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마지막 날, 저녁 9시 집 나서서 영동고속국도 들어서니 자동차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행.
속도를 낼 수 없어 중앙 고속국도로 방향을 바꾼다.
일정을 남쪽으로 계획했던 사람들까지 동쪽으로 가세하니 정체가 더 심하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를 맞는 시간을 산행으로 채워보기는 처음이다.
지난해와 올해를 경계짓는 시간은 달리는 차 안,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불영계곡의 불영사 입구(04:15), 잠깐 붙였던 눈을 비비며 일어나 누룽지 한 공기 뚝딱.
강풍 몰아치는 엄동설한, 자동차 전조등을 이용해 밖에서 먹으니 손이 시리다. 올 해 첫 밥 숫가락 몇 번 움직이기를...
지역에 따라 대설경보와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린 날.
집 나선지 8시간만에 덕구온천 도착(05:30). 아직은 어두운 시간, 랜턴을 비추며 산행을 시작한다.
원점 회귀 산행. 개념도를 머리 속에 그려 넣으나 캄캄한 시간이라 방향도 알 수 없으니 미지의 미로나 마찬가지.
등산로 초입은 생각보다 넓어 걷기 편하나 오를 수록 들어난 나무 뿌리와 돌이 많고 점점 가파르다.
정상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표지석이 군데 군데 세워져 있다. 조명을 이용하여 촬영한다.
06시 10 여분. 동짓달 스무 사흘 달이 새벽 길을 밝혀주고,
유난히 반짝이는 많은 새벽 별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잡을 수 있겠다.
黎 明
여섯시 사십 여 분,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붉게 물드는 동쪽 하늘이 보인다.
산행 시작 한 시간 반, 일곱시가 지나니 주변이 밝아지며 정상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와 닿는 바람은 오를 수록 심하게 불어 태풍을 만난 듯, 소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가 무섭게 들린다.
중무장을 하고 나섰건만... 춥긴 춥다. 일기예보가 며칠 맞았으니 낮 부터는 풀리겠지.
정상을 코 앞에 둔 능선, 햇님은 정상에서 만나고 싶은데...
일출 시간은 아직 삼십분 정도 여유, 하늘가가 붉으니 마음이 바빠져 속도를 낸다.
조금 전까지 달님과 별님이 해맑게 웃고 있어 바닷물 속에서 방글거리며 솟아 오를 줄 알았는데,
수평선 위로 두껍게 층진 검은 Gas 위에서 얼굴을 내밀며 웃는다.
바닷가에서의 새해맞이 일출 감상은 있었지만, 山上에서의 새해맞이 日出은 마니산에 이어 두 번째.
"지나온 세월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시간들도 이 순간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게 해 주세요."
"이 세상의 모든이들 모두 모두 잘 사는 한 해가 되어지기를..."
가뜩이나 낮은 새벽 기온에 심하게 부는 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 20℃로 떨어뜨린다.
뺨을 아리게 만드는 추위는 뜨거운 물 마시고 싶어도 손이 시려 보온병 뚜껑을 열 수가 없다.
일출 모습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은데 빨리 하산하도록 내 쫓는다.
사진에는 안 나타나지만,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선 하얗게 피워낸 상고대를 자랑하며 유혹한다. 상고대야 며칠만 기다려 주렴.
송림 사이의 하산길은 내리꽂는 경사각,
곡선으로 휘어지고, 줄기보다 가지 길이가 긴 멋진 나무들 감상하느라 지루하지 않게 내려 설 수 있다.
송림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헤어져 온정골로 들어서니 계곡미가 아름다워 불영계곡 못지않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니 물이 지상으로 분출되고 있다. 한 모금 마셔보니 따뜻하다. 덕구온천 원탕이다.
울타리에 튄 물이 그대로 얼어 얼음기둥이 점점 굵어진다.
원탕에서 덕구온천으로 가는 송수관.
불영계곡 만큼이나 아름다운 계곡미를 자랑한다.
덕구온천.
계곡과 등산로와 나란히 하는 송수관, 그 옆으로 나도 한동안을 함께 한다.
하산 후 아침 메뉴는 떡국으로 준비 했다는데 너무 추워 그런가 가스통 노즐이 말을 안듣는 바람에...
음식점으로 자리를 대신했다.
춥고도 즐거운 산행 후 바닷가에서 잠시 시간을... 바다가 아름다워 일부러 잠시 차를 세웠다
심한 바람에 밀려온 거친 파도가 부서지며 해변을 온통 하얗게 만든다.
새해 첫날 무박산행이 처음이듯 겨울해변에서의 이렇게 높은 파도도 처음 본다.
점심으로 싱싱한 회 맛본 후
죽변항으로 옮겨 식구들 맛보여 줄 싱싱한 대게와 생선 구입하여 귀가 행 차에 오르며 멋진 하루를 정리한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응봉산 소나무는 Photo 목록에 ☞
응봉산 계곡에 있는 세계 각국의 축소판 다리(온정골 다리)와 풍랑사연 바다 사진은 Story 목록에 ☞
***> 후일담으로 들으니
같은 지역,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포항으로 출발한 사람들,
일출 본 후 떡국먹고 내연산 산행계획 이었는데 주차장에서 서너시간을 빠져 나오질 못행 산행을 못했단다.
08:30부터 12:30까지 옴짝 달싹을 못해겨우 보경사 관람만 하고... 집으로.
산행 못한 사람들, 투덜 투덜...
그에 비한면 응봉산 선택을 잘한 것 같다.
'山行 寫眞'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적봉 산행 (0) | 2008.01.06 |
---|---|
포천 백운산 산행 (0) | 2008.01.03 |
2007년 마지막 산행, 불곡산 (0) | 2007.12.27 |
운악산 산행 (0) | 2007.12.23 |
논산 바랑산과 월성봉 (0) | 2007.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