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43회(36구간,백복령~철탑~생계령~골뱅이재~석병산~두리봉~삽당령)

opal* 2006. 8. 1. 16:30

 

지루한 장마와 폭우로 인한 많은 피해로 두 번의 산행 기회를 놓치고 한 달 만의 대간 산행이다.

어제가 중복, 찜통더위가 한창인 이때에 긴 산행을 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백두대간이 무엇이기에... 

 

 05:30. 출발. 08:30. 횡성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멋진 무늬를 그린다.

마가 할퀴고 간 영동 고속국도 주변의 산골짜기 아래엔 흘러내린 토사가  아직도 쌓여있다.

불과 몇 분전에 일어난, 휴가 길의 졸음운전인지 과속인지, 차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받고 갓길에 전복되어 있다.

휴가철이라 차량은 점점 더 늘어날 텐데...


10:00. 거리가 멀어 동해 휴게소에서 또 한 번 잠시 쉰다. 쪽빛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아침햇살에 온통 파랗다.

끝없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모두 함성, 와~, 날씨 뜨거운 피서철인데도 피해가 커서 그런지 바닷가엔 사람들이 없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42번 지방도로를 구불대며 오르니 봉우리마다의 녹색 숲이 시원해 뵌다.


10:50. 백복령(白茯嶺 780m)도착. 예전엔 강릉과 삼척에서 소금이 넘어오던 소중한 길목(‘세종실록 지리지’)이라는데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이 험준한 산길을 어떻게 다녔을까?

차에서 내리니 호젓해야 할 산길에 울타리가 쳐져 있고 경계를 알리는 시설물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동해시와 정선간의 42번국도가 백두대간의 주능선을 가로지르고 있는 곳이다.


길 건너 반대쪽 숲에선 대간 종주 꾼인지 밥하는 모습이 보인다. 울타리 옆 숲 속으로 들어서니 그늘이라 한결 시원하다.

십분 정도 걸어 첫 번째 만난 송전탑(No,42)이 있는 곳을 올랐다 내려서니 다 까내려 없어진 자병산이 나무사이로 보인다.

두 번째 만난 송전탑을 지나니 공사 중인 넓은 빈터에 짐을 실은 트럭이 지나간다. 紫屛山에서 채취한 골재를 실어 나른다. 


백두대간 주능선인 자병산(872.5m), 푸르러야 할 봉우리가 깎여져 모두 없어지고 허옇게 맨 살을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아프다. 정선군 임계면, 강릉시 옥게면, 동해시 신흥동 세 곳의 경계인 이곳은 빼어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이 석회암지역 중 식생과 식물상이 탁월하여 학술적, 자연 자원적 가치가 높은 곳이었단다.

시멘트회사에서 석회석을 채취하느라 1978년부터 산을 모두 파헤쳐 1996년부터는 환경단체와 대립이 되었다는데도

복구가 아직 안 되고 있다. 복구가 된다 한들 그 높던 봉우리가 다시 솟을 수가 있을까? 다른 흙을 덮고

나무를 심는다고 생태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1994년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들은 자병산 정상에 표지기를 달았으나 지금은 완전히 파헤쳐진 상태라서

820봉에서 839봉으로 마루금을 따라 생계령쪽으로 가야 한다. 자병산으로 직진을 못하고 좌회전하는 길에 지열이 푹푹 올라온다

다시 숲으로 들어서서 세 번째 송전탑을 지나 올랐다 내려서고 네 번째 만난 송전탑 앞에서 방향을 우측으로 향한다.

내리막의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이 시원하다. 96봉을 가파르게 오른다. 극기 훈련을 나온 기분이다. 이 더위에 누가 시킨다면 이 짓을 할까? 762봉에서 물과 떡 간식. 내려서는 골짜기의 바람이 시원하게 도와준다. 동해 바다의 시원함까지 모두 몰고 온다. 


12:35. 생계령. 산림청에서 세운 산불조심 입간판에 누군가가 작은 글씨로 써 놓았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지만 주능선인 자병산이 없어져 버렸으니 어쩌랴.

풀을 헤치며 오르고 또 오른다. 좁은 능선 길 우측으로 낭떠러지 절벽을 만날 때 마다 좌측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살려준다.

이 지역이 임계 카르스트(karst, 석회암으로 된 지역에서 물의 침식으로 인해 생긴 특수한 지형으로 움푹하게 함몰)지형이란다


13:00. 서대굴(강원도 기념물 36호),  <동굴의 총 길이 500m, 수많은 작은 통로와 수평 수직통로가 복합적으로 형성,

 다층구조로 발달되어 있으며, 동굴생물은 19종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하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약 4억8천만 년 전)에

퇴적되어 형성 되었으며 옥계굴, 동대굴, 남대굴 등 많은 석회암 동굴이 발달되어 있다.>안내판에 쓰여진 글이다.


13:20. 1/3 쯤 왔을까? 829봉을 힘들게 올라 점심. 더위에 지친 일행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 흩어지고 두 사람이 함께 먹는다.


蟠龍松(반룡송, 천연기념물 381호 )만은 못해도 많은 가지가 제멋대로 구부러져 한껏 멋내고 있는 고사목과 老松 群을 만나니

솔잎에 반사되는 강열한 빛이 푸른 하늘빛을 닮아 이채롭다. 생명의 다함을 알리는지 솔방울이 유난히 많은 나무도 있다.

우측이 낭떠러지 절벽인 능선을 지나 내려딛고, 다시 급경사 922봉을 오른다. 이렇게 힘들게 오를 곳이면 내려서지나 말던지.

922봉 내리막 능선에 바람이 건듯부니 모두들 반가워 소리 지른다. 와 - 이보다 더 시원할 수는 없다.


키가 큰 풀 속에 묻혀 걷자니 길이 안 보인다. 처음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험한 산속에.

한 해만 안 밟아도 길이 없어지겠다. 길이 안 보여 돌부리에 채여 넘어 질 뻔 한다.

돌아서서 바라보니 빙 돌아온 산줄기가 한 눈에 뵈는데 망가진 자병산의 모습이 자꾸 눈에 걸린다.

능선인가 싶으면 우측은 어김없이 절벽. 여러 가지 꽃들 중에 동자꽃과 나리꽃이 유난히 많다.


15:05. 삼각점이 있는 900봉. 내려서는 길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덩굴식물이 길을 막고 여기저기 멧돼지가 파놓은 흔적이 많다.

15:25. 오늘 처음 보는 이정표. 석병산이 가깝다는 얘긴가 보다. 석화 동굴 갈림길이다. 봄이면 얼레지가 많이 피는 곳인지

누가 기둥위에 ‘얼레지 밭’이라 써 놓았다. 헬기장 옆에 고병이재(골뱅이재) 이정표가 또 있다.


15:40. 잠시 쉬며 떡 간식. 그 많던 물이 이제 작은병 한 개 남았다. 더운 날씨에 대비해 많이 준비하여 소금도 먹으며

마셔댔더니 병으로는 네 병, 2.5리터 이상 준비한 물이 1리터도 안 남았다. 내려서며 젖은 돌을 밟아 미끄러질 뻔 한다.


16:00. 앞 사람의 머리만 간신히 보이는 산죽사이의 평지 같은 길을 지루하게 걷다 오르막에 다리에 쥐가 난다며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어 일행 중 한 분이 침으로 종아리를 마구 찔러대니 검은 피가 나온다.

옆에서 보기에도 아파 보여 조금만 찌르라고 했다. 돌아서면 흉물스럽게 변한 자병산의 모습이 여전히 멀리 보인다.


16:30. 상황지미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의 이정표. 석병산이 15분 남았단다.

키보다 큰 싸리나무를 헤치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르니 헬기장.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다.


다시 오르막 갈림길에 석병산을 다녀오는 서너 명을 만났다. 두리봉으로 가는 길에 석병산을 갔다 돌아와야 되는 지점이다.

앞서 온 일행 중 몇 명은 힘들다며 석병산 정상을 안 밟고 그냥 가겠단다.


16:45. 석병산(石屛山, 1055.3m) 정상. 종일 우거진 숲에서 걷다 여기에서 오늘의 백미를 맛본다.

바위가 병풍을 친 듯 아름답다는 곳이다. 그냥 간 사람들은 이 맛을 모르니 안타깝다. 기암괴석의 바위 봉우리가

두 곳으로 나뉘어 한 곳엔 삼각점이 있고 한 곳엔 일월봉이란 표지석이 있다.

아래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들과 막힘없이 뻗어나간 산줄기들, 사방으로 멀리까지 조망되니 내려서기가 싫다.

 

바위 틈에 피어난 노란 돌마타리, 분홍 솔나리, 보라색의 솔채꽃이 자꾸 유혹을 한다.

내리막에 오늘 처음 나온 분이 흰색에 가까운 나리꽃을 털중나리라고 가르쳐줘 고맙지만 털중나리는

오늘 동자꽃과 같이 가장 많이 본 주황색이고 바람에 흔들려 찍기 힘들었던 그 꽃은 분홍색이며 솔나리이다.


17:40. 떡과 과일 간식을 먹고 다시 낑낑대며 올라섰다 내려서고 다시 오르니 두리봉(1032m). 

가늘게 뻗은 나무줄기 사이에 매어단 나무판의 글씨가 알려주며 판 옆으로 많은 리본들이 팔랑댄다.

나무사이로 들어오는 기울어 가는 햇살의 역광에 나리꽃이 아름답다. 키보다 큰 산죽길이 한 동안 이어져 부지런히 걷는다.


18:40. 삼각점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구름에 가려진 햇살이 아름답다. 다음에 걸어야 할 청옥산과 두타산이

넘어가는 햇살에 실루엣으로 보인다.

오르막엔 앞산에 해가 가려져 어둡더니 내리막은 녹색의 신갈나무 잎이 역광에 싱그럽다.

물을 다 마신 빈 통에선 녹다 만 얼음덩이가 발자국을 떼어 놓을 때마다 덜거덕 거리며 시끄럽다.


19:00. 마타리가 많이 피어있는 헬기장을 지나 계단을 설치하기위해 쌓아 놓은 나무토막 위에 닉 그대로

종일 길동무 해주신 길동무님이 지쳤는지 주저앉는다.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은 계단을 설치 중이다.

산행 전에 걱정을 많이하며 각오를 해서 그런 가 내리막에서 발가락의 앞부리만 아플 뿐 걱정했던 것 보다는 컨디션이 좋다.


19:10. 삽당령(680m) 도착. 18km가 넘는 거리. 산행 소요시간 8시간 20분.

길옆으로 흐르는 골짜기의 찬물에 머리 감고 하산 주 겸 밥 한 술 뜨고 늦은 출발.

영동 고속국도의 정체현상으로 밤 1시 넘어 집 도착.


2006. 8. 1.(火). 백두대간 36구간을 오르다.

(백복령~철탑~생계령~골뱅이재~석병산~두리봉~삽당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