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안 도현- 9월이 오면.

opal* 2005. 9. 2. 17:50

 

9월이 오면

 

                       안 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1961 경북 예천에서 출생.
1981 대구매일 신문 신춘문예 당선
1984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4 전북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
1985 첫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간행
1989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1989 두번째 시집 [모닥불] 간행
1991 세번째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간행
1994 전북 장수군 산서고 국어교사로 복직
1994 네번째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간행
1996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1996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간행
1997 2월 전업작가로 나섬
1998 관계 간행
1998 사진첩 간행
1998 외로울때는 외로워하자 간행
1998 제1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1999 바닷가우체국 간행
2000 짜장면 간행
[시힘]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