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름
趙 炳華
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않는 까닭은
내겐 네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네게서 멀리 멀어져 가는 까닭는
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너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 너를 잊고자 돌아서는 까닭은
말려들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서
어지러운 나를 건져내기 위해서다
이렇게 혼자 내가 떨어져 있는 까닭은
가진 것도 없고, 머물 곳도 없지만
한 없이 둥 둥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 없이 오만한 너의 인간의 자리
허영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너의 거드름 피하여
이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
아, 이 무구한 하늘
내가 너를 멀리 하고자 하는 까닭은
가진 것도, 머물곳도 없어도
홀로 마냥 떠 있을 수 있는
넓은 그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그지없이 외롭다 해도
한없이 적막하다 해도
맥없이 넓은 이 자유
내가 영 너를 잊고자 하는 까닭은
네게 줄 아무것도 내겐 없기 때문이다.
작은 들꽃
조 병화
사랑스러운 작은 들꽃아
너나 나나 이 세상에선
소유할 것이 하나도 없단다
소유한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며
욕심의 시작일 뿐
부자유스러운 부질없는 인간들의 일이란다
넓은 하늘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소유라는 게 있느냐
훌훌 지나가는 바람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애착이라는 게 있느냐
훨훨 떠가는 구름을 보아라
그곳에 어디 미련이라는 게 있느냐
다만 서로의 고마운 상봉을 감사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존재를 축복하며
다만 서로의 고마운 인연을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게 기원하며
이 고운 해후를 따뜻이 해 갈 뿐
실로 고마운 것은 이 인간의 타향에서
내가 이렇게 네 곁에 머물며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세상에서
이만하면 행복이잖니
사랑스러운 작은 꽃들아
너는 인간들이 울며 불며 갖는
고민스러운 소유를 갖지 말아라
번민스러운 애착을 갖지 말아라
고통스러운 고민을 갖지 말아라
하늘이 늘 너와 같이 하고 있지 않니
대지가 늘 너와 같이 하고 있지 않니
구름이 늘 너와 같이 하고 있지 않니
추억
조 병화
잊어 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닥에
잊어 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잊어버리자고
앞 산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여름가고 가을 가고
나물캐는 처녀무리 사라진 겨울 이산에
앞산 기슭 걸어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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