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아래 향로봉이 백두대간의 끝은 아니다.
다만 북한지역을 걸을 수 없기에 남한에서의 마지막 지점으로 생각하느 것일뿐,
백두대간을 이어 걷다보면 누군들 더 연장하여 백두산까지 걷고 싶지 않으랴!
백두대간 종주 향로봉 산행, 마음으론 하루 빨리 걷고 싶었지만 마음 대로 걸을 수 없는 구간이라
대간 종주시작한지 2년 10개월만에, 44구간까지 끝내고 5개월을 기다렸다.
지난 달에 산행 일정이 잡혔으나 군부대 사정으로 지연 되었다.
거리상으로는 당일 산행도 가능한 곳이나 군 부대 관할지역이라 인솔자가 있어야 하므로 무박 산행으로 나선다.
늘 다니던 산악회는 향로봉을 제외한 백두대간 종주를 끝으로 문을 닫고,
다른 산악회에서 간다기에 지인 몇 분과 신청을 했다.
평소 산행도 그렇지만, 무박 산행은 더 더욱 남다른 고민으로 신경이 곤두선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동안 위기도 몇 번 있었지만 잘 넘겨왔다.
그러나 늘 같지 않은 새 날은 또 어떨런지. 항상 일정하진 않지만 저녁 시간에 습관이 길들여진 요즘.
신경써서 관리 했건만 느즈막한 밤 열시 출발하니 소식이 온다.
시내를 통과하고 변두리에서 마지막 참석자를 태운다. 기회다 싶어 하차하여 주유소 뒤로 가니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화장실 문을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
할수 없이 제자리에 승차하여 달린다. 상황은 점점 급해져도 전혀 무관하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는 한적한 지방도로 휴게소는 몇 개를 지나쳐도 소등 상태로 깜깜하다.
고속도로와 달라도 이 정도 인줄 몰랐다. 알았어도 달리 대처 할 방법은 없었겠지만...
남들은 모두 달콤한 잠에 빠져있는 한 밤중, 혼자서 애태우며 밤을 밝힌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한단 말인가. 기회를 노리는 불안한 시간은 왜 이리 길기만 한지.
02:30, 인제 온천 휴게소 도착하여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을 풀고 휴식을 취한 후
05:30 용대리로 향하여 출발 한다. 향로봉은 휴전선 아래 최북단 을지부대 관할이다.
식당에서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진부령으로 향한다.
진부령(520m) 아래 향로봉 대대 정문 도착(06:30)하여, 인솔 하사관 기다려 태운 후
진부령 박물관 앞 도착 한다.(07:00). 을지부대 정문 앞에 4열 종대로 집합하여
군대식으로 정열한 후 제반 보고를 마친 뒤 대열을 이루어 칠섭로를 걸어 산행을 시작 한다.
진부령은 2006.9.5. 44구간 산행 때 미시령부터 걸어와 끝맺음 했던 곳이다.
향로봉 구간은 마루금을 걷는 다른 구간과 달리 군작전도로를 걸어 향로봉까지 갔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것이기에 산행에 대한 묘미나 즐거움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각자 페이스 대로 전신주가 촘촘히 박힌 비포장 넓은 길을 걷다보니 같이 온 사람들은
앞 뒤로 흩어져 걷게 된다. 노랗게 물든 갈참나무 잎이 아침 햇살에 한창 가을빛을 연출한다.
뒤돌아 내려다보니 아래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고 건너편 알프스 리조트 건물과 마산이 안개 속에 흐릿하다.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니 우측 멀리 흰 건물 옆으로 향로봉이 보인다.
산에 큰 나무가 별로 없어 정상까지 잘 보이나 산 모퉁이 돌고 나면 또 다른 모퉁이가 기다리고 있어
반복하며 오른다. '향로로'이라 쓰인 커다란 표지석 앞에서 잠시 휴식.
뒷면엔 '칠절로'라는 도로명과 만나는 지점으로 전망이 좋다. '향로봉 쉼터'에서 다시 휴식(09:50).
좌측 쉼터 맞으편 길 우측에 오석으로 된 추모비가 있다.
'김 칠섭 중령의 추모비'로 그는 향로봉 대대 작전장교로 2004년 11월 19일 전술훈련 마감 후
무전기를 해체하던 사병이 고압선에 감전된 것을 몸으로 끌어안아 떼어놓고 자신은 산화한 지휘관이다.
그의 숭고한 살신성인의 뜻을 기념하기 위해 부대 장병들이 2005년 6월 6일 현충일에 세웠다.
거룩한 정신이 길이 이어지기를~!
차라리 정상이 안 보이면 덜 지루 하겠는데 사선으로 빤히 보이며 거리는 줄지 않으니 오를수록 지루하고,
웬 전신주는 그렇게 많은지, 길 가에 야생화라도 있으면 덜 지루하겠는데 고도가 높다보니 늦가을 풍경이다.
정상의 군사시설을 바라보며 산모퉁이를 돌고 또 돈다.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마루금 산행이 아니고, 넓은 도로를 옆 사람과 얘기하며 오르다 보니 칠절봉(1172m)도 지나치고
앞에 둥글봉이 보인다. 둥글봉도 정상엔 군 시설이 있고, 일반인들은 오를 수가 없다.
길 옆으로 도로 반환점 1.5Km라는 표지석이 있다
오전 10:30. 흰 건물로 된 을지부대 초소 정문을 통과하는데 같이 온 인솔자는 이곳에서 쉬고
등산객들만 향로봉으로 오른다. 향로봉은 설악산에서 북으로 약 30Km, 금강산에서 남으로 약 40Km 거리이다.
금강산은 건봉산으로 뻗어내려 향로봉, 둥글봉, 칠절봉,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연결 된다.
<향로봉은 금강산 1만 2천봉중의 하나이며, 강원도 인제, 고성, 간성의 경계지역으로 해발 1293m,
구름이 낀 날에는 마치 향로에 향불을 피워놓은 형상으로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날씨가 맑은 날은 금강산 비로봉과 고성 절벽강이 보이고 해금강 흰물결이 넘실거리는 모습을 볼 수있다> 라는
향로봉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이 정상에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오를까하여 정상에 세워진 건물 옥상까지 올라가 북쪽을 바라보니
운무가 낀 날씨라 북녘땅은 커녕 금강산 조차 조망되지 않고 북쪽으로 뻗은 마루금만 쳐다보며 감회에 젖는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며 간절하게 오고 싶어하던 곳인데. 북쪽의 마루금을 눈앞에 두고도
더 이상은 걸을 수가 없는 현실에 마음 아프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우리의 산하,
통일의 그날이 빨리와 백두산까지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마음으로 빌어보니
마음 한 구석에 담겨있던 응어리가 녹아 내리며 밀린 숙제를 다 해치운 듯 마음 가볍다.
4시간을 넘게 걸어올라 정상에서 사방으로 골고루 둘러본 후 북녘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함께 종주한 산우님들과 대간 종주 종료 축하주를 곁들인 오찬을 즐기며
2년 넘게 걸린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니 가슴 벅차다. 자신의 의지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식사를 마치고 기념 사진을 남긴 후 을지부대 초소에서 기다리는 인솔자와 함께 하산을 준비한다.
언젠가는 이 가느다란 두 다리로 향로봉에 다시와 금강산을 거쳐 백두산까지 밟을 날을 기대하며 향로봉을 떠난다.
되돌아 걷자니 전에 걸었던 설악산 준령들의 마루금 줄기가 아스라히 조망된다.
언제 또 이곳을 올 수 있을런지?
주변 분들께 감사함을 표시하고 길 양쪽으로 늘어선 많은 전신주와도 작별을 고한다.
비포장 넓은 흙길 오르막을 4시간 넘게 걸려 정상을 밟고, 내리막이라도 결코 빠르지 않은
4시간이 걸린다는 얘길 듣고 지루하게 걷고 있는 중, 부대에 위문차 들렸다 돌아가는 차량이 있어 부탁하여
짐칸에 올라타고 진부령까지 돌길을 50 여분 동안 덜컹 덜컹 달리니 나중에는 엉덩이가 얼얼하며 아프다.
차를 이용한 내리막길 임에도 한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라면 짐작이 갈런지?
입구에 서있는 칠섭로 표지석에 '여기서부터 5.8Km는...
그 후 오르막 도중 향로로 표지석엔 '이곳부터 향로봉까지11.2km...
'두 숫자를 합하면 17Km가 되고, 왕복 34Km가 된다.
길 옆에 세워진 몇 백개의 전신주 갯수와 간격을 알면 길이의 정답이 바로 나오는 지루한 작전도로,
뒤에 걸어 내려오는 사람들 기다리는 동안 대간 종주 기념석들이 있는 진부령 고개 위를 또 찾아 오르니
처음 왔을 때와 또 다르다. 저기 쯤이 향로봉이겠거니 하며 바라보던 때와 정확한 지점 향로봉을 바라보니
감회가 다르고 꿈에 다녀온 듯하다.
2007년 10월 27일(土), 45구간, 마지막 구간을 종주하다.
( 白頭大幹 陳富嶺~칠절령~둥글봉~香爐峰 區間 終了)
2005. 1. 18(火)에 덕유산 신풍령에서 백두대간 종주 첫 발을 뗀 후
무박산행(지리산 1회, 두타,청옥산 1회, 설악산 2회)도 1일로 계산하여
날 수로는 57일, 달수로는 2년 10개월 만에 백두대간 종주 대미를 장식 한다.
내 나라 내 땅을 사랑하며, 자연과 주위 모든 분께 깊은 마음으로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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