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이 해인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 종일
노닐던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 갈 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를 사랑 할 수 있음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나를 키우는 말
이 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이 새로이 솟아 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알지
초대의 말
이 해인
친구여 오세요
은총의 빛으로 닦아
더욱 윤이 나는
나의 하얀 주전자에
기도의 물을 채워넣고
오늘은
녹차를 끓이듯이
푸른 잎의
그리움을 끓입니다
이웃과 함께 나눌
희망과 기쁨의 잎새도
한데 넣어 끓이며
나는 조용히
그대를 기다립니다
눈빛 만으로도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녹차처럼 은은하고
향기로운 맛
다시 끓여도
새롭게 우러나는
사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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