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아빠가 잠깐만 와 보시래요."
"왜 원우야? 아빠 청소 하시는 중 아니니? 청소기 소리 들리는데?"
"엄마, 이 돈 저 가져도 되지요?"
"응? 그게 무슨 돈인데?"
"이걸 제가 어떻게 아나요? 엄마 노트에서 나왔어요."
"그래? 그 노트 좀 어디 이리줘 보게나."
들여다 보니 예전에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 이름이 적혀있다.
"어머나 이 사람들과 여행 다니던 시절에 쓰던 돈이네?" 돈보다 추억이 더 반가웠다.
"전에 가끔 들여다 볼 땐 기억했는데 노트를 이쪽방으로 옮기니 요즘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
"엄마가 잃어버린 돈이나 마찬가지니까 저 가져도 되지요?"
"그래도 그렇지, 엄마 돈이 맞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가져야지."
"벌써 몇년인데요? 돈 색갈 좀 보세요, 예전 돈이라 색까지 누렇게 변했어요.
20년은 족히 되어 보이네요, 내가 이것 안 보았으면 엄마는 영원히 못찾으실거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엄마돈인건 확실 하잖아, 그럼 우리 셋이 나누면 어떨까?ㅎㅎ"
옆에 섰는 며늘한테 동조를 구하니 돈엔 관심 없는 듯 웃기만 한다.
청소하다 돈 생겼다며 잠시 좋아하던 큰아들,
여동생 출가하고 남동생 직장따라 나가 살고, 넓은 집에 두 식구 남으니 들어와 살겠다며
결혼하며 분가한지 7년만에 세 식구가 들어와 다섯 식구 되어 살고있다. 저희 집은 세 놓고
두 집 살림 한 곳에 모으며 여기 저기 넣어 두었던 짐 오랜만에 대청소하며 일어난 일이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주식 찾은 자식들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액수에 관계없이 잘 간수하고있다 잊어버리는 노인의 경우가 많아 그런 일 非一非再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