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글

해면대종사- 멋진 사람.

opal* 2007. 10. 6. 00:44

 

 

멋진 사람

 

                          海眠大宗師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어 줄은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香을 사르고

山窓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어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어 詩를 쓰는 詩人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잎에 손질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어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람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野店斜陽에 길 가다 술(酒)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