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한라산 산행

opal* 2008. 1. 13. 21:00

 

 

<일요일인 내일 아침, 철원의 기온이 -9℃까지 떨어지고 서울 -4℃0, 광주와 대구 0℃ 등 남해안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전망. 태백 26.3㎝, 속초 9.7㎝, 강릉 8.4㎝ 등의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약한 눈발이 날리거나 진눈깨비가...

태백과 평창, 정선 등 3개 시.군에 내려졌던 대설경보는 오후 4시께 대설주의보로 대치, 속초와 고성, 양양 등 6개 시.군은

이틀 째 대설주의보 발효 중. 태백준령이 온통 순백의 물결에..., 나무마다 소복소복 내린 눈은 탐스러운 눈꽃으로 피어난다.
강원도 지역에는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이틀동안 최고 35cm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다.
설국으로 연결되는 산길에는 눈 소식을 듣고 달려온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어제 들린 소식이다.

 

제주도에도 영향이 있겠지? 한라산에도 눈이 많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일찍 집을 나섰다.

 

김포공항, 탑승 시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추억들이 스친다. 아침 첫 비행기...

지역적으로 공항이 가깝다 보니 전국이 일일 생활권, 전국 여행을 당일로 찾아 나선지가 20년 쯤 되었을까?

제일 가까운 거리의 예천을 비롯하여 강릉, 진주, 대구, 부산, 포항, 여수, 제주, 광주... 골고루도 다녔다.

추억이 많다는 것,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 보다 많다는 얘기겠지. 한라산을 처음 가던 날도 첫 비행기 이용하여 당일로 다녀 왔다.

 

제주 공항에 내려 성판악으로 향하는 차 안, 구름 위로 올라 앉은 한라산이 시내에서도 보인다.

 

공항에서 차로 30분 걸려 성판악 도착, 해발 750m, 

정상이 1950m이니 1200m를 올라가야 한다. 산 위에 높은 산 하나가 또 얹혀 있는 높이다.

 

참고로 다른 산들의 높이를 보면.

지리산 1915,  설악산 1708, 덕유산 1614, 계방산 1577, 함백산 1573, 태백산 1567, 오대산 1563, 소백산 1440,

가야산 1430,  청옥산 1404, 치악산 1288, 팔공산 1192, 무등산 1187, 용문산 1157, 속리산 1058...  북한산 836, 관악산613m.

 

코스는 늘 그렇듯 성판악에서 올라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 한다.

 

들머리로 들어서니 등산로에 깔린 나무와 돌 표면이 얼어 밟을 때마다 찍찍 미끄러져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 딛는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니 긴장이 된다. 아열대 상록 활엽이 살짝데쳐 건져 놓은 야채처럼 축축 늘어져 있다.

육지에서 보기 힘들 나무들을 볼 수 있어 좋다.
 

   돌 표면이 얼어 반질 반질, 디딜 때마다 미끄러져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등산로 옆으로 세워진 거리 표시 안내판. 시간 제한을 요구하는 곳이라 자주 볼 수 있다.

 

 겨울철 등반시엔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이 적혀 있다.

 

 가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예뻐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지나가던 이가 한 마디 한다.

"더 올라가면 더 멋있는 것 많을 텐데 뭘 그런 걸 찍습니까?"  내 눈엔 이런 물 한 방울의 모습도 아름다운데...

아름다움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아름답게 보는 자기 마음에 있는 것 아닐까?

이 물 한방울 안에 세상이 다 담겨있고, 이 숲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는 생명의 근원이다.

 

년 초에 입산통제가 될 정도의 대설 주의보가 있어 많은 눈을 기대하고 왔는데 기온이 높아 그런지 다 녹고 바닥에만 조금 보인다.

더 올라가면 상고대가 있을라나? 이쯤 올라왔는데도 나무가지가 멀쩡한 걸 보면 큰 기대를 안 하는게 낫겠다 싶다.

 

성판악과 진달래 대피소 거리의 반 조금 더 되는 곳,  간이 의자가 있는 쉼터. 

 등산객들이 잠시 쉬며 먹던 음식물을 주던 버릇이 있어 그런지 까마귀들이 기웃대며 날고 있다.

 

진달래 대피소 도착, 11시 30분이 채 안되었다. 두 시간 반이 걸렸다.

날씨는 예상외로 따뜻하여 춥진 않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뜨거운 물과 점심식사.

밥을 먹고 나오니 등산로 통제한다며 올라갈 사람들 빨리 들어서라며  등산로 입구에서 재촉을 한다.

 

대피소 부근이 1500고지 된다.

 

등산로엔 눈이 녹아 물이 흐른다.

 

전화 벨이 울린다.  걱정이 되는지 딸 한테서 전화가 왔다.

"정상에 다 올라가셨어요?"

"아니 이제 1700고지 지났어"

"아직도?"

"그래도 빠른 편이야 늦지 않았어, 그런데 실망이야, 너무 뽀송 뽀송해, 눈이 너무 없어."

"그럼 어떻게 해?"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시간이 일러 그랬는지 백록담을 1km도 안 남긴 지점까지 와 점심 먹는이들이 많다.

나도 처음 왔을 땐 정상에서 먹었다.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 봄날 같다.

옆에서 걷는 산객, "위로 올라갈 수록 해와 가까워져 그런지 올라갈 수록 더웁다"고 해 웃었다.

 

높이 오를 수록 나무의 키가 작아 진다. 가지가 위로 뻗질 못하고 옆으로 옆으로만,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구상나무 고목, 수명을 다하고 쓰러져 가는 나무들이 많아 안타깝다.

 

해발 1800고지를 오르면 나무들이 없어 조망이 시원스럽다.

다른 높은 산 아고산대에는 키 작은 식물들이 있는데 이곳은 바위가 많아 어떨런지... 따뜻한 계절에 와 봐야 알겠다.

 

등산로가 가파르기도 하지만 산아래 걸쳐진 구름이 멋져 돌아서서 탄성과 감상 하느라 속도가 늦어진다.

성판악  좌측 방향의 산 아래엔 아직도 구름이 깔려 있어 아래가 안 보인다.

 

정상 부근의 바위들, 쌓였던 눈은 다 녹아 없어지고 흐르던 물이 군데 군데 얼어 있다.

정상에 오르면 많은 눈과 멋진 설경  볼 줄 알았는데... 실망 이다.

 

고지가 바로 조~~기.  그러나 그렇게 쉽게 달려갈 수가 없다. 한동안을 헉헉대며 오르다 쉬다.

그래도 이 나이에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대견한지... 50대 후반까지도 생각 조차 못했던 일이다.

 

  한라산 정상(1950m), 

 대피소에서 여유롭게 식사하고, 사진 담으며 올라오니 4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13:20)

높고 유명한 산 정상에선 언제나 아귀다툼이 일어난다.  제일 높은 이곳은 當然之事. 예외일 수 없다. 

등산로 오르막에서 사진 셔터 부탁하던 이들을 여기서 또 만났다.

부탁하기에 찍어주며  "찍히고 나서 그 자리에 잠시 가만히 서 있어 달라"고 특별 주문을 했다.

내 카메라를 얼른 꺼내며 "비켜 주세요", 동시에 눌렀다. 남들 매달리기 전에.

 

백록담. 바닥은 물이 없어 뽀송 뽀송하고 한쪽 귀퉁이에 얼음만 조금 있다.

 

관음사 반대 방향의 백록담 건너, 바위 모습이 사자같이 보여 당겨 보았다.

 

관음사 방향으로 계속되는 내리막 중 유일한 평지 쉼터, 쉬어가는 길손들이 먹이를 주는지 까마귀들이 많다. 

잠시 쉬고, 이곳에서 좌측으로 떨어지는 내리막은 오늘 등산로 중 가장 급경사. 눈이 많아 절로 미끄러진다.

올라서던 곳과 다르게 관음사 코스에선 상고대를 볼 수 있다. 풍광도 이쪽이 더 멋지다.



 등산로가 몹씨 질고 미끄럽다.

 

탐라계곡의 검은 돌. 돌이 검으니 계곡에 흐르다 고이다 하는 작은 량의 물도 검게 보인다.

 

등산로에 고인 물, 여지껏 깨끗하던 신발과 바지 가랑이가 하산 길에 엉망진창이 된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걷다 물을 피해 길 옆 경사진 침목을 밟고 지나다 미끄러져 장갑까지 진흙이 묻는 이변을 겪었다.

 



오후시간으로 갈 수록 숲 속 기온이 내려가니 길이 다시 얼며 미끄럽다. 젖은 낙엽도 복병이다.

현재 시간 16:50.  산행 시간 일곱시간 반이 넘었다. 지루함이 느껴진다.

평소 산행을 안하다 wife 따라 나와,  다리 아파 절룩거리며 고생하는 남편도 있다.

성판악에서 오를 땐 진달래 대피소까지 제한 된 시간이 있어 부지런히 올랐으나 하산 시에는 아무래도 여유가 생긴다.

 

내일은 관광이 있으나, 제주도에 온 보람은 오늘 하루 산행으로 족하다. 

혼자 같으면 집으로 향할 텐데, 단체로 왔으니 어쩔 수 없이 하룻밤 묵는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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