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밥이 보약인데...

opal* 2009. 5. 31. 02:54

 .

 

"언니 어떻게, 엄마가 밥을 안드셔서 걱정되어 죽겠어. 자꾸 잠만 주무셔."

"평생 소원이 잠자는듯 가고 싶다고 하시더니 말씀대로 하시려나 왜 잠만 주무신다니?"

어제 밤에 온 문자를 받고 가겠다 하니 링거 한 병 꽂아 드렸다며 오지 말란다. 

잡숫질 못하니 기운이 딸려 자꾸 주무시는 모양이다.  

 

밥을 못드신다기에 엄마 평소에 즐겨 드시던 음식 준비하여 달려가니

오늘 또 이마에 상처를 내셨다.

침대에서 일어나 내려오다 엎어져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누구여?" 며칠 사이에 이젠 딸도 못 알아 보신다.

"누구 같아요?"

"금자 엄마여?" 어눌한 발음으로 전에 이웃에 사시던 분으로 기억하시나보다.

"네 금자 엄마에요."

"어떻게 여길 왔수?"

제일 자주 찾으시던 막내 아들도 이젠 찾지를 않으신다. 점점 잊혀져 가나 보다.

 

지난번 병원에서 오신 뒤로 제대로 잡숫질 못해 며칠 사이에 많이 수척해지셨다.

다리에 힘도 많이 빠져 제대로 옮기질 못하신다.

얼굴도 그렇지만 손은 쳐다볼 수가 없다. 손등의 살은 눈꼽 만큼도 없이 다 사그러져 없어졌다.

손가락의 앙상하고 하얀 뼈마디 사이로 굵고 검은 핏줄이 얽혀있고 

그 위를 얇은 반투명 비밀막이 얹혀진 것 것 같다.

팔 운동을 안 하시니 팔도 더 가늘어 지셨다. 사람의 손이 아니라 괴물 발가락 같다.

너무 안스럽고 불쌍해서 눈물이 자꾸 나와 쳐다 볼 수가 없다.  

천수를 누리는 건 좋으나 넘 가혹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런 삶도 삶이라 할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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