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주금산, 초복날 산행

opal* 2009. 7. 14. 22:31

 

가까운 경기권에 있는 중미산 산행 후 초복맞이 행사를 위해 삼계탕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이미 준비 했는데

중부 지방에 폭우가 내리겠다는 예보 대로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 누가 압력을 넣거나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니건만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 그런지 날씨가 궂거나 말거나 강수량, 강설량에 관계없이 늘 참석율이 좋다.

 

쏟아지는 비의 양이 많아 달리는 차 안에서 의논하여 산행지를 다시 가까운 주금산으로 바꾸고,

계곡 근처에서 버너 이용한 삼계탕 식사 예정을 비가 내리는 관계로 지난해 이용했던 식당이나 회식 위한 장소 물색하며, 

출발 두 시간 반만에 산행 들머리 도착(08:30)하여 하차하니 오는 동안 뜸하던 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더 줄기차게 쏟아진다. 

 

할 수 없이 각자의 희망에 따라 산행팀, 숯가마팀, 식사 준비팀, 휴식팀으로 나뉜다.

집에서 나설 땐 산행 할 생각으로 나섰는데 강한 바람과 내리는 비의 양이 너무 많아 휴식팀으로 주저 앉았다.

산행 중에 비를 맞는 것은 괜찮은데 산행 전부터 이렇게 바람불고 많이 내리면 산행 의욕이 줄어든다.

 

들머리 들어선 산행 팀 선두대장, "허름한 농원 건물이 하나 있는데 오늘 장소로도 괜찮을 것같으니 와 보라"는 연락에 

준비팀 대장과 가보니 물줄기 시원한 계곡 위로 2층으로 된 넓은 평상이 있고 부속 건물도 있는데 한 여름만 사용하는지

습기가 차 눅눅하다. 아쉬운 대로 사용하겠다 하고, 모든 재료는 다 준비했다 하니 생각보다 적은 비용만 달라 하신다.   

 

 인근 스키장 슬로프 푸른 잔디 언덕과 물 줄기시원한 계곡 길을 한 시간 가량 가볍게 산책하고 내려오니

  오늘 불참자 몫인 닭은 토막쳐져 숯불 위 석쇠에서 연기를 내며 익어가고, 계곡 위 평상에선 이미 몇 순배巡杯 상태다. 

부속 건물 안 버너 위에 얹혀진 가마솥에서 솔솔 새어나오는 구수한 냄새는 다 익기도 전에 구미부터 당긴다.  

 

빗줄기가 가늘어 지기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려나 했더니 웬걸, 하산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빗줄기는 여전히 줄기차게

쉬임 없이 쏟아진다. 계곡 물은 금방 불어 날텐데 가보지 않은 산이라 은근히 걱정된다.  

 

산에 간 사람들 비에 젖어 내려오면 춥겠다며 커다란 무쇠 난로 안에 장작 불 피우니 쭈욱 늘어선 식탁 옆 방 바닥은

주인 아저씨의 훈훈한 인심 만큼이나 금방 따뜻해지며 습기가 다 없어지고 뽀송뽀송 하다. 

 

산행 시간(세 시간)에 맞춰 푹 고은 삼계탕이 다 익을 무렵 흠뻑 젖은 산행 팀 선두부터 도착하기 시작한다.

숯가마 팀에게도 연락하여 차로 데려오고, 젖은 옷이나 마른 옷이나 모두들 한 자리에 모여 한방재료 넉넉히 넣어

구수하고 뜨끈뜨끈한  삼계탕을 먹으니 다른 곳에서 먹던 맛보다 훨씬 훌륭하다며 앞앞에 닭 한 마리씩과 찹쌀 죽이 담긴

커다란 그릇을 싹싹 비운다. 소주 맥주 막걸리와 수박까지 푸짐하게 배채우니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 자아내며 오후시간 즐긴다.  

 

빗줄기는 한 번도 그침 없이 계속 쏟아져 내리니 옆에 흐르는 계곡물은 흙탕물로 변하고 수량도 갑절로 보인다. 

우리가 즐거운 시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신 인심좋은 주인 아저씨게 후하게 인사하고, 

약속시간 지켜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차에 오른다. 회식 분위기 그냥 접기 아쉽다며 차 안은 노래방 분위기로 연결되나 

귀가행 거리가 짧아 희망자에 한해 서너 사람만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 허용된다. 

가까운 산행지에 산행시간 짧고, 외곽도로 이용하여 역순으로 내리니 시간이 많이 단축 되었다.

 

많은 닭을 싼 값에 준비한 회원, 커다란 버너와 가마솥까지 준비해 주신 분, 산에 다니며 직접 채취한 오가피를 비롯하여 

많은 한방 재료와 직접 농사지은 찹쌀 등 삼계탕에 필요한 부재료를 주신 분, 김치를 주신 분, 그 외에 필요한 준비물을 위해

일체 비용을 찬조 하신 분, 팔 걷어 부치고 일 하시는 분, 바람에 따라 춤추는 연기 속에 고기 굽는 분,

많은 분들이 솔선수범으로 협조하여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여 배낭 정리하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전화기는 배낭에 있고 차 안은 시끄러워 벨 소리를 못 들었다.

그대로 번호 누르니 전 카페 회원ㅎㅈ씨, 반갑다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고, 어이없는 이유로 2년 전 탈퇴한 얘기 해줬더니 

덩달아 기가 막혀 웃음만 나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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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뉴스 들으니 우리가 갔던 지역 오늘 하루 강수량이 200mm나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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