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13구간 다시 걷기(우두령~삼성산~바람재~황악산~백운봉~여시골산~궤방령)

opal* 2007. 4. 24. 23:00

 

국립공원 입산금지 기간으로 섬 산행 사량도에 가려던 날이다. 2년 전에 다녀왔어도, 또 갈 생각하며 산악회의 5월

산행공지를 보다 깜짝 놀라 장소를 바꿨다.  4월에 종주 해야할 백두대간 종주 산행인 덕유산 구간을 5월로 연기하여 

1, 3, 5 주에 모두 마칠 계획이었다. 그 5월에 간다고 예고했던 공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산행 장소가 바뀌었다.

 

2년 넘도록 종주하는 대간 산행을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덕유산 구간 중 남덕유산 소구간 한 곳을 남겨놓은 상태다.

龍頭蛇尾가 되지 않고, 有終의 美를 거두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다니고 있어, 오래 전부터 설레는 맘으로 기대가 컸는데

후일의 약속도 없이 5월의 대간종주 산행계획을 모두 없앴다. 收支 打算이 맞지 않아 취소했다니 할 말은 없지만 어이가 없다.


동행인이 찍어준 기념 사진은 있어도, 대간종주 산행 중 유일하게 본인 카메라에 직접 찍힌 사진이 없는 곳이 우두령에서

괘방령까지의 13구간이다. 사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없다는 아쉬움에 백두대간 종주를 끝낸 후 다시 한 번

다녀올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섬 산행도 좋지만 날씨 좋을 때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량도 산행을 접고

우두령을 향해 나섰다. 늘 집 근처에서 태워가고 태워오는 산악회 차를 이용하다 개인적으로 떠나려니 더 일찍 나서게 된다.

 

서울역에서 05:25분에 출발하는 첫차 KTX를 이용해 대전까지,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가는 도중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 일대, 미군의 양민 학살사건 현장의 총알 자국을 사진에 담았다. 노근리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마음 아프지만 바로 돌아서서 산으로 향한다. 단체로 다닐 때와 달리 제약 없이 홀가분하게 다니니 여유를 갖고 주변

볼거리를 둘러 볼 수 있어 좋다. 길 가 여기저기 복숭아 과수단지에 흐드러지게 핀 진분홍 꽃들이

산중턱의 새로 나오는 연두색, 초록색 잎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산천을 찬미하게 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과 경북 김천시 구성면의 경계인 우두령(牛頭嶺,720m)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고개의 형상이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우두령, 또는 소 등에 짐을 싣기 위해 안장처럼 얹는 ‘길마’ 같다 하여 ‘질매재’(길마의 사투리)

라고도 한다. 2년 전에 왔을 때 못 본  커다란 흰 소의 조형물이 새로 보인다. 산과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은 없는 것이 낫겠다.

되도록이면 자연 그대로 놔두었으면 좋겠다. 동물 이동 통로인 육교 옆 울타리를 따라 올라서서 오른 발은 경북 땅을, 왼발은

충북 땅을 상쾌한 기분으로 밟는다. 한 번 걸어본 길이거나, 힘든 길도 백두대간 길이라면 싫증이 안 난다. 걸을 수 있다는

건강함에 마냥 행복하고, 늘 감사한다. 잠시 급한 경사도를 올라 치니 종아리가 당긴다. 요즈음의 낮은 산 산행 끝이라

더한가 보다. Oak 종류의 넓은 낙엽이 바싹 말라 밟을 때마다 쏴악 쏴악 소리를 낸다. 봄철 산불의 위험 요소다.

낮은 곳의 나무들은 푸르른 새 옷을 입고 뽐내고 있는데 이곳 나무들은 아직 잎 틔울 생각 없이 나목상태다. 화사한 진달래꽃이

대신 그 몫을 채워주고 낙엽 사이로 내민 노랑 제비꽃, 애기붓꽃, 양지꽃 등 이름 모를 갖가지 키 작은 꽃들이 반겨준다. 


산행시작 한 시간 만에 삼성산(985.6m) 도착. 둘 산악회의 코팅지와 백두회의 표시지가 나무 끝에 달려 알려준다.

‘1980년 복구, 영동 314’ 삼각점이 낙엽사이로 파릇파릇 나오는 풀 가운데에 금이 간 상태로 있다. 먼저 왔을 땐 못 보고

지나쳤다. 눈이라도 덮여있거나, 어두울 때 지나가면 볼 수가 없다. “어두운 시간에 혼자 다니는 여자도 있다”는 얘기를

오늘 Taxi 기사님 한테 듣기도 했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못 보고 지나친다면 얼마나 아까울까? 양지꽃, 개별꽃,

현호색, 쥐오줌 풀, 홀아비 꽃대... 새로 돋는 푸른 잎 끝에 매달린 갖가지색의 작은 꽃들과 얘기 나누며 오른다.

아름다운 색을 가진 꽃을 보면 늘 신비롭다. 계절마다 다른 봄 한 철에만 만나는 꽃들이니 할 얘기도 많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지도에는 높이만 표시된 1030m봉(11:55), ‘여정봉’이라 써놓은 표시가 바닥에 놓여있다. 조망이 시원스럽다.

돌아서니 바라보니 이 봉우리를 포함하여 황악산까지의 능선 줄기가 시원하게 보이던 삼성산이 아래로 보인다.

다시 헬기장 같은 넓은 곳을 지나 아래에 임도가 있는 폐 초소, 나무의자에 앉아 물과 간식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삼성산을 지나오며 멀리 우측으로 산소자리처럼 보이던 곳이다. 아래에 바람재가 보이고 형제봉과 황악산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장쾌하게 보인다.

 

임도로 내려서고 절개지면 위로 올라섰다 나무계단으로 내려가 바람재에 닿는다(12;45.) 

임도는 바람재까지 옆에서 나란히 하다 옆으로 빠진다. 헬기장이 넓다.

 <未完>

 

2007년 4월 24일 화요일,

(우두령~삼성산~바람재~형제봉~황악산~백운봉~운수봉~여시골산~궤방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