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언니 같은 동생

opal* 2008. 12. 8. 15:56

 

 

2 주일 동안을 기침이 심해 식구들에게 옮길까봐 가지도 못하고 동생과 전화로만 통화.

생신 전에 넘어져 크게 다치시고 또 밖에 나가시다 엎어진 모친, 반대쪽 얼굴을 또 다치셨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린 애기와 똑 같으시다.

 

며칠 전엔 시골집에 가신다며 옷을 잔뜩 겹쳐 입고 밖에 나간다고 고집을 피우시기에 말렸더니

지팡이로 정강이를 때려 멍이 들고 아파 죽겠다며 푸념이라도 해야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얘기하며 수다라도 떨어줘야 동생에게 위로 될 것 같아 수화기 한 번 잡으면 통화 시간이 길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느라 시골집은 이미 헐려 없어진지 오래 되었는데도  

엄마는 그 모습을 못 보시어 당신 사시던 시절의 기억만 남아 있으신 거다.

 

한동안 수다 떨고 끊더니 다시 또 전화가 왔다.

엄마 바꿔 드릴테니 애기좀 하란다.

이번엔 어머니 뵈러 가신다며 밖으로 나가시는 걸 못 나가시게 잡고 얼른 걸었단다.

"엄마 왜~? 어디 가시려구 밖에 나가세요?"  전화로는 더 큰 소리로 해야 겨우 알아들으신다.

"외할머니가 정말로 안 계셔?"

"그럼요, 돌아가셨지요, 엄마 젊으실 때 돌아가셨잖아요, 지금은 아무데도 안계셔요.

오늘은 날씨가 추우니 집안에 계시고 나가지 마세요, 다치고 감기들면 고생하셔요."

"알았어"

 

동생이 말릴 땐 외할머니가 살아계시다며 우기시더니 나와 통화 끝내곤 바로 잠 드셨단다.

천진난만하게 변해 정신 오락가락하는 비정상인 비위를 맞추며 지내는 동생이 참으로 위대하다. 

어떤 때는 화가 나다가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화를 내면 무슨 소용있나 하며 맘을 돌린다니

그 고충이 오죽하랴? 그래도 형제들에겐 짜증 한번 안 내고 묵묵히 보살펴 드린다.

 

엄마가 드시는 균형 영양식이라는 캔 음료 뉴케어가 있다.

"언니도 밥을 조금씩 밖에 안 먹으니 한 번 먹어 보고 계속 주문하라"기에 

3box 주문하여 마시고 끝냈더니 이번에도 또 3box를 택배로 보내왔다, 전에도 주문하여 배달 시키더니.

언니같은 동생, 동생같은 언니가 이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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