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두타산 가는 날

opal* 2009. 6. 30. 01:01

 

 

 

몇 년 전, 산세가 험준하고 산행 길이가 길어 백두대간 산행 시 무박산행 했던 곳,

밤에 출발하여 달리고 달려 어두운 이른 새벽 댓재에 도착, 랜턴에 의지하여 올라 두타산에서 일출을 본 후 

박달령으로 내려딛고 다시 청옥산을 향해 치고 오를 때는 얼마나 힘이 들던지...

 

두타산 산행을 생각하면 힘들었던 생각은 다 도망가고 어이없는 산행 체험에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5월 ㅇㅁ 산악회 백두대간 청옥 두타산 산행 날, 두타산 한 곳만 산행 할까하고 2진 따라 나섰다가

골짜기 들머리 입구를 잘못 찾아 내려 주는 바람에 엉뚱하게 다른 산을 오르게 되어 숲에서 헤멨었다.   

위치는 바로 옆 산이지만 워낙 험한 곳이라 두타산을 멀리서 바라만 보고, 깊은 골짜기 따라 내려 섰는데, 

이번엔 또... 두타산이 높아 그럴까? 나와 인연이 안맞는 걸까?

 

어제, 하루 종일 금식하며 병원에 다녀오니 며늘이 걱정 되나보다. 

"어머니 내일은 산행하지 마시고 집에서 쉬세요, 힘드실텐데."

"글쎄, 집에서 쉬면 다음 산행 때 너무 힘들겠고, 그러잖아도 컨디션 봐가며 1진으로 종주는 안하고 

2진( 날머리에서 역산행)으로 혼자 계곡이라도 거닐다 올까하고 생각 중인데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구나."

 

"1년 뒤에 오십시요."라던 의사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그제 저녁 가볍게 먹고 어제 아침, 점심 금식, 대장 내시경과 C-T촬영 하러 병원에 다녀와

저녁은 죽으로 가볍게 먹고 잔 후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괜찮다. 기운은 없지만 서서히 출발해 볼까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아침 식사도 양을 줄여,  먹는시늉 정도로 가볍게 끝냈다. Condition은 Very Good~.

 

들머리는 쉰음산 아래 천은사, 두타산 정상을 지나 박달령에서 하산 한다던 코스가 들머리 도착시간이 늦어져

두타산 정상에서 무릉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바뀌었다. 

혼자서 쉰음산 정상이라도 밟아볼 생각이었으나 산이 험하다 보니 쉰음산에서 직접 하산하는 등로가 없다기에 포기.

종주 할 1진 내려주고, 할 수없이 날머리 무릉계곡 방향으로 차를 돌리는데 다행히도 2진 희망자가 생겼다.

 

삼척이 고향인 ㅇㄷ님, 발목이 아프다며 산행을 포기하는 ㄱㄷㅍ 친구를 위해 2진으로 동행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여인,  먹는 얘기로 이곳 저곳 지명을 얘기하는데 모두 이곳에서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그냥갈 수 없지않은가, 여기가 어딘데, 쉽게 와 지지도 않는 거리가 먼 삼척 이다.

오래 살았다는 증거일까?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가는 곳마다 추억거리가 한 두점 씩은 묻어 있다. 

애들 어렸을 적엔 이곳 맹방 해수욕장엘 왔었고, 두 번째 울릉도 갈 땐 이곳 묵호항에서 배를 탔었다. 

가까운 해변 추암도 일출 출사로 오래전에 왔던 곳, 추억의 장이 하나 하나 펼쳐지니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1960년대에 처음 발을 딛었던 북평 해수욕장은 1980년도에 동해시로 바뀌며 북평해수욕장이란 이름조차 없어졌다. 

 

"박 기사님~ 추암 촛대봉 가보셨어요?"

"아니요."

"그럼 네비 한 번 찍어보실래요? 여기서 아주 가깝거든요, 우리 그곳 들렸다 가면 안될까요?

시간도 넉넉하니 이쪽 별미 맛도 보구요."

네비 찍어 보더니 4km 정도,  기사님까지 모두 5명 대 찬성,

앞에 앉으신 촛불님, "엑셀레이터 한 번 밟으니 다왔네" 하는 한 마디에 한바탕 웃었다.

주차장에 차 세우고 전에 없던 추암역 기찻길 아래 통로를 걸어 해변으로 들어섰다. 

'10년이면 강산 변한다' 했던가? 완전히 관광지로 변해 민박집, 음식점이 즐비하다.

 

엄동설한 찬바람 속에 삼각대 버텨놓고 수평선 배경, 바위 사이로 해 떠오르기를 기다려 셔터 눌러대던, 

허허벌판 같던 모래사장은 즐비한 음식점들로 인해 전보다 좁아져 보이니 바위군 숫자가 늘어난듯 하다. 

모래사장에서 옛 일 떠올리며 파도를 향해 우선 셔터 눌러보고, 전망 좋은 곳으로 오른다.

마음 속까지 후련해지는 먼 곳 수평선과 인사 나누고 가까이서 모습 뽑내는 바위들 하나씩 모습 담은 후,  

멋진 바위 배경으로 나 여기 왔소, 저마다의 포즈로 기념 남겨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우리 이젠 가서 맛있는 것 먹읍시다."

 

살짝 언 얼음이 동동 떠있는 얼큰한 국물에 갖은 야채, 

오징어와 세꼬시로 만든 물회 한 그릇씩을 앞에 놓으니 반주가 빠질 수가 있나.

시원한 국물 마시던 ㄱㄷㅍ님, 이 더운 날씨에 선풍기 바람이 춥다며 전원을 꺼 달라니 효과는 만점?  

산행도 좋지만, 가끔은 추억에 잠기며 이렇게 또 다른 맛을 느껴봄도 꽤나 즐겁다. 

 

자리를 이동하여 무릉계곡 입구 주차장, 오후 2시 반, 차에서 내려 입장권 구입하여

숲으로 들어서니 냉기가 전해지며 숲 속 분위기 따라 상큼한 공기에 코를 벌름거리니 심호흡으로 바뀐다.

준비해간 도시락,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물병 등이 담긴 무거운 배낭조차 벗어 던진 날.

맑고 시원한 공기 접촉을 위해 반팔 옷에 걸친 토시 내리니, 또 한 님은 모자까지  벗는다.

산림욕이 별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룰루 랄라 Oh, Happy day~~~

 

무릉반석,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아름다운 무릉계곡,

 옛 선현들이 다녀가며 바위에 흔적을 많이 남긴 곳으로 유명하다.

멋진 내용의 글체도 있지만 세월의 흔적으로 알아보기 힘들게 변하고 있다.

어떤이들은 적당한 각도로 흐르는 물에 아예 발만 담그고 비스듬히 누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저런 모습 담으며 무심코 물이끼 낀 젖은 바위 딛다가 주르륵 미끄러지며 엉덩방아, "엄마야~~" 

사진찍다 보니 같이 걷던 일행 어느새 저 위 다리를 건너 삼화사로 들어서고 있다. 

 

월정사 말사인 천년 고찰 삼화사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움에 또 한 번 감사함을 전하고 숲으로 들어선다.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멋진바위 학소대를 둘러본 후 맑게 흐르는 계류따라 땀 흘리며 한참을 올라

용추폭포에 다달을 쯤 하산하는 번개만큼이나 빠른 1진 선두그룹을 만났다. 

용추폭포와  쌍폭 둘러보고 하산하여, 1진 그룹과 합세하여 다같이 묵호항으로 루루랄라~~

싱싱한 해산물로 배 채우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 귀가하여 짧고도 긴 즐거웠던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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