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8-1구간, 두 번째 산행(육십령~할미봉~장수뎍유산~남덕유산~월성치)

opal* 2007. 6. 5. 23:30

 

백두대간 대간종주 시작 땐 좌석이 부족하던 산님들, 시간이 지나며 타 산악회에도 참석하여  일찌감치 끝을 맺으니 

종주 산행이 끝날 무렵엔 빈 좌석이 늘어난다. 운영자 입장에선 수지타산이 안맞는 다며 종주 계획을 취소하게 되니 

일구월심 결석 한 번 않고 한 곳만 참석하던 나 같은 경우는 본의 아니게 유종의 미를 걷을 수 없게 되어 할 수 없이 마지막 

구간을 개인적으로 종주하고 나니, 산악회에서 3개월 만에 다시 대간산행을 한다기에 시간 맞춰 집을 나섰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차가 안 온다. 총무에게 전화 걸으니 "언니 여섯 시잖아요, 산행지(종이) 못 보셨어요?"

산행지가 없어 못 보았을 뿐더러  백두대간 종주 산행치고 05:30 이후에 출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인터넷 카페와 산행 안내지에 공지된 시간이 달라 30분 이상을 기다렸다.

 

06:00. 차에 올라 출발 후 짐 정리하려고 보니 손가방 하나가 안 보인다. "어머나 내 물건 하나가 없네?" 

배낭은 차에 놔두고  차에서 내려 버스기다리던 자리까지 뛰어가 보니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대장에게 전화하니 버스는 가고 있는 중이니 기다렸다 뒤에 오는 총무 차 타고 쫒아 오란다. 20분 뒤 버스를 만났다.


오랜만에 가는 백두대간 종주 산행, 암릉산행이라 준비물이 많다. 重등산화 준비하고 슬리퍼와 얇은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섰다.

다른 날과 달리 차를 오래 기다리다 보니 짐이 무겁다. 큰 가방과 스틱, 등산화 등을 가게 앞 의자에 내려놓고 기다렸었다.

 '짐이 많아 틀림없이 손에 들고 있다 탔는데, 귀신곡할 노릇이네... 두꺼운 울양말, 시원한 망사 모자, 하필이면 비싼 것들만...

차를 오래 기다리다 새벽 바람이 추워 남방하나 꺼내 입었는데 그것 하나 다행으로 여겨야 되겠군, 그나저나 어쩐다?

신고 있는 얇은 양말로는 산행하기 힘든데... '고속도로 입구에서 승차하는 회원에게 얼른 전화하여

"미안하지만 두꺼운 양말과 모자를 갖고 나오라"고 부탁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고속도로를 다시 출발한다. 

 

옥산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장수 IC에서 26번 국도로 갈아 타고 논개사당 방향으로 달린다. 몇 번 다니니 낯익다. 

육십령에 도착하여 산행시작(10:10), 5월 초에 덕유산 종주 산행을  했었으니 한 달여 만의 일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 번 걸었던 곳이지만 가파른 길을 오르자니 여전히 힘들다,  첫번째 만나는 헬기장에 올라

숨 한 번 크게 쉬고 다시 가파른 능선을 헐떡이며 올라 할미봉(1011m) 정상 도착.

조망 좋은 곳에서 뒤돌아 깃대봉과 걸었던 대간 마루금을 바라본 후 앞에 보이는 서봉(1510m)과 남덕유산도 인사한다.

 

처음 왔을 때 겁먹었던 할미봉 암릉을 편하게 밧줄 잡고 내려 딛는다. 삼거리에 이르러 이정표를 보니 육십령 5.2Km,

남덕유3.6km, 벌써 5.2Km 를? 수다를 떨며 걸으니 지루하지 않아 그런가보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 두 번째 헬기장(12:30). 

할미봉이 뒤로 물러나고 서봉이 위용을 떨치며 내려다 보고 있다. 한 달여 사이에 녹음이 우거져 보기에도 훨씬 시원하다.

서봉 오르기 전 전망 좋은 바위 능선에 올라앉아 성찬을 펼친다.(13:10) 

시퍼렇게 우거진 신록과 일행들 알록달록 옷 색갈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서봉 꼭대기 하늘가엔 먹구름이 드리운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서봉 가까운 거리, 뒤에 오시던 한 분 다리에 쥐가 난다며 힘들어 하신다.

전에 대간종주를 한 번 완주 하시고,  이번에 두 번째 완주 마무리를 앞두고 계신 고희를 넘기신 분이다. 

 

장수 덕유산(서봉)에 오르니 15:50. 한 달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신록의 푸르름이 산을 온통 물들였다.

뒤로 돌아 구름 속에 흐릿하게 Sky Line을 그리고 있는 백운산, 장안산, 깃대봉을 둘러보고 한 껏 고조된 기분으로 장쾌하게

뻗은, 덕유산의 고봉들이 늘어선 능선을 마음으로 감상하며 남덕유산으로 발을 옮긴다. 구름이 걸쳐있어도 답답하지가 않다.

 

바위군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남덕유산 정상에 올라서니 이 생각 저생각 떠오르고, 감회가 새롭다. 아무렇게나 뻗은

가지 모양 생긴 그대로 두 나무기둥 사이에 나무판에 글씨를 써넣은 환경 친화적인 이정표가 소박하고 정감 어리다.

구름 속에 살짝 가려져 얼굴 내민 삿갓봉과 무룡산과 인사 나누고 영각사쪽 하산길과 서봉을, 이제 이곳을 언제 올지 몰라

두루두루 둘러본 후 월성치로 향한다.

 

한 달전에 와 대미를 장식하며 왈칵 눈물이 솟던 월성치, 그런 울컥임과 감격은 없어지고 추억으로 오른다.

처음부터 종주를 시작한 동료들과 완주 기념을 남기고 황점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황점까지는 3.8Km 거리다,

삿갓봉을 넘어 삿갓골재 대피소 앞에서 하산하지 않으니 거리도 시간도 많이 절약된다.

 

병곡리에서 동엽령으로  올라 눈쌓인 능선을 걸어 월성치에서 하산하며 8-2구간을 마치던 황점 마을 이다. 

백두대간 완주 축하 꽃다발을 개인적으로 준비하여 건네주는 동료들도 보인다.  

힘겨운 산행, 즐거운 산행... 함께 걸었던 동료들과 끝내니 비로써 정상적인 완주를 마치는 기분이 든다.

함께 해주신 산우님 여러분 고맙습니다.

 

오늘의 산행거리 약 14Km,  산행 소요시간 7시간 30분,

 

 산행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무거운 등산화를 벗어 놓고, 얇은 양말과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집 근처 도착하여

등산화를 집어 드는 순간, "나 요기 있다" 하며 검은 손가방이 따라 나온다. 이른 아침 소등한 차 안에서 보이지 않던

검은 손가방이 이제야 보인 것이다. "반갑다 손가방아~ 다음부터는 너희들 잘 챙겨 줄께." 

'요즈음 내가 도대체 왜 그러지?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에서 손 닦는다며 시계 풀어 놓고 잊고 나오지를 않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카메라를 잃지를 않나....' 

  

집에 와 다시 확인하니 산악회 산행 일정 목록엔 여전히 이렇게 써 있었다. 

    < 504차 06/05(화)  백두대간 8-1구간(장수덕유산).  출발 AM 05시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