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산행이 있단다. 하필이면 생일 날. 내겐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산... 가고 싶다.
상고대나 설화를 보게 되면 금상첨화 겠지만, 아무려면 어떠리...
Schedule을 물어오는 며늘에게 山行 하겠다고 얘기 해주고 일정을 바꿨다.
一望無際로 보이는 향적봉이 그리워 등산로 보다 곤돌라를 이용할 생각으로 참석.
빨리 올라서서 남덕유부터 못봉을 지나 신풍령까지 오랜 시간을 내려다 보고 싶다.
내 땅의 애착을 느낀 백두대간 종주, 그 종주의 시작과 끝맺음이 덕유산에서 이루어 졌다.
초보자인 산행치가 덕유산은 지리산과 더불어 두 번씩이나 종주한 산이다.
2년 전, 흰 눈 덮인 남덕유를 삿갓봉에서 처음 바라보며 느껴지던 희열과 울렁거림을 잊을 수가 없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봄도 좋지만. 산정에서 날씨 좋으면 지리산, 백운산도 다 볼 수 있다.
그뿐인가, 종주의 첫발을 내딛던 삼봉, 대덕산도 다보이겠지, 내 알아 볼 자신은 없지만...
백두대간 종주로 인한 얘깃거리도 많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산행이지만 얼마나 잘 한 일인지.
↑곤돌라를 타기위해 내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동엽령으로 올라갈 1진을 안성 시인마을에 내려주고, 스키장 입구에 도착하니 차나 사람이나 똑같이 많다.
제철 만난 스키어, 등산객,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파 속에서 떠밀리며 한 시간 반을 기다려 곤돌라를 탈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안성에서 오르는 1진은 동엽령도 더 지나 백암봉은 왔겠다, 지난 일들 생각하며 혼자 입 속으로 중얼 거린다.
무주 CC에 공치러 왔다가 시간 여유가 있어 탄 적이 있었다. 그땐 가을철이라 무척 한가 했었다.
덕유산 산행을 처음 해 본 날은 눈쌓인 슬로프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섰다. 얼마나 힘이 들던지.
일찍 도착했으니 기다릴 수록 사람들은 더 많아진다. 내 뒤로 늘어선 사람들.
설천봉에 오르니 눈이 제법 많다. 스키장에 눈이 없어서야 말이 되겠냐마는. 강원도엔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라 하는 소리다.
바로 향적봉으로 향하려니 경사 급한 등산로는 미끄러워 줄지어 서 있다시피 한다.
향적봉아 내 너를 만나러 왔느니... 조금만 기다려 주렴, 다른 날은 여러번 왔었어도 널 직접 만나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지나쳐 얼마나 미안하던지, 이제라도 만나게 되어 반갑고 미안하구나.
십 분쯤 올랐을까? 굵은 주목나무 우측으로 보인다, 아래 골짜기는 하얀 운무에 가린 봉우리 상반신들이.
합미봉, 서봉, 남덕유, 삿갓봉, 무룡산 상반신과 백두대간 마루금이 적당한 농도의 먹물로 그려진 수묵화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좋아 팔팔 뛰는 내 가슴을 그 누가 알까?
高峰에서 느끼는 희열이어라~! 감사 합니다. 자신에게 모든이들에게, 우주 만물에게.
시선을 남덕유쪽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채 향적봉 도착. 겨울꽃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아 여기도 정상석 기념 촬영 자리 다툼이 있다.
어딜가나 높은 산은 유명세를 치룬다.
안내판 그림을 따라 둘러보나 다른 방향은 짙은 운무로 먼 곳이 잘 안보인다.
남덕유 좌측으로 깃대봉인듯한 봉우리부터 백운산, 장안산, 지리산 봉우리가 하얀 바다 위로 떠 있다.
내 걸어온 백두대간 봉우리들이 날 쳐다보며 인사해 주니 얼마나 반가운지, 참 운 좋은 날, 산은 물론, 날씨에게까지 감사 드린다.
향적봉과 악수하고 한참을 서서 조망을 감상한다. 가슴 속의 은밀한 언어들은 밖으로 나올 줄 모르고 끼리만 조잘댄다.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 라도 외치고 싶다.
가슴 뭉클한 대간 줄기를 한 동안 바라보다 발을 옮긴다.
향적봉아래 대피소에서 백련사로 하산하라 했는데 대간 마루금과 좀더 가까이 하고 싶어 부지런히 중봉으로 향한다.
기대했던 고사목의 상고대나 설화는 없고 등산로에 눈만 쌓였다. 그 조차도 날씨가 따뜻해 녹게 생겼다.
전국에서 모인 많은 등산객 행렬의 교행에 눈쌓인 등산로는 좁게 느껴진다.
중봉도착, 바로 조~기가 송계삼거리, 왼쪽으로 내려가다보면 횡경재도 지나고, 월음령도 지나고,
저 봉우리가 지봉일까? 지봉에선 이쪽의 봉우리들이 일렬로 잘 보였었는데... 오른쪽을 보며 중얼거린다. 저만치가 동엽령이 되겠지?
능선따라 옮겨지는 시선은 어느새 뾰족한 무룡산 정상, 운무로 인해 더 입체적인 고봉 삿갓봉과 남덕유, 서봉으로 이어지며
추억으로 변한 하나 하나의 얘깃거리가 떠 오른다.
저곳을 지날 땐 어떠했고,, 저 봉우리에선 무슨 일이 있었고, 두 번을 걷던 일이 겹쳐 생각 나는 곳도 있다.
아름다운 일들로 가득찬 마음은 이토록 풍만하게 살쪄 있어 마루금 줄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멈출 줄 모른다.
기념 사진 한 장 눌러 줄 일행이 없어 낯선 이에게 계속 부탁한다.
단체 산행이지만 행동은 늘 혼자 하는 걸 보면 산행이 목적인지, 사진이 목적인지...
대형 Bus 두 대에 나눠타고 온 일행들은 세 코스로 나뉘어 산행, 하산 시간만 지키면 된다.
오수자골로 하산 하고 싶으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답지라 자신이 없다.
하산 약속시간이 있어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보리라 생각하며 되돌아 선다.
대피소까지 되돌아 와 백련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눈 쌓인 등산로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쪽 방향에서 올라서려면 땀께나 쏟아야 겠다.
지봉쪽을 바라보며 계속되는 계단을 내려서서 백련사 둘러본 후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 떠 마시고,
얼음과 눈 덮인 계곡을 감상하느라 지루한 줄 모르고 주차장 도착.
오전 10시 반부터 곤돌라 기다려 설천봉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십 여분,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오후 4시 지나 주차장 도착했으니 산행 시간은 네 시간 정도.
아이젠을 착용한 채 구월담의 아취형 철 다리에서 계곡사진 찍고 내려서다 미끄러지며 엉덩방아,
무의식 중에 손으로 짚어 팔이 아프다. 가뜩이나 불편한 오른 팔인데 심하게 다친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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