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09. 7월의 첫 날

opal* 2009. 7. 1. 22:46

 

 

2009년 7월의 첫 날

두 달전 수족구 돌림병으로 사흘을 유아원에 못간 원우, 어제부터 수두로 또 집에서 쉰다.

"할머니 놀아주세요."

"그래라 같이 놀자꾸나."

이런 저런 놀이로 한참 신났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할머니 뺏긴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지 거실에 있는 전화 수화기 들고 방해하는 원우,

"할머니 이젠 전화 끊고 놀아 주세요~~"

"알았다 원우야~ 미안해~ 조금만 참아줄래?" 할머니 대신 저쪽에서 대답 해준다.

 

"매일 매일이 행복해 보여요, 취미생활 열심히 하시고,

같이 놀아 줄 수있는 손자도 있고, 사람 사는맛 느껴져 부러워요."

"그래요, 심심할 여가가 없어요, 나가는 날은 나가는 대로,

쉬는 날은 쉬는 대로 매일 바쁘게 지내요."

"며느님이 참 착해요, 다른 사람들은 따로 살고 싶어 모두 분가 하는데,

따로 살다 시부모 모시겠다고 들어와 살림하는 거 보면

보통 사람 아니라고 느껴져요, 요새 그런 사람 없어요."

"맞아요, 그래서 며칠 전에도 둘이 앉아 점심 먹으며 내가 한 마디 했어요.

<얘, 너도 너 같이 착한 며느리 얻었으면 좋겠다, 원우가 착한 색시 데리고 오겠지?> 라구요."

 

 

골치아픈 머리 식히고 싶다며 얼마 전부터 짬 내달라는 연락에 퇴근시간 맞춰 종로에 섰다.

지난날 그토록 수없이 다닌 길이건만 갑자기 이방인이 된 느낌, 여기 서 본지가 얼마만인가?

 

만남의 장소 피카디리, 시골에서 갓 상경한 듯 두리번 두리번, 

오래 되지않은 '배우들 손바닥' 광장은 어디로 갔지?

내 안다닌 동안 복잡한 지상보다 지하가 더 발달되어 건물 지하에 지하철 출입구까지 생겼다.

냉방 잘된 곳에서 영화 한 편 볼까하다 수다나 떨기로 마음을 바꾼다.

 

 

인사동으로 자리 옮겨 저녁식사, 단품 메뉴 보다는 요것 조것 먹고 싶단다.

해물전 죽죽 찢어 양념장에 꼭꼭 찍고, 곁들인 순한 반주 잔 부딪치며 홀짝 홀짝.

얼큰한 국물에 여러가지 야채, 사이사이 얼굴 내민 커다란 만두가 먹음직 스럽다.

 

포만감이 부담스러워 전통 찻집 들어서기를 포기하고,

밤거리 문 닫힌 상점 턱에 손수건 깔고 걸터 앉으니 젊은이들 한 두 쌍이 덩달아 와 앉는다.

 

크게 골치아파할 일도 아니건만 머리 속이 개운치 않았는지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지하철 끊기기 전에 집에 가야지?"

 

타인의 인생사 들으며 유용하게 쓰인 자투리 시간에도 감사 드리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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