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대관령
심 재교
대관령에
어제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린다
온갖 나무들 이름 감추고
꾹꾹 눌러 몸 낮추어야 한다
새소리 물소리 조용히
입다물고 숨어야 한다
짐승이란 짐승 눈 감고
산 속깊이 들어야 한다
빗장문 꽉 걸어 잠근다
정적에 묻히는 대문 안
아무도 엿볼 수 없다
찾을 수도 들을 수도 없다
한 동안 하늘이 산이고
산이 하늘이다
산이 하늘이고 하늘이 산인 대로
왕산 성산 금산 회산 학산
모산 담산 운산 두산 병산
산마을 모두 겨울눈에 갇힌다
석달 아흐레 아흔 아홉 굽이
안목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샛바람
산마을 골짜기를 휘돌아
땅바람으로 일어설 때까지
짐승은 짐승으로 물소리는 물소리로
다시 살아날 때까지
대관령은 첩첩 겨울이다
심 재교
1990년 문학시대 등단, 한국 수필 천료
시집 '젖은 발이 꿈꾸는 날' 외 다수
2002년 관동 문학상 수상
산까치 동인회장 역임
관동 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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