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학과 졸업(?)
아침 먹고 부지런히 집 나섰다. 오늘은 행여나...? 특별한 얘기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늬 때와 마찬가지로 진료실 앞에 대기 중인데 문자가 온다.
"자네 있는 병원으로 데리러 갈까 하는데 가도 괜찮겠는가?"
"아니요, 제가...
그러시다면 저야 좋지만, ...힘드실 텐데..."
어제 모임 있는 날인데 못 만났다. 모이는 회원이라야 golf 두 팀 멤버.
그 중에 한 사람 몇 년전 미국행으로 탈퇴.
많지도 않은 인원에 한 사람은 동유럽, 또 한 사람 미국, 그리고 또 한 사람도...
세 사람이 외국 외유 중이라 다음에 모임 갖자며 통화 한 일이 어제.
어제 대화 중 "지난 주에 촬영한 PET C-T, 내일 결과 보러 병원에 간다" 했더니
지난 달 불참으로 보고 싶고, 결과도 궁금하다며 문자가 온 것이다.
많은 대기자들 속에서 소리내기 싫어 문자로 몇 번을 주고 받는 중인데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온다.
"여기 세브란스 병원 인데요, 오늘 진료 있는 날인데 왜 안 나오셨어요?"
"예? 나 지금 진료실 바로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요?..."
8년 동안 오라는 날자에 한 번 빠짐 없이 다녀
왔단 말 안해도 얼굴 보면 금방 알아보고 온 것으로 체크하곤 했었다.
진료실 문에 달린 진료자 명단에도 분명히 내 이름이 있는데...
문자를 주고 받기도 했거니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앉아 차례 오기만을 기다린거다.
"오셨다는 얘기 왜 안 하셨어요?"
지난 주에도 그냥 앉아 기다렸었는데... 그러고 보니 간호사가 바뀌어 얼굴이 낯설다.ㅎㅎ
지난 주에 찍은 사진, 한 참을 화면 바꿔가며 골고루 보신다.
침묵이 흐른다.
먼저 입을 떼었다. "어떤가요?"
"음 괜찮네~."
"선생님들께서 치료를 잘 해주셔서 그렇지요."
"그렇지만도 않지요...
항암제 치료 한다고 해서 다 낫는 것도 아니고...
...하느님 믿으시고 봉사 하시고, 운동 열심히 하시구요."
"네 감사 합니다."
(얼른 대답부터 하고 보니 너무 경솔 했다.
'사랑과 희생'의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리 쉽게, 네?)
장 절제 수술 한지 8년,
전이 된 폐 수술 6년.
"이젠 내년에 오세요."
???
1년 간의 항암제 치료로 사경을 헤멘 후 사흘이 멀다하고 병원 문턱을 드나 들었다.
사흘에서 열흘 간격, 열흘에서 보름.
보름에서 한 달, 한 달에서 두 달, 두 달에서 석 달.
장 수술 2년 만에 폐로 전이되어 또 수술.
다시 반복.
외과, 방사선과, 종양학과에 하나 더 늘어 흉부외과까지 골고루도 다녔다.
석 달에서 6개월, 6개월에 한 번씩 C-T 촬영 하기를 몇 년.
2년 전 여름, 외과에 다닌지 만 6년 되니 1년 후에 오라 했다.
그랬는데... 이젠 종양학과에서도 1년 후에 오란다.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조물주께, 자연에 감사 드립니다.
진료실 문 나서는 발걸음 날아갈 듯가볍다.
암센터 문을 나서니 검은 차 한대가 앞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