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숨기고 싶은 그리움
한 용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을 키우고
내 눈 속에만 담고 픈
어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눈을 슬프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작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만을 담기에도 벅찬
욕심많은 내가 있습니다
님의 침묵
한 용운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갓슴니다
푸른 산빗을 깨치고
단풍나무 숩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거러서 참어 떨치고 갓슴니다
黃金의 꽃 가티 굿고 빗나든 옛 盟誓는
차듸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微風에 나러갓슴니다
날카로은 첫<키쓰>의追憶은
나의 運命의 指針을 돌너 노코 뒷거름 처서 사러젓슴니다
나는 향긔로은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은 님의 얼골에 눈멀었슴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맛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녀하고 경계하지 아니 한 것은 아니지만
리별은 뜻밧긔 일이 되고 놀난 가슴은 새로은 슬븜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 인줄 아는 까닭에
것잡을 수 업는 슬븜의 힘을 옴겨서
새 希望 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 때에 떠날 것을 염녀하는 것과 가티
떠날 때에 다시 맛날 것을 믿슴니다
아아 님은 갓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얏슴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沈默을 휩싸고 돔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호는 만해萬海
1879 충남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서 부 韓應俊의 차남으로 출생, 속명은 貞玉, 법명은 용운, 법호는 만해
1884 ~1897 향리에서 한학 수학
1892 천안 전씨와 결혼
1899 강원도 설악산의 백담사 등지를 전전
1904 귀향하여 향리에서 수개월간 머물다
1905 백담사 김연곡 스님에게서 득도. 김영제 스님에 의하여 수계. 이후 이학암 스님으로부터 <기신론>, <능업경>, <원각경> 등을 사사받음
1908 4월경 일본으로 건너가 下關 등지를 순유하고 동경의 曹洞宗 대학에서 불교와 서양철학을 청강함. 10월경 귀국
1910 <조선불교유신론> 탈고 (1913년 불교서관에서 간행)
1912 불교경전 대중화의 일환으로 <불교대전>을 편찬하기 위해 양산 통도사의 고려 대장경을 열람함
1913 불교강연회 총재에 취임. 박한영 등과 함께 불교 종무원을 창설. 통도사 불교강사에 취임. <불교대전>을 국한문으로 편찬(1914, 홍법원)
1918 월간 교양지 <惟心>을 발간하여 편집인 겸 발행인이 됨
1919 1월경 최린, 현상윤 등과 조선독립에 대해 의논함. 최남선이 작성한 <독립선언서>의 자구 수정을 하였으며 <공약 3장>을 추가함. 3월 1일 명월관 지점에서 33인을 대표하여 독립선언 연설을 하고 투옥됨. 7월 10일 <조선독립의 개요> 제출
1926 시집 <님의 침묵>을 회동서관에서 발행하다
1927 신간회 중앙집행위원 겸 서울지부장에 피선됨
1931 김법린, 최범술 등이 조직한 승려비밀결사인 卍黨의 영수로 추대됨
1933 유숙원과 재혼. 벽산 스님, 방응모, 박광 등의 도움으로 성북동에 尋牛莊을 짓다. 여기에서 소설 <흑풍>, <죽음> 등을 조선일보에 연재하다.
1944 6월 29일 심우장에서 이적. 미아리에서 화장하여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히다
1962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重章이 수여되다
1967 <용운당 만해 대선사비>가 파고다 공원에 건립됨
1973 <한용운 전집>(전 6권)이 신구문화사에서 간행됨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님의 침묵> 회동서관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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