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홍 수희- 마음의 간격. 겨울 고해.

opal* 2005. 9. 30. 18:05

 

 마음의 간격 
                      

                                홍 수희

전화 몇 번 하지 않았다고
내가 그대를 잊은 건 아니다
너의 이름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그대를
영영 떠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리운 그대여 부디,
세상의 수치로
우리들의 사랑을 논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대와 내 마음의 간격
어느 비 오거나 눈 내리는 날에
홀로 뜨거운 찻잔을 마주 한 날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떠오른다면
이미 너는 내 곁에 있는 것
우리의 사랑도 거기 있는 것
이 세상 그 무엇도
너와 나 사이
다정한 마음은 어찌하지 못할 테니

 

 

겨울 고해

                  홍 수 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 때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가운 하늘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프게 박혀옵니다

사랑이 되지 못한
바램 같은 것
실천이 되지 못한
독백 같은 것

더러는 아아,
별이 되지 못한
희망 같은 것

다시 돌아다보면
너를 위한 기도마저도
나를 위한 안위의
기도였다는 그것

온 세상이 꽁꽁 얼어
눈빛이 맑아질 때야
비로소 보이는 그것

겨울은,
나에게도 숨어있던
나를 보게 합니다

 

 

<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
현재 부산 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부산 여성문학인회 회원
제2회 <이육사 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으로 '달력 속의 노을'(빛남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