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묻으러 산에 간다'던 시인의 글귀가 떠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이라 했던 시인이 있었다.
이 달에만 아홉 번의 산행을 마치고 열 번째 마지막 산행 계획,
사흘 걸러 한 번씩 간 꼴이니 그토록 용서 못할 일이 있어 산으로 가는 걸까?
산과 나의 참 이야기는 무엇이기에 산은 이토록 나를 자꾸 초대하는 걸까?
기온이 뚝 떨어진 30일 아침, 1박 2일 산행에 어떤 옷 준비할까 생각 중인데 대설주의보에 이은 대설 경보 소식 들린다.
31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출항 전 시간에 완도 좀 둘러본 후 청산도로 건너가 보적산(330m) 범바위에서
올해 마지막 일몰 순간과 함께 잡다한 생각들 모두 날려 버리고,
2008년 첫 날 매봉산(385m)에 올라 일출 보며 戊子년 신년을 맞이하려 했는데...
가득 채워진 머리 속 비우지 말라는 신의 계시일까? 가슴 속에 묻힌 사연 그대로 간직하라는 뜻일까?
서해안 지역 중에도 남쪽엔 적설량이 더 많단다.
한 달전 섬 산행 선유도도 못 갔는데 인천 연안 도서지역 배가 모두 묶였단다.
전북엔 적설량이 이미 20cm가 넘었고, 호남지역은 하늘 길, 뱃길 모두 중단 되었다는 소식.
고속도로 사정은 눈에 미끄러지는 사고 소식 들린다. 어찌할꼬 어찌 할꼬, 이 노릇을 어찌 할. 꼬.
제주도는 돌풍으로 항공기 결항, 대설 경보. 한라산15cm, 낼(31일) 아침엔 산간지역 30센티 예정.
강원도, 제주도 강풍 주의보에 낼까지 적설량 5~20cm 예상,호남지방은 모레(1월1일)까지 눈이 내리며 기온까지 급강하.
두 귀는 모두 열려 한 동안 일기예보만 들려온다.
30일 오후
지리산, 덕유산 입산금지 소식, 내 가고 싶은 곳도 출항금지 소식, 년말 년시 1박 2일 산행을 처음 시도해 보렸더니...
31일 기상특보,
내장산 입산 통제. 충청지역도 눈 소식,광주 32, 정읍 33.5cm 적설량에 강풍 소식, 광주에선 시내 Bus도 단축, 우회 운행.
바다에선 풍랑주의보. 선박 운항 중단. 도로는 빙판으로 변하고 눈 구름을 몰고 오는 강풍은 새해 첫날까지 이어 진단다.
내 있는 이 곳은 어제 오늘 맑기만 한데.
1년 전 무박으로 포항 내연산, 정동진 괘방산 산행했던 사람들, 동해안 산행이라면 머리를 절레 절레, 오는데만 12시간이 걸렸단다.
포기할까 하다 마음을 바꾼다. 정체가 심하더라도 동쪽으로 가 보자. 다른 곳에 동승하여 유명세가 덜 알려진 울진 응봉산으로.
그래 한 번 가 보는 거야. 송년 산행이 신년 산행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엄동설한 기온 낮은 한 밤중, 무박으로 산행 떠날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