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이건 아닌데. 이게 아닌데.

opal* 2009. 6. 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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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누구야?"

"어언니~"  당신의 가슴을 가르키시며 언니라 하신다.

내가 큰딸이니 막내에 대해 언니라 하시는건지 알수 없으나,

엄마는 남자 형제들 아래로 막내, 고명 딸로 자라 언니나 여동생이 없으시다.

 

한달 전 넘어지신 후 어머님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셨다. 

증상이 있어 넘어진 것인지, 넘어지며 다쳐서 증상이 나타난 것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2주 전과도 또 달라지셨다.

드시는 양도 줄고, 말수도 줄고, 까르르 까르르 웃으시던 웃음도, 얼굴의 표정조차 없어지신다.

그렇게 자주 불러대시던 막내 아들의 이름도 얼굴도 이젠 못 알아 보신다.

 

일어설 기운이 없으신지, 다리 힘이 없으신지 이젠 일어서시질 못하신다.

변기 있는곳까지 혼자 다니시며 용변 보시던 일도 힘들어 다시 기저귀를 착용 하신다.

누워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꼬리뼈와 등에 욕창 초기 증세가 보여 약 바르고

에어매트를 깔아 드리고, 의자에 한참씩 앉아있게 해드린다.

 

웬 낯선 여자(딸)가 앞에 와 앉아 있으니 눈도 마주치기 싫으신지, 외면하시며 고개도 들지 않으신다. 

나날이 달라지시는 엄마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내린다.

 

그림자 처럼 붙어 장난해가며 웃겨드리는 막내, 엄마가 웃지를 않으시니 사는 재미가 없고 살 맛이 안난단다.

 축축 늘어지는 엄마를 부축이며 수발드는 막내 또한 안스러워 마음 아픈데

이젠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산다는 것이 진정 이런 것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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