. 어느 곳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목까지 빠지기도 한다. 가뜩이나 비가 내려 나무에 스치며 바지와 신발이 모두 젖는다.
15:20. 예수원 앞. 산 속에 돌로 지은 집이 보인다. 집 앞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마을까지 내려오고 다리를 건너
하천 옆 35번 지방도로를 만나 먹구름 속을 걷는다. 오후에 비가 내리긴 했지만 오늘의 구간은 길이도 비교적 짧았고
고도의 차이가 별로 없어 걷기에 수월했다.
15:45. 차가 기다리는 곳 도착. 오늘의 산행시간 5시간 15분 소요.
따뜻한 누룽지탕 한 그릇을 해 치우고 귀가행 차에 오른다.
2006.7.4.(火). 백두대간 33-2구간을 종주하다.
(댓재~황장산~큰재~배추밭 농로 우회로~자암재~환선봉~무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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